본 연구는 9/11 테러문학 비평의 흐름을 진단하고, 기존 비평이 주목하지 않았던 가정성과 트라우마의 관계를 다룬 Lorrie Moore의 작품을 9/11 문학으로 정의하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다. 기존 비평은 전통적 트라우마 이론에 근거해 9/11 문학을 분류, 비평해왔으며, 가 ...
본 연구는 9/11 테러문학 비평의 흐름을 진단하고, 기존 비평이 주목하지 않았던 가정성과 트라우마의 관계를 다룬 Lorrie Moore의 작품을 9/11 문학으로 정의하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다. 기존 비평은 전통적 트라우마 이론에 근거해 9/11 문학을 분류, 비평해왔으며, 가정성 개념은 가족사와 개인사의 의미로 축소해 다루어왔다. 그 결과로 트라우마의 일회성, 사건성, 의외성이 강조되고, 공적인 외상이 사적 영역의 곤경으로 전치되는 이야기가 9/11 문학의 전형이 되었다. 그러나 트라우마의 침투성, 매개성, 일상성에 주목하고, 가정성 개념을 미국의 국가주의 담론과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할 때, 9/11 문학의 외연은 넓어질 수 있다. 동시에 문학은 트라우마 이론을 생산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9/11 비평은 크게 세 갈래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트라우마 이론에 기대 9/11 테러의 의외성, 사건성, 재현불가능성을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테러라는 공적 영역의 외상이 남성 주인공의 가정적, 심리적 위기로 전치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추적하는 방향이 있다. 셋째, 작품의 표면과 이면 속 이슬람 ‘타자’의 출현과 흔적에 주목하는 시도들이 있다. 요컨대 지금까지의 비평적 흐름은 트라우마를 의외적 사건성의 측면에서 조명하고, 9/11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을 주목하며, 상처받은 남성주체로서의 미국 vs 가해자로서의 타자 이슬람이라는 이분법을 중심으로 독해한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일회적 사건성, 의외성의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 침투해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계기로 이해한다면, 9/11이라는 사건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위기를 사유하도록 이끄는 작품들을 보다 넓은 의미의 9/11 문학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이렇게 정의된 9/11 문학은 9/11을 순수한 미국이 입은 ‘상처’로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제국의 구성적 모순을 드러내는 ‘위기’로 제시하고, 부시정부의 국가주의적 가정성 담론(“homeland security”)을 비판적으로 독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Lorrie Moore의 장편소설 <A Gate at the Stairs> (2009)를 9/11 문학으로 정의하고, Moore가 여성 주인공의 일상, 집, 돌봄 등의 ‘여성적’ 주제를 통해 9/11이라는 위기를 간접적으로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논평하는 방식을 살핀다. 이를 통해 9/11 문학이 기존의 트라우마 연구에 새롭게 제시하는 이론적 통찰을 논증하고, Moore가 미국문학사 속의 가정성과 (초)국가주의 논의에 기여하는 바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