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서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은 영역인 수사학적-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두 종교 사상가에 접근하려고 시도한다. 사실, 수사학은 긴 학문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주관과 객관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근대 학문 방 ...
본 연구는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서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은 영역인 수사학적-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두 종교 사상가에 접근하려고 시도한다. 사실, 수사학은 긴 학문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주관과 객관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근대 학문 방법론의 헤게모니 때문에 위축되었다가 현재는 각 분야에서 수사학적-해석학적 접근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일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서구적 맥락에서 발생한 수사학을 서구 사상가에게만 적용하는 것보다는 동양의 사상가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수사학적-해석학적 연구의 지평이 확대됨을 물론, 연구의 독창성도 확보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 서양의 대표적 사상가와 동양에서도 한국의 사상가를 비교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단순히 종교 사상을 특정 방법론을 통해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서 두 문화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연하게 드러내려는 이유 때문이다. 필자의 기본적이 생각은 각 문화 사이의 차이는 그 문화 속에서 수사학의 성격에 따라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지눌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연구는 방대하게 이미 이루어졌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 연구는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의 언어로 막대한 연구가 축적되었다. 특히, 해석학적, 수사학적 관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 연구는 하이데거(Heidegger), 리꾀르(Ricoeur) 등의 쟁쟁한 학자들에 의해서 선도된 바 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수사학을 동양 사상과 비교한 논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눌에 대한 국내외 연구도 많이 축적되었지만, 이 사상가를 수사학적 시각에서 만족스럽게 접근한 글은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는 두 사상가의 수사학적-해석학적 비교 연구는 두 사상가 양자에 대한 신선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연구의 내용을 서술하겠다. 우선, 서론적인 연구로 서구와 동양의 수사학의 역사를 살펴보고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의 수사학과 동양의 공의 수사학이 역사적으로 차지하는 위치와 의의를 서론에서 다룰 것이다.
이어,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의 수사학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의 중요한 저술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언어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백록, 기독교 교육론, 교사론, 삼위일체론, 신국론을 차례로 검토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의 수사학의 전체적인 구도를 조망해 보고, 논문의 한 섹션에서 검토 연구의 결과를 반영할 것이다.
지눌의 경우 언어의 문제는 깨달음의 문제와 짝을 이루고 있다. 그는 언어를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언어 없이 비언어적인 깨달음의 차원만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의 권수정혜결사문, 계초심학인문, 목우자 수심결, 원돈성불론, 간화결의론, 화엄론절요서에서 이 일관된 구도는 유지되고 있다. 필자는 한문 원전에 입각하여 지눌 저술에서 이러한 구도를 추출해 내고 그의 언어관을 중심으로 하여 수사학적 구도를 그려낼 것이다.
마지막 종합적 작업으로 두 상이한 종교적 수사학을 비교 검토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 부분이 본 논문의 중심이 될 것이다. 비교를 위해서 연구자는 수사학 일반에서 강조되는 주요 주제를 동원하여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언어, 특히 비유적 언어가 각자의 수사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비교할 것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의 요소 중에서 로고스(logos)에 해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사의 목표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두 사상가에게서 믿음의 문제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연구할 것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에토스(ethos)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두 사상가에서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설득이 일어나는 장소, 즉 진리의 터가 이들에게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방법론적 목표는 두 종류의 수사를 연구함에서 해석학적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결국, 이 작업은 해석학적-수사학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언어의 집에서 살고 있고(Heidegger) 진리는 언어 사건을 통해서 밝혀지기(Lichtung) 때문이다. 또한 구원을 설득하는 자와 설득당하는 자의 이해의 지평이 융합(Horizontverschmelzung)을 통해서 두 종교에서 구원이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