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이 확장성을 보인 시기는 여성이 교육과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근대 공간으로 진입한 때다. 무엇보다 자유연애와 연애결혼이 활발하게 공론화되는 한편 가정의 충실함을 전제로한 신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독려한 때다. 특히 근대적 주체로서 ...
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이 확장성을 보인 시기는 여성이 교육과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근대 공간으로 진입한 때다. 무엇보다 자유연애와 연애결혼이 활발하게 공론화되는 한편 가정의 충실함을 전제로한 신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독려한 때다. 특히 근대적 주체로서 여성은 연애를 하고 이후 취업보다는 근대적 가정 내에서 자신의 능력과 천분을 다하도록 훈육받던 때다. 전문적 모성과 근대적 가정 경영술, 양처로서의 내조자 등의 역할을 하면 공적 영역에서의 권리와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가정을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징벌은 당연히 뒤따랐다. 즉 공동체 질서에 위배되는 여성은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같은 젠더질서는 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통되었다. 근대적 주체성을 가지면서도 전통적인 내면을 가진 여성상을 소문과 가십을 매개로 훈육한 것이다.
본고는 소문과 가십에 나타난 젠더의식를 비중있게 보여준 대표적 잡지 기사와 소설을 분석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본고의 분석자료는 <<별건곤>>과 <<삼천리>>의 소문과 가십 관련 기사 173편과 같은 시기 발표된 잡지소설 51편이다. 다시 말해 <<별건곤>>과 <<삼천리>>의 기사와 강경애, 김동인, 김명순, 김일엽, 나도향, 나혜석, 박영희, 박종화, 박태원, 석난생, 송영, 신필희, 유진오, 엄흥섭, 염상섭, 이기영, 이익상, 이종명, 이효석, 장덕조, 전영택, 주요섭, 채만식, 최유범, 최인아, 최정희, 현진건 등이 잡지에 게재한 소설에 나타난 소문과 가십을 주제별로 분류해 식민지 근대의 젠더의식을 분석할 것이다. 이들 텍스트는 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이 당대의 사회 문화적 담론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신여성과 근대에 대한 지금까지 선행연구들은 신여성이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자 근대적 산물의 핵심 지표임을 고찰했다. 또한 신여성이 자신의 주체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식민지 근대와 신여성의 존재양식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거시적인 연구는 근대와 여성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성의 사유와 일상에 영향을 끼친 구체적 실재를 찾기 어렵다. 식민지 근대의 젠더의식을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고찰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몇 몇 기사와 소설에 지극히 국한되어 연구되어 왔다. 본고는 이를 뛰어 넘어 신여성을 둘러싼 소문과 가십을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게 분석할 것이다.
소문과 가십에 의해 여성의 사생활은 폭로되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내면은 들춰졌다. 이 과정에서 사회규범 혹은 규율장치가 내면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거짓이 생산되었고 도덕과 윤리의 판단 근거가 만들어졌다. <<별건곤>>과 <<삼천리>>는 나혜석, 김명순, 박인덕, 윤심덕 등 여성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여성을 상대로 연애와 결혼, 외모와 평판 등을 스캔들화했다. 여기에는 여성의 사유와 생활을 범주화·공론화해 젠더질서를 구축한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본고는 다음과 같은 결과물을 얻어낼 것이다. 첫째 잡지 기사와 소설에 나타난 소문과 가십을 대상으로 근대화된 주체적인 여성상을 지향하면서도 전통적인 현모양처를 추구한 당대인의 젠더의식을 살펴 볼 것이다. 소문과 가십이 성별 권력과 사회의 도덕 기준에 나타난 젠더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유통시킨 점을 밝혀 지금까지도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젠더의식의 역사성을 살필 것이다. 둘째 잡지 기사와 소설이 유통한 소문과 가십에 대하여 여성 주체는 어떻게 반응하고 정체성을 형성해 갔는지, 저항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발화를 살펴 신여성 담론의 새로운 주제 접근을 정립하고자 한다. 셋째 소문과 가십이 젠더를 습속화하는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 소문과 가십이 공론화 되면서 다양한 권력관계를 내포하며 여성을 향한 사회적 도덕과 윤리를 훈육한 점을 분석할 것이다. 즉 잡지 기사와 소설이 재현한 소문과 가십을 살피는 일이 당대 사회가 여성다움의 규범을 구축하는 과정에 대한 탐색임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