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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과 서사: 비판적 실천 서사학을 통한 한국 사회의 취약성 연구
Vulnerability and Narrative: Reading the Vulnerability of Korean Society through Practice of Critical Narratology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공동연구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20S1A5A2A03046464
선정년도 2020 년
연구기간 2 년 6 개월 (2020년 07월 01일 ~ 2022년 12월 31일)
연구책임자 황임경
연구수행기관 제주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공동연구원 현황 이소영(제주대학교)
노대원(제주대학교)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 연구의 목적

    이 연구는 한국의 사회, 의료문화, 법제, 문학과 대중문화, 역사와 기억, 여성과 가족에 걸친 다양한 국면들의 ‘취약성(vulnerability)’의 조건과 고통 및 상처 경험을 서사(narrative)를 통해 비판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려는 초학제적 연구 기획이다. 연구 방법론이 될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서사 연구를 텍스트 연구와 비평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현실과 일상의 삶-서사의 회복과 치유, 화해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적·실천적 프로그램이다. 특별히, 서사 연구의 실천적 활용에서 사회적, 윤리적, 교육적 측면의 효용을 강조한다.
    또한, 이 연구는 ‘의학-문학-법학-인류학’(의료인문학 및 서사 의학, 법 서사 비평, 의료사회학, 서사학, 젠더연구) 분야의 상호 조명과 초학제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잠재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취약성의 입체적 관점을 통해 상처와 고통, 치유와 회복에 관한 사유는 더욱 심화 ‧ 확장되고 풍부해질 것이다. ‘취약성’ 개념은 비판적 실천 서사학을 통해 각 전공 영역에서, 그리고 다른 인접 학문들에서도 실천될 수 있는, 확장력 있고 실천적인 이론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1) 어째서 ‘취약성과 서사’인가? ― 위태로운 삶, 서사적 난파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의 확산으로 불안정한 시대에는 표준화된 사회적 서사가 붕괴되며, 개인의 서사 또한 혼란과 위기에 처한다. 불안정 노동, 변화에 대한 찬양, 불확실성은 삶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실존과 삶의 서사를 뒤흔든다. 작금의 개인의 삶과 서사는 ‘서사적 난파’(narrative wreck)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인간의 본래적 취약성에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양극화, 기후 변화와 같은 더해진 사회적 · 환경적 취약성은 오늘날 개인의 서사를 취약성의 서사로 물들인다. 이 시점에, 한국 사회의 취약성의 서사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곧, 취약성의 윤리에서 출발하는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연대와 회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리처드 세넷이 서사적 발화 및 해석 역량의 의미로 말한 ‘서사적 행위능력’(narrative agency)이 사회적으로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론 작업을 넘어선 이 연구의 실천적 지향점이다.

    (2) 스토리텔링 붐 시대, 초학제적 서사 연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기존 서사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프로그램이다. 서사학의 확장성을 이어 나가면서도 사회적 효용을 강조하여, 다양한 서사를 통해 사회의 취약성을 비판적으로 포착하고 치유와 회복, 포용과 화해를 위한 실천을 추구한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와시다 키요카즈가 제안한 ‘임상철학’(臨床哲學)에서도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임상철학이란 ‘괴로워하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학문이자,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일(sym-pathy)’로서 철학적 활동을 전환하려는 기획이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 역시 취약성의 현장에 임하여 괴로움의 이야기를 청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사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서사 연구를 지향한다.

    (3) 사회적 기여 및 시의성 : 치유와 포용을 위한 연구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상처 입을 가능성이라는 존재론적인 영역과 취약성의 불평등한 배분이라는 사회정치적 조건 모두에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누적된 사회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 오랜 국가폭력의 역사와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은 한국 사회에 수많은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경험이 가진 존재론적 차원과 사회구조적 차원 모두에 주목함으로써, 치유와 사회적 정의의 회복을 함께 이뤄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 연구의 성과는 사회적 상흔에 대한 치유가 시급한 한국 사회에서 정의와 치유를 단계적으로 접근하거나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 기대효과
  • 1) 학문적 기대 효과
    (1) 이 연구는 의학, 문학, 법학, 인류학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서로의 관점을 수용하는 새로운 초학제적 방법론을 창출함으로써 최근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융합 연구의 기초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인간을 생물학적인 존재이자 동시에 문화적, 사회적 존재로서 바라보는 ‘생물문화적 접근(Biocultural Approach)’을 지향한다.
    (2) ‘취약성에 대한 비판적 실천 서사학 연구’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거의 논의된 바 없다. 따라서 연구의 결과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취약성’ 및 ‘서사학’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초학제적 관점을 제시하는 기초 연구로서 학문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3) ‘비판적 실천 서사학’ 개념은 다양한 주제의 학제적 연구에 응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 이를테면 질병과 장애, 건강불평등, 죽을 권리 등의 주제에 관한 기존의 학문적 논의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장애학, 포스트휴머니즘, 생명윤리 등의 여러 학제적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초연구로서 학문적 가치가 있다. 또한 관련 학문 분야를 연결하여 향후 융합 연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4) 연구와 관련 주요 문헌 자료를 정리하고, 해외 연구 저서나 논문을 번역함으로써 관련 연구자들에게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연구서를 출간하여 이 분야를 학문적으로 개괄하고 국내에 확산시킬 것이다.

    2) 교육과의 연계 활용 방안
    (1) 재정립된 ‘취약성’ 및 ‘비판적 실천 서사학’ 개념을 각 연구자의 전공 영역인 의학, 문학, 법학, 사회 교육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구진들이 소속 의과대학 및 사범대학에서 예비 의사와 예비 교사의 교육 및 재교육(대학원)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큰 파급 효과를 지닌다.
    ■ 의학 교육 : 기존의 서사 의학이나 의료인문학 및 생명의료윤리 교육에 덧붙여 질병과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 문학 교육 : 서사 윤리학과 문학의 공감 이론과 연결하여 소설 텍스트에 등장하는 환자,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예비 교사로서 문학교육 역량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법학 교육 : 생성 중인 인권을 문학/영화 텍스트를 통하여 찾아내는 데에 ‘상처 입을 가능성’이 활용될 수 있다.
    ■ 사회 교육 : 취약성 개념은 인권 교육뿐 아니라 환경 교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2) 개별 전공 영역에서의 교육에 그치지 않고 의학, 문학, 법학, 인류학이 어우러진 학제간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공 및 교양 강의를 개설할 수 있다.

    3) 사회적 기여 효과
    ▣ 본 연구팀은 선행 과제 수행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2019년에 지역 공공 도서관과의 협업을 통해 15회에 걸친 대중 강연을 성황리에 끝마친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또한 지역 신문에 관련된 책에 대한 서평들을 지속적으로 게재해왔고, 지역 공영방송 문화 토크쇼에 출연하여 질병과 서사, 의료인문학에 대해 설명하는 등 연구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해왔다.
    (1) 연구 성과를 활용한 대중적 글쓰기(신문 칼럼 기고, 서평 게재, 문학평론 게재)와 대중 강연을 통해 ‘취약성’ 과 ‘비판적 실천 서사학’ 개념을 적극 소개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과 관련한 부정적인 정동을 치유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2) 기존의 인권 담론과 소수자 운동, 환자 권리 운동 등에 ‘취약성’을 서사적으로 독해하는 방법을 도입하여 민주 시민으로서 타자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시민 교육의 주제로 활용할 수 있다.
  • 연구요약

  • 1. 연구 방법론의 정립 및 기초 이론 연구

    1) 연구 방법론: 비판적 실천 서사학의 이론 정립

    (1) 서사로서의 삶과 ‘비판적 실천 서사학’ -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
    기존의 서사학이 포이에시스나 프락시스 한쪽을 기반으로 했다면 새로운 서사학은 포이에시스(poiesis)와 프락시스(praxis) 양쪽을 모두 포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서사학은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 사이를 오가는 끝없는 비판-실천의 되먹임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 사회-서사학(socio-narratology)과 의료사회학의 서사 이론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는 사회-서사학을 제안했다. 즉, 이야기는 사람들을 집단과 연결시키고, 특정 플롯에 따라 삶이 전개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행동을 조정한다. 이야기와 사람은 공생 관계에 있으며, 인간관계와 집단, 상호 의존과 배제 같은 ‘사회적인 것’을 창조한다.

    2) ‘취약성 연구(Vulnerability Studies)’의 심화와 확장

    (1) 취약성의 비판적 검토와 취약성 연구의 확장 가능성
    ① 취약성은 취약한가? 취약한 주체의 힘에 대한 재평가 : 취약성은 거의 부정적으로 약점, 결핍, 의존성, 수동성 등의 특성과 연관된다. 그러나 취약한 주체는 외부의 작용을 견뎌내면서 동시에 세계를 점차 변화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지닌다. 이러한 취약성의 재개념화는 주디스 버틀러가 펼친 취약성과 저항의 사유와 연계하여 논의될 수 있다.
    ② 취약성 연구의 확장 가능성 - 취약성의 서사적 소통과 연대 : 취약성 개념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취약한 주체 규정의 문제와 취약성 연구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환자뿐 아니라 의료인 역시 취약한 몸을 지니고 질병과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호 이해의 기반이다.

    2. 구체화된 비판적 실천 서사학 연구

    1) ‘취약성’의 재발견을 통한 질병 및 장애 서사의 비판적 독해
    질병 및 장애 서사에는 질병 및 장애에 관한 개인의 경험과 그로부터 형성되는 관념이나 가치관뿐 아니라 사회가 질병 및 장애를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도 녹아있다. 또한 이 서사는 서사의 조건이자 서사의 매개체인 몸을 재발견함으로써 신체 서사학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2) 전염병의 의학적 이미지와 혐오 서사의 비판적 독해
    근래 들어 좀비는 장르 서사 안팎으로 전염병, 감염, 역학(plague, contagion, epidemiology)의 은유로 간주된다. 좀비로서의 전염병이라는 은유화/서사화 현상은 대중 서사와 의료 사회학, 인권, 서사 윤리학 연구의 학제적 협력 연구 대상이다. 서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서사의 수사적 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안적 서사를 어떻게 생성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비판적 실천 서사학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3) 인권 서사의 비판적 독해 : 취약성과 ‘생성 중인 인권’ 읽기
    서사 문학은 기존 인권담론을 의문시하며 ‘생성 중인 인권’에 대해 사유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난민 유입을 둘러싼 사회적 혐오와 공포를 구성하는 데 서사화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적, 정치적, 절차적 사안이 얽힌 복잡한 문제를 진짜와 가짜의 이항대립적 구분으로써 단순화한 주범도 너스바움이 말한 ‘서사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4) 역사부정 규제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와 ‘역사적 상흔’의 서사화
    2019년 초 한국에서는 이른바 5.18망언을 둘러싸고 역사부정에 대한 사법적 처벌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처벌 법안의 법리적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보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부정이 서사화 되는 방식과 규제화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를 읽어내고자 한다.

    5) 제주 4.3 경험과 여성 생애사에 대한 비판적 서사학 연구
    이 연구에서는 2018년 이후 7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4.3여성 구술사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이를 취약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양극화, 기후 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발현되는 ‘취약성(vulnerability)’의 조건과 고통 및 상처 경험을 서사(narrative)를 통해 비판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려는 초학제적 연구 기획이다. 연구 방법론으로 채택된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서사 연구를 텍스트 연구와 비평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현실과 일상의 삶-서사의 회복과 치유, 화해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적·실천적 프로그램이다.
    또한 본 연구는 ‘의학-문학-법학’(의료인문학 및 서사 의학, 법 서사 비평, 의료사회학, 서사학) 분야의 상호 조명과 초학제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잠재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취약성의 입체적 관점을 통해 상처와 고통, 치유와 회복에 관한 사유는 더욱 심화 ‧ 확장되고 풍부해질 것이다. ‘취약성’ 개념은 비판적 실천 서사학을 통해 각 전공 영역에서, 그리고 다른 인접 학문들에서도 실천될 수 있는, 확장력 있고 실천적인 이론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영문
  • This preliminary research plan aims to contribute to society by critically exploring the conditions, pain, and trauma experienced through vulnerability in emergency situations such as global capitalism, polarization, climate crisis and the COVID-19 pandemic through narratives. The adopted methodology of ‘practice of critical narratology’ is an academic-practical program that not only focuses on text analysis and criticism but also contributes to recovery, healing and reconciliation of real-life narratives.
    Furthermore, this study seeks to provide new academic potential by promoting interdisciplinary cooperation between ‘medicine-literature-law' (medical humanities & narrative medicine; legal-narrative criticism; medical sociology; narratology). Through a multidimensional perspective on vulnerability issues related to pain, trauma, healing, recovery will be further deepened and enriched.
    The concept of 'vulnerability' will be developed into an expansive theoretical framework with practical implications for each field of expertise through the practice of critical narratology. It is expected that this approach can also be applied in other adjacent discipline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는 한국의 사회, 의료문화, 법제, 문학과 대중문화, 역사와 기억에 걸친 다양한 국면들의 ‘취약성(vulnerability)’의 조건과 고통 및 상처 경험을 서사(narrative)를 통해 비판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려는 초학제적 기획이다. 연구 방법론이 될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서사 연구를 텍스트 연구와 비평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현실과 일상의 삶-서사의 회복과 치유, 화해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적·실천적 프로그램이다. 특별히, 서사 연구의 실천적 활용에서 사회적, 윤리적, 교육적 측면의 효용을 강조한다.
    또한, 이 연구는 ‘의학-문학-법학’(의료인문학 및 서사 의학, 법 서사 비평, 서사학) 분야의 상호 조명과 초학제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잠재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취약성의 입체적 관점을 통해 상처와 고통, 치유와 회복에 관한 사유는 더욱 심화 ‧ 확장되고 풍부해질 것이다. ‘취약성’ 개념은 비판적 실천 서사학을 통해 각 전공 영역에서, 그리고 다른 인접 학문들에서도 실천될 수 있는, 확장력 있고 실천적인 이론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의 확산으로 불안정한 시대에는 표준화된 사회적 서사가 붕괴되며, 개인의 서사 또한 혼란과 위기에 처한다. 불안정 노동, 변화에 대한 찬양, 불확실성은 삶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실존과 삶의 서사를 뒤흔든다. 작금의 개인의 삶과 서사는 ‘서사적 난파’(narrative wreck)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인간의 본래적 취약성에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양극화,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더해진 사회적 · 환경적 취약성은 오늘날 개인의 서사를 취약성의 서사로 물들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의 본래적 취약성과 상황적 취약성 모두를 악화시키면서 학계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에서도 취약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점에, 한국 사회의 취약성의 서사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곧, 취약성의 윤리에서 출발하는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연대와 회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기존 서사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프로그램이다. 서사학의 확장성을 이어 나가면서도 사회적 효용을 강조하여, 다양한 서사를 통해 사회의 취약성을 비판적으로 포착하고 치유와 회복, 포용과 화해를 위한 실천을 추구한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와시다 키요카즈가 제안한 ‘임상철학’(臨床哲學)에서도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임상철학이란 ‘괴로워하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학문이자,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일(sym-pathy)’로서 철학적 활동을 전환하려는 기획이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 역시 취약성의 현장에 임하여 괴로움의 이야기를 청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사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서사 연구를 지향한다.
    비판적 실천 서사학은 상처 입을 가능성이라는 존재론적인 영역과 취약성의 불평등한 배분이라는 사회정치적 조건 모두에 주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누적된 사회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오랜 국가폭력의 역사와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은 한국 사회에 수많은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경험이 가진 존재론적 차원과 사회구조적 차원 모두에 주목함으로써, 치유와 사회적 정의의 회복을 함께 이뤄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 연구의 성과는 사회적 상흔에 대한 치유가 시급한 한국 사회에서 정의와 치유를 단계적으로 접근하거나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 연구결과

    1) 연구 1차 연도
    1차 연도에는 취약성 개념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실천 서사학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이론 작업을 수행하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취약성 개념을 통한 현실 이해의 가능성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돌봄과 취약성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인류세적 위기 속에서 포스트휴먼 조건이 강화되고 취약성이 증대되는 현실을 전염병 서사를 통해 파악하거나, 소설 작품 속에서 버틀러의 취약성 개념과 생성 중인 인권 담론의 연결성을 파악하여 학제적 방법론으로서의 ‘비판적 실천 서사학’의 가능성을 시험하였다.
    구체적으로는 (1) 아포칼립스 SF와 인류세 서사를 취약성 개념과 연결시키고, 이를 통해 팬데믹-포스트휴먼의 시대에 취약성을 공유하는 인간, 비-인간 환경의 연대와 전지구적인 행성의 윤리로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2)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취약성의 위기가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는 문제의식 속에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상상하는 데 있어서 돌봄의 중요성을 탐구하였다.
    (3) 동시대 문학에서 취약성의 서사를 발견하고 거기서 생성 중인 인권을 읽어내고자 했다. 특히 소설가 황정은의 작품세계를 통해서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을 가능성에 노출된 인간이 취약성의 연대와 타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지 답을 구해보고자 했다.

    2) 연구 2차 연도
    2차 연도 연구는 의료인문학, 문학, 법학에서 취약성과 돌봄의 서사가 어떻게 발화되고 무엇을 수행하는지 탐구함으로써 ‘비판적 실천 서사학’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또한 취약성 개념과 관련 연구 현황을 국내에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서 취약성 연구가 갖는 의미를 점검해 보는 공동 논문을 기획하여 집필하였다.
    구체적으로는 (1) 철학, 생명윤리, 문학, 법학, 여성학 등에서 논의된 취약성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약성 연구가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 어떤 실천적 함의가 있는지 살펴보는 공동 논문을 집필하였다.
    (2) 기존의 질병 및 장애 서사 연구가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실존적 고통이나 변화된 생활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개인 중심으로 탐구했다면, 본 연구에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발현되는 취약성과 질병 및 장애 서사의 정치성을 연결하고자 했다.
    (3) 박미하일의 『예올리』를 취약성과 포스트휴먼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예올리』는 디아스포라 난민의 불안정하고 취약한 주체(vulnerable subject)로서의 정치적 조건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이질적인 주체들의 수평적인 연대와 환대의 윤리를 통해 취약함을 상상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서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스벨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펑지차이의 『백사람의 십 년』 등에 나타난 역사적 상흔과 취약성에 대한 법문학비평을 수행했다. 특히 해당 작품들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윤리적 모호함에 천착하여 취약성의 재현을 읽어내고자 했다.

    2. 활용 방안
    1) 학문적 기대 효과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취약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관한 논의는 국내에서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학, 문학, 법학의 학제적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연구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취약성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초학제적 관점을 제시하는 기초 연구로서 학문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2) 교육과의 연계 활용 방안
    취약성 개념을 서사와 연계하여 각 연구자의 전공 영역인 의학, 문학, 법학 교육에 각각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구진들이 소속 대학에서 예비 의사와 예비 교사의 교육 및 재교육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중의 파급 효과를 지닌다.

    3) 사회적 기여 효과
    기존의 인권 담론과 소수자 운동, 과거 청산, 환자 권리 운동 등에 취약성 개념을 도입하여 민주 시민으로서 타자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시민 교육의 주제로 활용할 수 있다.
  • 색인어
  • 취약성, 취약성 연구, 서사, 비판적 실천 서사학, 융합 연구, 생물문화적 접근, 서사적 전환, 사회 서사학, 서사 윤리학, 서사 의학, 질병 서사, 장애 서사, 법 서사 비평, 여성주의, 고통, 기억, 트라우마, 인권, 공동체, 윤리, 생명윤리, 코로나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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