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어학 시기에 출판된 문법서에서 당대 연구자들이 보조사의 범주 특성 및 기능을 어떻게 기술하였는지 살펴보면서 보조사 범주의 형성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해보았다. 먼저, 근대국어학 초기 문법서들에서 보조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였는지 살펴본 후, 이 ...
근대국어학 시기에 출판된 문법서에서 당대 연구자들이 보조사의 범주 특성 및 기능을 어떻게 기술하였는지 살펴보면서 보조사 범주의 형성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해보았다. 먼저, 근대국어학 초기 문법서들에서 보조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였는지 살펴본 후, 이후 문법서에서의 계승 양상을 보조사 범주 설정의 유무로 나누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근대국어학 초기(~1910년)에 해당하는 문법서인 유길준(1909), 김규식(1909), 주시경(1910) 등에서는 보조사를 별도의 범주로 따로 유형화하지 않고 격조사와 함께 기술함으로써 이들에게도 격표시 기능을 부여하였다. 아울러 유길준(1909)에서 ‘은’을 말의 뜻이 초중(稍重)하다고 한 점, 김규식(1909)에서 ‘은, 는’을 다른 특별한 혹은 반대의 뜻을 나타낸다고 한 점, 주시경(1910)의 한가지만, 다름만, 다름한만, 안가림만, 낫됨만, 특별함만, 홀로만, 낫한만 등의 명명 방식 등에서 보조사가 격조사와 구분되는 고유한 의미적 특징이 있음을 인지하였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의 이러한 인식은 이후 문법서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조사의 문법적, 의미적 특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논의들이 나타나는 계기가 되었다.
근대국어학 시기 출판된 문법서 중 조사 체계 내에서 보조사를 따로 범주화하여 그 범주 특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최초의 문법서는 김희상(1911)이다. 김희상(1911)의 변동토는 격위토를 대신하며, 의미적으로는 전성토나 접속토에 붙어 말의 뜻을 변하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후 김두봉(1916)의 돕음겻은 임씨 아래에서 임자겻이나 매임겻으로 기능하는 토로 정의되어 문법적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전 문법서들과 달리 돕음겻의 의미 특성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한편, 안확(1923), 홍기문(1927), 박승빈(1935), 최현배(1937) 등에서는 보조사의 의미 특성이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안확(1923)의 도량조사는 정도를 헤아리는 의미를 표시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는데, 정도나 범위를 한정하는 성격이라 당시 문법서에 제시된 일반적인 보조사의 의미 특성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홍기문(1927)의 후계사도 의미를 표시하는 것이긴 하나 후계사에 대해 서양의 전치사와 비슷하다고만 기술하여 그 범주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안확(1923), 홍기문(1927) 모두 격표시 조사와 의미를 표시하는 조사를 따로 구분하여, 보조사의 격표시자로서의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승빈(1935)의 별동조사는 다른 말에 붙어 그 의의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표격조사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현배(1937)의 도움토씨도 문장에서 일정한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며 뜻을 돕는 구실을 하는 토로 규정하여 보조사의 격표시 기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남궁억(1913), 리필수(1923), 이규방(1922), 강매·김진호(1925), 이완응(1929), 박상준(1932), 심의린(1936) 등에서는 따로 보조사 부류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개별 보조사들에 대한 문법적, 의미적 기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 중 이규방(1922), 이완응(1929), 박상준(1932) 등에서는 이들의 용법을 설명하면서 접사, 의존명사와 보조사 간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어 범주 간 경계의 모호함이 당대에도 문제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근대국어학 시기 문법서에 나타난 보조사에 대한 인식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유길준(1909), 김규식(1909), 주시경(1910) 등 근대 초기 문법서에서는 보조사를 격조사와 구분하여 따로 범주화하지 않았으나 보조사의 기능, 의미에 대한 기술이 이후 문법서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보조사를 범주화하여 그 문법적, 의미적 기능을 부여한 것은 김희상(1911)이다. 이후 김두봉(1916)의 견해를 따라 보조사의 문법적 기능을 중심으로 고찰한 문법서들도 있었고, 안확(1923), 홍기문(1927)을 거쳐 박승빈(1935), 최현배(1937) 등에서처럼 보조사의 의미 기능을 중심으로 고찰한 문법서들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보조사를 따로 범주화하지 않은 문법서들도 있긴 하였지만, 보조사 개별 형태들에 대한 기술에서 당대 문법서들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의미나 용법 등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접사, 의존명사와 보조사 간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어 범주 간 경계의 모호함이 당대에도 문제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