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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의 여성성 탐구
A Study on the Femininity of Contemporary Korean Poetry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9S1A5B5A07106880
선정년도 2019 년
연구기간 1 년 (2019년 12월 01일 ~ 2020년 11월 30일)
연구책임자 이근화
연구수행기관 광운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 연구의 필요성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1980년대는 노동, 인권, 민중, 여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문학 창작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현실 인식이 적극적으로 발현되었다. 여성시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근대 초기 여성 지식인의 활동이 주로 교육과 종교 활동을 바탕으로 한 계몽 운동의 성격을 지닌 글쓰기였다면, 현대 여성 문인들은 본격적으로 여성성을 탐구하고 글쓰기 작업을 통해 여성 표상을 적극적으로 발견해나갔다. 기존의 사회적 체제 속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고, 남성 중심의 권력과 이념에 맞서는 개별 여성 주체의 목소리를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한국 현대시의 여성성의 탐구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토대로 하여 여성성의 발현 양상과 그 전개 과정을 살피고, 대별적 층위를 살피는 것은 우리 시문학사 전개의 주요한 축을 담당한 여성 문학 주체의 활동을 해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여성을 단지 모성적 존재로만 여기는 사회적 상징 질서 안에서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은 근대 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 지식인들의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특정 사건과 운동의 급진적 목소리에 경도되지 않고 문학 텍스트를 통해 역사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특히 이러한 문학적 시도들이 두드러진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 시인들의 활동과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는 여성 시인들이 언어로 사회적 경계를 허물고 관념을 돌파해나가는 시적 모험을 살피는 작업이다. 시는 상처와 고통의 순간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안해나간다. 여성 시인들의 작품 세계에서 발견되는 시적 표상은 단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는 여성시에 나타난 다양한 양상들을 비교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적 표상성을 획득하고 의미화한 여성 시인들의 작업과 글쓰기 세계를 해명하는 일로, 이는 실제 여성 운동만큼이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적 의미를 지닌다.
    시대의 폭력에 맞서 전복적인 자아 인식을 보여준 최승자와 노골적이고 대담한 성적 묘사로 도발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 김언희는 가장 직접적으로 기존의 성 관념에 맞선 여성 시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시는 불편함을 초래하는데 그 불편함은 여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부장적 상징 질서 안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는 김혜순과 개인의 기원과 역사적 현재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서사를 창출해낸 최정례의 시에서 지적 탐구와 상상력의 발현은 여성 표상 안에서 가장 극적으로 만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성의 영역과 신성의 영역에 대한 유연한 탐색을 보여준 나희덕의 작품은 최근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탐사로 이어지고 있으며, 토속적인 언어로 질박한 시 세계를 보여준 허수경은 독일 유학 후 보편적인 시간과 휴머니티의 구현으로 나아갔다. 이들 여성 시인의 문학적 움직임 안에는 여성으로서의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과 개진이 포함되어 있다.
    차별과 억압에 노출된 여성의 삶의 국면을 보여준 시인들의 작품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존의 관념에 맞서 어렵게 자기 자신을 인식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물학적 몸에 부착된 관념과 맞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구성되고 새롭게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취급될 필요가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교육 받고 성장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인식하고 여성적 자아를 성찰해 가는 과정에 대한 문학적 탐사는 미래 사회와 여성의 성장에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기대효과
  • 1) 연구의 기대 효과
    여성성, 여성주의, 여성문학에 관한 선행 연구 검토 결과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전제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이를 증명, 보완, 확장하도록 한다.
    • 맹목적인 비판을 지양하고 남성/여성, 이성/감정, 주체/객체 등의 상징적 이분법과 대립 구도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작품들에 주목한다.
    • 남녀 간의 성적 평등을 지향하고, 다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양성 평등에 입각한 사회변화를 지향하는 점진적 단계를 구상하는 여성주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 개별적 경험과 감각의 구체성을 살린 여성주의 작품에 주목하고, 선험적 선언이나 생경한 주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을 지양한다.
    • 성과 젠더의 문제와 함께 그들이 처한 계급, 세대, 인종, 민족 범주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고려한다.
    • 대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맥락과 상황에 따라 구성되는 것으로, 여성 주체 역시 행위자로서 상호 침투와 연대를 통해 변경 가능한 주체로 인식한다.
    • 여성 정체성의 문제는 근대적 주체의 성립과 자본주의 사회 계급 문제와 연관을 맺는 것으로, 자신과 사회 집단에 대한 이해나 사회 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 여성문학 연구는 장르 바깥의 발화 및 소수 문화와 하위 주체와의 연계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 페미니즘적 비평은 주변적이고 소외된 것들을 복원하는 작업 이상으로 분석 자체의 권력적 힘에 대한 승인 과정을 보여준다.
    연구자 본인은 나희덕, 최정례 시인의 인터뷰와 시인론을 작성하여 문예지에 발표한 바 있으며, 이들 시인의 문학적 글쓰기 과정이 여성의 삶과 우리 문학사에 유의미한 전언을 시사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여성 시인들의 자료를 조사 정리,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와 작품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그 연구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2) 연구의 활용 방안
    (1)학문적․사회적 기여도: 개별 시인의 작품 세계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산문집과 번역 시집, 시론집을 추가 검토하여 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여 검토할 수 있다.
    (2)인력 양성 방안: 세미나와 스터디를 통해 여성 시인들의 작품 탐색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여성성의 발현이 가지는 의미를 검토, 정리해 볼 수 있다.
    (3)교육(강의)의 연관성: 현대문학 또는 시 창작 전공 학생들에게 한국 현대시의 여성성 탐구 과정에 대한 학습은 우리 시의 이해와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들 여성 시인의 작품집과 문학적 활동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문학사 연구와 시 창작 연습을 적극 독려할 수 있다.
    (4)후속 연구와의 연계 활용 방안: 여성 시인들의 비교 탐색을 통해 2000년대 이후 여성 시인의 문학적 활동과의 연계성을 고찰해 볼 수 있다.
  • 연구요약
  • 1) 연구의 내용
    본 연구는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여성성을 탐구하기 위해 최승자와 김언희, 김혜순관 최정례, 나희덕과 허수경의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들 시인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여성 시인으로서 개성적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자신의 시적 지향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개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승자는 사회 구조적 폭력에 맞서 여성 자아를 기존의 관념에 맞서 파괴적이고 전복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었다. 「일찍이 나는」, 「자화상」 등의 작품을 통해 부정적 세계 인식과 전복적 상상력을 찾아볼 수 있다. 낯설고 공격적인 목소리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발현 이후 후기 시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원성의 탐색을 연계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김언희는 급진적인 성 담론을 시의 언어로 구축해 갔다. 성에 대한 노골적이고 난폭한 묘사는 독자를 괴롭히지만, 그 괴로움의 자리는 그간 우리가 얼마나 온순하게 길들여지고, 재래의 관념에 물들었는지를 반성적으로 보여준다. 젠더 의식과 여성 상징을 새롭게 묘파해나가는 시적 응전의 방식으로서 그의 시를 탐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혜순은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허위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었다. 블랙 유머와 풍자적 시각, 냉소적 어조와 구체적 이미지, 첨예한 상상력과 유려한 리듬을 통해 새로운 여성 담론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여러 시집을 통해 여성성의 탐구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죽음과 허무를 넘어서는 여성 특유의 시적 발현 양상을 보여주는 최근 글쓰기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최정례는 꿈, 환상의 세계와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고 낯설게 현실을 묘파해 가는 시적 매력을 보여준다. 일상의 비의와 잠재적 폭력성을 드러내는 시적 방식으로서 꿈과 현실의 간극과 말의 관능이 나타난다. 종종 과거를 다룰 때에도 역사적 시간과 지금 여기의 삶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최근의 산문시에서는 서사적 재구성 방식을 통해서 삶에서 맞닥뜨리는 모순과 불합리를 구현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망각과 죽음에 맞선 인간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담백하면서도 진취적인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나희덕은 서정적 온기와 모성적 친밀함에서 점점 더 사회적 죽음과 폭력, 계층적 불평등 지점으로 시적 관심이 이동하였다. 절망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낱낱이 기록하며 시적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시대의 어둠에 감응하는 시 쓰기를 통해 가부장적 체제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갇히거나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고 공동체적 감수성을 발현하는 여성적 목소리에 깃들여 있는 신성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허수경은 모국어만이 갖는 유장한 리듬과 감각에서 출발하여 보편적이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고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특유의 여성적 섬세함과 포용력은 이미 젠더 의식을 넘어선 인간 내면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데 사라지는 것들 속에 깃든 인간 영혼을 바라보는 작품들을 통해 폐허와 죽음에 맞서는 시인 고유의 방식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섯 명의 여성 시인들은 활발한 활동으로 여러 권의 시집을 이미 상자한 바 있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시인들의 시집을 일차 텍스트로 하여 꼼꼼하게 검토하고 작품을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 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과 비평 자료를 찾아 검토하며,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펼칠 수 있도록 추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단행본 시집을 일차 텍스트로 삼되, 번역서 및 산문집, 시론서 등을 참고하도록 한다.

    2)연구 예상 목차
    1. 서론-현대시와 여성성 탐구의 전략
    2. 여성성 발현의 대별적 층위
    1) 전복적 세계 인식과 성 담론의 형성-최승자와 김언희의 시
    2) 몸에 대한 탐구와 서사의 창출-김혜순과 최정례의 시
    3) 영성의 구현과 휴머니티의 탐색-나희덕과 허수경의 시
    3. 결론-현대시와 여성 표상의 창출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1. 연구 수행 내용

    1)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페미니즘’

    한국 대표 여성 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 앞서 그 이론적 접근으로 도나 해러웨이와 한나 윌키의 작업을 살펴보았다. 이근화,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마음산책, 2020 참조.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페미니스트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인간 중심주의 구도를 넘어서기 위해 유인원, 사이보그, 앙코마우스와 같은 혼종적 존재들을 제시한다. 인간/동물, 원시/문명, 인간/기계라는 이분법을 희석시키는 존재들의 구상은 애초에 ‘믹소트리카 파라독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독립적인 개체로는 존재하지 못하는 이 생물체로부터 도나 해러웨이는 세계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모색하고 상호 의존적이며 공존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즉 개체와 집합의 개념을 흩뜨리는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를 통해 구체와 추상, 자연과 문화, 유기체와 기계, 남성과 여성 등 기존의 이분법과 이항대립의 미로를 통과해 그 경계를 붕괴시키는 사유를 전개해나간다.
    이후 그녀는 페미니스트 생태학자인 이블린 허친스의 영향을 받아 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있음을 자각한다. 객관적 지식은 백인 유럽 남성 중심의 전유물이라 비판하고 ‘상황적 지식’이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인식의 객관성은 자기 지식의 부분성을 성찰적으로 비판하는 데서 연원한다고 주장한다. ‘겸손한 목격자’로서 상황적 지식의 구성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학문 체계에 대한 저항을 내포한다. 그녀는 젠더 개념 역시 의미화 경험의 역사, 실천, 겹침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1991)로 널리 알려졌는데 여기서 그녀는 ‘사이보그 페미니즘’을 주창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인간 중심주의를 먼저 무너뜨리고 이 붕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녀는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의 중요한 성찰로 가져갈 때 가부장제가 뿌리박은 불평등을 무너뜨릴 수 있고, 이질적인 것들의 연결과 접합이라는 자산을 페미니즘이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지언, 『도나 해러웨이』,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김은주,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봄알람, 2017.
    도나 해러웨이의 사유와 활동은 여성적 글쓰기가 경계를 넘어서고, 구멍을 만들고, 틈을 벌이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 활동이 화석 연료와 화학 비료, 인공 합성물을 사용하여 지구 환경에 멸종과 오염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에서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인류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2000년경이었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인간 세계와 지구에 대한 진단을 제시하였다. 제이슨 무어 같은 사람은 식민주의적인 생산 체제, 글로벌한 자본주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지구 생태계가 받은 영향에 주목하여 ‘자본세’라는 말로 대응한다. 그들은 아마존 유역의 토착민이 선진국의 시민과 같은 방식으로 이 지구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한편 도나 해러웨이는 이들 용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대안적 용어로 ‘툴루세’라는 용어를 창안하였다. 땅 아래 숨어 있는 힘, 즉 지구 차원의 촉수권력들이 모여 재구성하는 시공간성에 주목한 것으로 거기에 얽혀 있는 인간 이상의 것, 인간 아닌 것, 비인간적인 것, 부식토로서의 인간 등을 포함한 용어이다. 피난처를 재구축하고, 전면적인 회복과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힘들에 합류하는 것이 인간이 현재 기울일 수 있는 가능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도나 해러웨이, 「인류세, 자본세, 대농장세, 툴루세: 친족 만들기」, 김상민 옮김, 󰡔문화과학󰡕, 2019 봄호, 168쪽; 나희덕, 「‘자본세’에 시인들의 몸은 어떻게 저항하는가」, 󰡔창작과 비평󰡕 2020 봄호, 87쪽 재인용.


    2) 한나 윌키의 ‘몸’에 대한 사유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개진해간 예술가로서 한나 윌키(Hannah Wilke)를 들 수 있다. 한나 윌키는 미국의 퍼모먼스 아티스트이자 조각가, 사진가인데 여성의 생식기 형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온 몸에 껌이 붙은 누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투병 과정 역시 과감하게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를 예술 작업의 주요 테마로 다루었다. 특정 신체 기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늙은 몸 자체를 선보이는 한나 윌키의 작품들은 다소 기괴해 보이거나 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노골적인 대담함은 세상의 억압과 은폐, 위선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잘 꾸며지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강박적인 추구와 맹목적인 동경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왜곡된 욕망과 관음증적 시선을 비난하듯이 그녀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신체를 거침없이 내보인다. 그녀의 노출은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세상을 향한 연민으로 바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 수행 결과

    본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김혜순, 김언희, 나희덕 시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았으며, 다음은 연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이근화, 「시와 경계적 사유」, 󰡔시창작론󰡕, 한국방통대출판문화원, 2021 참조.


    1) 김혜순의 시

    김혜순은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탐색을 시와 산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시인이다.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문학과지성사, 2000)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이 아버지, 공장장, 감독자들에게 전하는 말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우리 사회의 권력 구도 안에서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그들의 움직임과 말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고통 받게 하는지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남루한 삶 한가운데 통증을 끌어안고서도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몸짓은 여성 화자의 질문을 통해 언어화된다. 획일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시적 질문들은 여성의 몸과 언어를 통해 산출되는데 이 말들은 견고한 삶에 균열을 내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왜, 나는 매일 아침 새로운 형량을 시작해야 하나요?”는 아버지도 공장장님도 감독자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윤전기의 소음을 가리는 음악을 지겹도록 들으면서 던지는 이 질문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최근 발간된 김혜순의 시집 󰡔날개 환상통󰡕(문학과지성사, 2019)에서는 환상성이 강화되는데 그건 어쩌면 현실의 고통과 억압이 더욱 가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날개 환상통」에서 도시의 밤거리를 걷는 한 여성을 제시한다. 하이힐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소리를 빗소리로 느끼는 착각은 고통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의 존재를 ‘새’처럼 느낀다. 우는 새이고, 더러운 새이고, 아픈 새이다. 새는 ‘나’이기도 하고 ‘나’를 바라보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 분리와 이탈은 죽음이 임박해 있음을 예고하는데 ‘새/여성’은 화장실에 숨어들고, 수도꼭지에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위로한다. 누추한 삶을 구제하는 환상이 끝나는 순간 ‘새/여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이 질문의 고통을 다함께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기는 것이 바로 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는 구제역 파동으로 생매장 당하는 돼지를 그리고 있다. 산 채로 구덩이 속에 처박히는 돼지를 보며 느끼는 고통은 돼지를 동물이 아니라 식물로, 들짐승이 아닌 날짐승인 것처럼 그려내는 동력이 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느끼는 부끄러움은 수치심에 가깝지만 자기 자신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은 죄의식에 가깝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이야말로 인간이 지니는 고유한 감정으로 이것을 느끼고 처리하는 과정이야말로 좀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런 감정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도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때 생길 것이다. 상처와 고통은 상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행 관계로부터 온다. 수직적 권력이 아니라 수평적 감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기울기와 스며듦을 통해 목소리를 생산하고 인칭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야말로 시의 위의와 가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김혜순 시인은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문학동네, 2002)이라는 산문집에서 여성만이 가지는 몸의 언어와 고유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랙털 도형’이라고 쓴 바 있다. 고정되지 않는, 파동을 지닌 존재로서 여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여성, 시하다󰡕(문학과지성사, 2017)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문학과지성사, 2019)를 통해 여성이라는 존재와 여성적 글쓰기를 파헤치며 존재 변환을 시도하는 다양한 국면을 제시해주고 있다.


    2) 김언희의 시

    김언희 시인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를 시적 근간으로 삼아 일상에 내재하는 억압을 시의 문면에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김언희의 작품, 「한 잎의 구멍 2」는 오규원의 시 「한 잎의 여자」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원래 작품의 ‘여자’라는 시어를 ‘구멍’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반복하고 있다. ‘구멍’이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까닭에 여성을 구멍이라 지칭하는 것은 성적 폭언에 해당된다. 그런데 말의 폭력성 너머 부끄러움 대신 다른 시적 효과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시가 지니는 진술의 반복적 효과이다. ‘나’의 몸이 여성임을 노골적으로 까발리는 것을 통해 스스로의 몸에 대한 긍정과 자부심을 갖도록 종용하는 시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이라는 단언은 비애를 스스로 떠안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몸이란 것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불가피성을 지닌다는 측면에서 장철환, 󰡔돔덴의 시간󰡕, 파란, 2017, 667쪽.
    그것을 어떻게 떠안을지, 왜 떠안을지 창조적으로 고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여성임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성적 억압이자 구속이 될 수 있다. 기존의 관념과 문화적 관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해보는 것, 그 질문을 통해 편향된 사고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구성하고 창조해보는 것, 이것이 바로 김언희 시의 정신이자 시적 의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언희의 시 「여느 날, 여느 아침을」은 한 여성으로서 팽팽하게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시적 발화의 출발점은 죽음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여성의 삶의 조건에 대한 인식으로 쓰인 것이다. 삶이 그러하니 죽어야겠다가 아니고, 죽은 여자로서 맞이하는 생생한 삶을 통해 여성의 삶의 조건과 그 비루함이 분출된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삶의 어처구니없음을 개관할 수 있게 된 “여느 날 여느 아침”에 대한 진술과 가정은 ‘어처구니없음’에 빈틈을 만들어 낸다. 그 구멍 때문에 질식하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삶/시인인 것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김언희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의 몸은 모든 차별과 고통과 수모와 치욕의 근원이니, 그 근원으로부터 말이 나와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 ‘지금-여기-이 몸’으로 나는 존재하는데, ‘지금-여기-이 몸’이 한 덩어리로 시시각각 변하는 진행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데, 이 몸을 배제한, 공중부양의 문장을 저는 쓸 수가 없어요. 이것은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기혁, 「‘지금 여기’에서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 󰡔모:든시󰡕, 2017 창간호, 37쪽.

    김언희의 최근시 「월인천강」에서 제목 ‘월인천강’은 강물 위에 비친 달빛을 일컫는 말로 보통 “부처님의 자비가 만천하에 이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하여 지은 노래로 ‘월인천강지곡’을 익히 들어온 까닭에 제목을 통해 일정하게 추측할 수 있는 의미 영역이 있다. 그런데 어렴풋하게 짐작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시의 본문이 전개된다. 이 시를 읽기 위해서는 과격한 이미지를 펼쳐놓는 진술들을 제목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 영역과 거리를 두고 재구성해봐야 하는 과제가 놓인다.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피 칠갑한 모가지는 ‘달빛’이다. ‘나’는 고요한 달빛 속에서 죽은 두 눈, 피 엉긴 머리털, 떡 벌어진 입, 츱츱한 입김을 느끼고 견디지 못하여 그것을 반대편으로 내던진다. 시의 후반부에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맞은편 어디서” 들리고 짧은 비명 소리가 이어진다. 두려움은 ‘나’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고통은 누군가에게 건너가 끝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숨 가쁜 전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의 시적 언술을 망상이나 분열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의 제목과 본문 사이의 이격과 그 시적 효과에 있다. 달빛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둠을 밝혀주는 온유한 빛을 내뿜는 달은 보통 풍요와 생명력, 재생과 순환, 여성적인 것의 함의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기존의 그러한 관념이나 상징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삐딱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 “그 누가 하나뿐인 모가지로 팔매질을 하고 있는가 그 어디서 눈알이 빠져 나갈 것인가 그 어디서 턱뼈가 떨어져 나갈 것인가”. 숨 막히는 어둠 속 달빛을 거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천 개의 유리창을 박살내는 달빛을 향한 질문에 답해줄 이도 없다. 눈알과 턱뼈가 빠지도록 질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만이 남는다. 삶이 지속되는 한 달빛이 어둠 속 한가운데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전할 수밖에 없는가. 시인의 말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미와 추, 삶과 죽음, 몸과 정신, 밝음과 어둠이라는 경계의 한 가운데서 솟아오른 질문은 답할 수 없음이라는 불가능성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밖에 삶을 증명할 수 없다는 막막함에 대한 고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3) 나희덕의 시

    시를 쓴다는 것은 일정한 메시지를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언어를 적절히 배열하는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하기 위해서 시는 쓰여진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이어가기 위해 움직이고 수정하는 작업이 시를 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이자 모험을 감행하는 글쓰기일 것이다. 탐구의 과정으로서 언어를 사용할 때 언어는 진실을 더듬을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할 것이다. 나희덕의 「새는 날아가고」는 저녁나절 식탁에 앉아 사과를 깎아 먹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리 특별한 사건은 아니지만 접시 위의 잘 깎인 사과를 마주하여 사과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감각으로부터 시적 순간은 발생할 수 있다. ‘붉음’은 사과의 색이 아니라 두근거림의 빛깔이 되며, 둥근 모양은 사과의 것만이 아니라 식탁과 접시의 ‘말 없음’과 닮아 있다. 새가 물고 달아난 심장은 사과나 접시의 것일까 묻지만 접시 위의 사과를 바라보는 ‘나’의 것임이 드러난다. 심장을 잃어버린 것들의 두근거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은 내가 겪은 상실의 고통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둘레로 퍼지는 침묵의 빛이나 괄호처럼 입을 벌린 접시에 대한 서술은, 창밖의 고요와는 다르게 들끓고 있는 화자의 내면을 환기시킨다. ‘나’는 다른 심장들을 삼키고 버틸 수밖에 없는 자의 위치에서 사물과 만나고 헤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발견은 저녁나절 사과를 깎아먹으며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과를 깎아 한 쪽 씹어 삼키는 평범한 일상에는 그렇게 아픔과 상처가 내재해 있다. ‘새’는 날아가고 없는 자리에 ‘나’는 남아 사과를 깎아 먹으며 비어 있는 몸으로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음을 나직한 목소리로 전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허탈감을 받아들인다. 시인은 ‘아프다’는 말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지만 사과를 둘러싼 이미지와 감각적 진술로 그 고통을 독자에게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는 상실감과 고통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의 순간으로부터 건져 올려 차분하게 질문을 던지며 구체적인 감각으로 풀어감으로써 독자에게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나희덕의 작품 「저녁의 문답」은 수수께끼 같은 시이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밝음과 어둠, 오르막과 내리막, 길과 벽 등의 경계 위에서 삶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작품이다. 반복하여 등장하는 ‘싹 난 지팡이’는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타로카드의 이미지들을 빌어 와서 문답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상적인 말법에 기대지 않고 선문답 형식을 취한다. 실제 묻고 답하는 일상적인 대화라기보다 시인의 자문자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질문에 대해 조금씩 빗겨가는 대답은 내면의 목소리에 가깝다. 그러한 목소리는 삶의 모순과 난경에 대한 막막함과 지속되는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 시란 가지런하게 묻고 답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어쩌면 여러 생각과 고민 속에 던져져 미결정의 상태에서 괴로워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국면에 마주하며 느끼는 막막함과 끝나지 않는 번민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삶에 다가서기 위한 몸짓이 질문이라면 조금씩 빗겨가는 대답 속에서 불안과 고통을 떨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탐색해보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작품 「파일명 서정시」에서 나희덕은 감시와 통제에 대한 반발과 비판을 드러내기 위해 동독의 시인 라이너 쿤체(Reiner Kunze)의 일화를 전해준다. 실제 동독 정보부가 작성한 자료는 삼천 오백 여 쪽에 달했다고 한다. 시인의 파일 안에 들어 있었을 말들의 기록에는 사상적 불온성 같은 것이 존재할 리 없다. 두려움과 편향성이야말로 감시 체제를 동원하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일 것이다. 시인은 이 일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되묻고 있다. 나희덕은 “시란 나의 고통에 대한 고백보다는 타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며, 고통을 깨달음으로 치환하는 게 아니라 통증의 과정과 감각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경험하는 데 있다” 나희덕, 「고통에게 묻다」, 󰡔아뇨 문학이란 그런 것입니다󰡕, 문학동네 100호 특집 부록, 2019년 가을호.
    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의 진술과 타자의 고통 사이에 발생하는 시적 거리 좁히기라 할 수 있다.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적 고안으로서 문학을 읽고 쓰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답하고, 다시 질문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시스템 너머 사회의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글쓰기를 생각해보는 일은 우리 시대 문학적 글쓰기에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김대성, 󰡔대피소의 문학󰡕, 갈무리, 2019 참조.
  • 영문
  • 1. What you did the study do

    1) Donna Harroway's Cyborg Feminism.

    Prior to exploring the work world of Korea's leading female poets, the theoretical approach examined the work of Donna Harroway and Hannah Wilkey.

    Biologist, philosopher, and feminist Donna Haraway suggests hybrid beings such as apes, cyborgs, and Angkomuses to overcome the human-centered structure. The idea of diluting the dichotomy of humans/animals, primitive/civilization, and humans/machine originally originated from an interest in "Mixotrica Paradoxa". From this creature that does not exist as an independent individual, Donna Harroway seeks new ways of understanding the world and existence, highlighting the importance of interdependent and coexistent attitudes. Through the Mixotrica Paradox, which disrupts the concepts of objects and sets, it develops the reason for breaking the boundaries through existing dichotomies and binomial confrontations, such as spheres and abstracts, nature and culture, organisms and machines, men and women.
    Since then, she has been influenced by feminist ecologist Evelyn Hutchins and realizes that women are excluded from the scientific field. It criticizes objective knowledge as the exclusive property of white European men and invents the concept of "situational knowledge." It is argued that the objectivity of perception is derived from reflective criticism of the partiality of self-knowledge. As 'modest witnesses', the composition of situational knowledge implies resistance to the existing male-centered academic system. She argues that gender concepts should also be addressed as a history, practice and overlap of semantic experiences.
    Donna Harroway is widely known for her work as an ape, cyborg, and woman in 1991 where she advocates "cyborg feminism". Feminists must destroy human-centeredness first and embrace this collapse. In other words, she says that when cyborg is taken as an important reflection of feminism, it can destroy inequality rooted in patriarchy, and feminism can acquire assets of connecting and joining disparate things. Donna Harroway's reasons and activities show that feminine writing can effectively contribute to crossing boundaries, creating holes, and opening gaps.
    It was around 2000 that Dutch chemist Paul Crüchen used the term "anthropocene" in the sense that human activity used fossil fuels, chemical fertilizers and artificial compounds to create extinction and pollution in the global environment. Since then, various experts have presented diagnoses of the human world and the Earth in various fields. People like Jason Moore respond with the word "capital tax" by noting the impact of the global ecosystem on the spread of colonialist production systems and global capitalism. They say that indigenous people in the Amazon basin do not live on this planet in the same way as citizens in developed countries. Meanwhile, Donna Harroway critically reviewed these terms and invented the term 'toulouse' as an alternative term. It focuses on the spatio-temporal nature of forces hidden under the ground, namely tentacle powers at the Earth level, including more than human beings, non-human beings, inhumane ones, and humans as corrosive soil. It says rebuilding shelters and joining forces that enable full recovery and reconstruction are possible efforts that humans can make now.

    2) Hannah Wilky's "body" reasons.

    Hannah Wilke is an artist who actively expressed reasons for women's bodies. Hannah Wilkey is an American percussion artist, sculptor, and photographer who is famous for her work on the genital features of women. He also showed nude with gum all over his body. She also boldly demonstrated her struggle with disease, addressing the reasons for women's bodies as the main theme of art work. Hannah Wilky's works, which openly reveal certain body organs or showcase the old body itself, may look rather bizarre or ugly. But blatant chutzpah seems to be effectively contributing to the oppression, concealment and hypocrisy of the world. The obsessive pursuit and blind admiration of a well-decorated, young, and beautiful woman's body are nothing but illusions created by a capitalist society. As condemning distorted desires and voyeuristic gaze, she displays her natural and everyday body without hesitation. Her exposure could be read by turning into love for humans and compassion for the world.


    2. RESEARCH RESULTS

    While carrying out this research project, I looked at the world of works by poets Kim Hye-soon, Kim Eon-hee and Na Hee-deok, and the following is a summary of the research results.

    1) Poetry by Kim Hye-soon

    Kim Hye-soon is a poet who shows the reasons and exploration of feminine writing through poetry and prose. "Look at the factory manager of the calendar factory" (literature and intellectual history, 2000) is a work of words that women working in the factory convey to their fathers, factory managers, and supervisors. It is a poem that shows how their movements and words to solidify the system within the power structure of our society suppress and suffer the socially disadvantaged. Gestures to embrace pain in the middle of a shabby life and not lose love are verbalized through questions from the female speaker. Poetic questions, which avoid uniform thinking and are wary of hasty judgment, are calculated through women's bodies and language, which can be said to be a voice that cracks a solid life. "Why, do I have to start a new sentence every morning?" is a question neither father nor factory manager can answer. The question remains how to handle the weight of this question, which is asked while listening to music that covers the noise of the tireless lubrication.
    In Kim Hye-soon's recently published collection of poems, "Wings Fantasy Pain" (Literature and Intellectual History, 2019), fantasy is strengthened, possibly because the pain and oppression of reality have increased. In Wings Fantasy presents a woman walking through the city's night streets. The illusion of feeling the sound of high heels tapping asphalt as rain is due to pain. Women feel like 'birds' in their presence. It's a crying bird, a dirty bird, a sick bird. The bird is also in a position to look at me. This separation and departure herald the imminent death of a bird/woman, who hides in the bathroom, and the sound of water flowing on the faucet comforts me. The question of what will happen to "new/female" comes painfully as soon as the fantasy of bailing out a shabby life is over. It is the role of the city to leave the pain of this question as a share to be taken together.
    Poet Kim Hye-soon's "Bloom Pig" depicts a pig buried alive in the outbreak of foot-and-mouth disease. The pain felt by looking at pigs stuck in the pit alive is a driving force to portray pigs as plants, not animals, as if they were flying animals, not wild animals. The shame of being conscious of others' eyes borders on shame, but the shame of oneself borders on guilt. Shame and guilt are the unique emotions of humans, and the process of feeling and dealing with them is an opportunity to go to a better society. Those feelings will arise when equal status is granted to non-human beings. Wounds and pain don't come from top-to-bottom relationships, but from parallel relationships. It is not a vertical power but a horizontal sense that crosses boundaries. Producing voices through inclination and permeation and pushing the limits of personality may be one of the consolation and value of poetry.

    2) A poem by Kim Eon-hee

    Poet Kim Eon-hee uses the reason for women's bodies as a poetic foundation to explicitly reveal the oppression inherent in everyday life in the poetry. Kim Eon-hee's work, "One Leaf Hole 2", is a parody of Oh Kyu-won's poem "One Leaf Woman". The poem "woman" in the original work is repeated by replacing the word "hole". Since "hole" is used to disparage women's genitals, referring to women as holes constitutes sexual abuse. However, it is the repetitive effect of this poem's statement that reminds us of other poetic effects instead of shame beyond the violence of words. It can be said that it is a poem that encourages "I" to have positivity and pride in her body through explicitly revealing that her body is a woman. The affirmation that "I have a hole for myself forever" sounds like a declaration to take on sorrow for myself. The body cannot help but creatively devise how to take it and why to take it in terms of having an inalienable inevitability to others. You shouldn't just force yourself to accept being a woman naturally. It can be sexual oppression and restraint. To ask questions without taking existing notions and cultural customs for granted, to reveal the violence of biased thinking and to reorganize and create our perceptions, which is the spirit and poetic intention of Kim Eon-hee's poem.
    One day, Kim Eon-hee's poetry reminds me of the meaning of growing old as a woman who said "any morning." The starting point of poetic utterance is not an imagination of death, but an awareness of the conditions of women's lives. The conditions of a woman's life and its squalor are unleashed through the vivid life she greets as a dead woman, not by saying that she should die because of life. Thus, statements and assumptions about "any morning" that allow us to open up the absurdity of life create a gap in "ridiculousness." The hole is a life/poet that can breathe without suffocating. In a recent interview, poet Kim Eon-hee says. "A woman's body is the source of all discrimination, pain, humiliation and humiliation, so I think words should come from it."Now-here-this-body I am, and now-here-this-body is in a lumpy, ever-changing state of progress, and that's all, and I can't write a levitating sentence that excludes this body. It's also a matter of conscience."
    In Kim Un-hee's recent poem, the title "Wol Incheon River" refers to the moonlight reflected on the river, which is usually interpreted as meaning that "the mercy of the Buddha reaches the world." The song, written in praise of Sakyamuni's virtues, has a certain area of meaning that can be guessed consistently through the title because it has been familiar with "Wol Incheon River Song." However, the text of the poem unfolds in a very different way from a vague guess. To read this poem, the task of reconstructing statements that unfold radical images at arm's length from the general semantic domain of the title is placed. The bloody moji that broke through the window is 'Moonlight'. I feel the dead eyes, the tangled hair, the open mouth, and the mouth of the mouth, in the still moonlight, and I throw it to the other side because I can't stand it. Later in the poem, a glass crack is heard "on the other side" and a short scream is followed. Fear is not just a matter for me. The pain is portrayed as crossing over to someone and never ending. The reason why this work's poetic rhetoric, which shows the breathless development of grotesque images, cannot be treated as delusional or divisive lies in the separation between the title and the text of the poem and its poetic effect, as previously stated. What is moonlight to us. The gentle light emitting moon that illuminates darkness usually has richness and vitality, regeneration and circulation, and feminine implications. However, the poet does not hesitate to ask crooked questions regardless of the existing notions or symbolism. "Who is arming with the only mother-of-pearl, where will the eyeballs slip out and where will the jawbone fall off?" No one can resist the moonlight in the breathtaking darkness. There is no one to answer the question of moonlight smashing a thousand windows. Only the fact remains that questions will continue until the eyeballs and jaw bones are removed. Why is it so painful to convey the stark fact that moonlight exists in the middle of darkness as long as life lasts? As the poet says, a question that can be answered is not a question. The question raised in the middle of the boundary between beauty and Chu, life and death, body and spirit, brightness and darkness is a confession of the sense that one can only prove life in a way that faces the impossibility of not being able to answer.


    3) Na Hee-deok's poem

    Writing a poem is not a mechanical task of setting a certain message and arranging the language accordingly. Poetry is written to ask questions, not to find the answer. The work of asking good questions and moving and revising them to continue the question would be the real meaning of writing a poem and an adventurous writing. When using language as a process of exploration, language will allow the opportunity to stutter the truth. Na Hee-deok's painting of birds flying away and peeling apples at the table during the evening. Poetic moments can arise from the sense of feeling the 'heart pounding' of an apology facing a well-cut apple on a plate, although not a special event. "Redness" is not the color of an apple, but the color of a palpitations, and the round shape resembles "no words" on the table and plate as well as the apple's. The heart that the bird bit and ran away asks if it was an apple or a plate, but it turns out that it belongs to "I" who looks at the apple on the plate. It seems to me that I can listen to the palpitations of things that have lost my heart comes from the pain of loss I have suffered. The description of a plate with its mouth open like a silent light or parentheses spreading around it evokes the inside of the speaker, who is seething unlike the silence outside the window. "I" meets and breaks up with things in the position of the person who has no choice but to swallow other hearts, and such discovery comes from peeling apples in the evening. Pain and wounds are inherent in the ordinary daily life of chipping apples and swallowing them. In a quiet voice, "bird" says, "I" is standing there with an empty body, peeling apples in a place that is not flying away. I accept a sense of despondency about life that is inevitable. The poet does not reveal the word "sick" on the surface, but the image and sensory statements surrounding the apple allow the reader to feel the pain. The poem brings out the sense of loss and pain from ordinary and everyday moments of experience, calmly asking questions and solving them with a specific sense, creating poetic inspiration to the reader.
    Na Hee-deok's "The Question and Answer of the Evening" is an enigmatic poem. It is a work that comes to mind as an impossible image of life on the boundary of life and death, happiness and unhappiness, brightness and darkness, uphill and downhill, and roads and walls. Repeatedly appearing as the main motif of this work. It appears to be taking the form of a question-and-answer from the images of tarot cards. However, they do not rely on everyday speech and take the form of pre-question and answer. In fact, it is more of a poet's advisory answer than a daily conversation, but the answer to the question is more of an inner voice. Such a voice makes me feel the frustration and persistent pain of life's contradictions and difficulties. Poetry can be said to start at a time when it is difficult to ask and answer neatly. Poets may be thrown into many thoughts and worries and suffer from undecided conditions. If the question is to approach the most human-like life in the midst of difficulty in making decisions easily, you can see the willingness to explore to provide an opportunity to shake off anxiety and pain in the slightly missed answer.
    In another work, "Lyric Poetry of Filename," Na Hee-deok tells an anecdote of East German poet Reiner Kunze to express opposition and criticism of surveillance and control. In fact, the East German intelligence department reportedly produced more than 3,500 pages. There can be no such thing as ideological instability in the record of words that would have been contained in the poet's file. Fear and bias are probably the most fundamental factors behind the mobilization of surveillance systems. Through this anecdote, the poet asks us what poetry should be today. Na Hee-deok once said, "Poetry is about listening to other people's pain rather than confessing to my pain, and it is not about replacing pain with enlightenment, but about feeling and experiencing the pain process more vividly." Narrowing the poetic distance between my statement and the pain of the batter. You should be interested in reading and writing literature as a method for living together, not to be alone and archaeologically. To do so, it is necessary to listen, answer, and ask questions again. Thinking about writing in response to society's requests for rescue beyond the system is an important point in literary writing of our tim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1980년대는 노동, 인권, 민중, 여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문학 창작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현실 인식이 적극적으로 발현되었다. 여성시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근대 초기 여성 지식인의 활동이 주로 교육과 종교 활동을 바탕으로 한 계몽 운동의 성격을 지닌 글쓰기였다면, 현대 여성 문인들은 본격적으로 여성성을 탐구하고 글쓰기 작업을 통해 여성 표상을 적극적으로 발견해나갔다. 기존의 사회적 체제 속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고, 남성 중심의 권력과 이념에 맞서는 개별 여성 주체의 목소리를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한국 현대시의 여성성의 탐구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토대로 하여 여성성의 발현 양상과 그 전개 과정을 살피고, 대별적 층위를 살피는 것은 우리 시문학사 전개의 주요한 축을 담당한 여성 문학 주체의 활동을 해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여성을 단지 모성적 존재로만 여기는 사회적 상징 질서 안에서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은 근대 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 지식인들의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특정 사건과 운동의 급진적 목소리에 경도되지 않고 문학 텍스트를 통해 역사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특히 이러한 문학적 시도들이 두드러진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 시인들의 활동과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는 여성 시인들이 언어로 사회적 경계를 허물고 관념을 돌파해나가는 시적 모험을 살피는 작업이다. 시는 상처와 고통의 순간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안해나간다. 여성 시인들의 작품 세계에서 발견되는 시적 표상은 단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여성시에 나타난 다양한 양상들을 비교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적 표상성을 획득하고 의미화한 여성 시인들의 작업과 글쓰기 세계를 해명하는 일로, 이는 실제 여성 운동만큼이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적 의미를 지닌다.
    시대의 폭력에 맞서 전복적인 자아 인식을 보여준 최승자와 노골적이고 대담한 성적 묘사로 도발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 김언희는 가장 직접적으로 기존의 성 관념에 맞선 여성 시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시는 불편함을 초래하는데 그 불편함은 여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부장적 상징 질서 안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는 김혜순과 개인의 기원과 역사적 현재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서사를 창출해낸 최정례의 시에서 지적 탐구와 상상력의 발현은 여성 표상 안에서 가장 극적으로 만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성의 영역과 신성의 영역에 대한 유연한 탐색을 보여준 나희덕의 작품은 최근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탐사로 이어지고 있으며, 토속적인 언어로 질박한 시 세계를 보여준 허수경은 독일 유학 후 보편적인 시간과 휴머니티의 구현으로 나아갔다. 이들 여성 시인의 문학적 움직임 안에는 여성으로서의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과 개진이 포함되어 있다.
    차별과 억압에 노출된 여성의 삶의 국면을 보여준 시인들의 작품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존의 관념에 맞서 어렵게 자기 자신을 인식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물학적 몸에 부착된 관념과 맞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구성되고 새롭게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취급될 필요가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교육 받고 성장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인식하고 여성적 자아를 성찰해 가는 과정에 대한 문학적 탐사는 미래 사회와 여성의 성장에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 연구 결과
    본 연구는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여성성을 탐구하기 위해 최승자와 김언희, 김혜순관 최정례, 나희덕과 허수경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이들 시인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여성 시인으로서 개성적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자신의 시적 지향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개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승자는 사회 구조적 폭력에 맞서 여성 자아를 기존의 관념에 맞서 파괴적이고 전복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었다. 「일찍이 나는」, 「자화상」 등의 작품을 통해 부정적 세계 인식과 전복적 상상력을 찾아볼 수 있다. 낯설고 공격적인 목소리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발현 이후 후기 시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원성의 탐색을 연계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김언희는 급진적인 성 담론을 시의 언어로 구축해 갔다. 성에 대한 노골적이고 난폭한 묘사는 독자를 괴롭히지만, 그 괴로움의 자리는 그간 우리가 얼마나 온순하게 길들여지고, 재래의 관념에 물들었는지를 반성적으로 보여준다. 젠더 의식과 여성 상징을 새롭게 묘파해나가는 시적 응전의 방식으로서 그의 시를 탐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혜순은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허위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었다. 블랙 유머와 풍자적 시각, 냉소적 어조와 구체적 이미지, 첨예한 상상력과 유려한 리듬을 통해 새로운 여성 담론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여러 시집을 통해 여성성의 탐구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죽음과 허무를 넘어서는 여성 특유의 시적 발현 양상을 보여주는 최근 글쓰기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최정례는 꿈, 환상의 세계와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고 낯설게 현실을 묘파해 가는 시적 매력을 보여준다. 일상의 비의와 잠재적 폭력성을 드러내는 시적 방식으로서 꿈과 현실의 간극과 말의 관능이 나타난다. 종종 과거를 다룰 때에도 역사적 시간과 지금 여기의 삶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최근의 산문시에서는 서사적 재구성 방식을 통해서 삶에서 맞닥뜨리는 모순과 불합리를 구현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망각과 죽음에 맞선 인간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담백하면서도 진취적인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나희덕은 서정적 온기와 모성적 친밀함에서 점점 더 사회적 죽음과 폭력, 계층적 불평등 지점으로 시적 관심이 이동하였다. 절망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낱낱이 기록하며 시적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시대의 어둠에 감응하는 시 쓰기를 통해 가부장적 체제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갇히거나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고 공동체적 감수성을 발현하는 여성적 목소리에 깃들여 있는 신성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허수경은 모국어만이 갖는 유장한 리듬과 감각에서 출발하여 보편적이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고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특유의 여성적 섬세함과 포용력은 이미 젠더 의식을 넘어선 인간 내면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데 사라지는 것들 속에 깃든 인간 영혼을 바라보는 작품들을 통해 폐허와 죽음에 맞서는 시인 고유의 방식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연구의 활용 방안
    (1)학문적․사회적 기여도: 개별 시인의 작품 세계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산문집과 번역 시집, 시론집을 추가 검토하여 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여 검토할 수 있다.
    (2)인력 양성 방안: 세미나와 스터디를 통해 여성 시인들의 작품 탐색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여성성의 발현이 가지는 의미를 검토, 정리해 볼 수 있다.
    (3)교육(강의)의 연관성: 현대문학 또는 시 창작 전공 학생들에게 한국 현대시의 여성성 탐구 과정에 대한 학습은 우리 시의 이해와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들 여성 시인의 작품집과 문학적 활동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문학사 연구와 시 창작 연습을 적극 독려할 수 있다.
    (4)후속 연구와의 연계 활용 방안: 여성 시인들의 비교 탐색을 통해 2000년대 이후 여성 시인의 문학적 활동과의 연계성을 고찰해 볼 수 있다.
  • 색인어
  • 한국 현대시, 여성성, 전복성과 성 담론, 몸과 서사, 영성과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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