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 추리소설 속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 작품을 중심으로- A narrative of detective characters in Korean and Spanish detective stories
-Focusing on the works of Váquez Montalbán and Kim Seong-jong-
스페인 문학 전공자로서 스페인 문학작품만 다루는 연구가 아닌 한국 문학작품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연구의 저변을 넓히고, 특히 현대사적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한국과 스페인이라는 두 나라에서 70~80년대라는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던 추리소설이 각광 받았던 배 ...
스페인 문학 전공자로서 스페인 문학작품만 다루는 연구가 아닌 한국 문학작품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연구의 저변을 넓히고, 특히 현대사적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한국과 스페인이라는 두 나라에서 70~80년대라는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던 추리소설이 각광 받았던 배경에 관심이 갔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이 시기에 나온 추리소설이 고전적 추리소설과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흑색소설(novela negra)’이라는 장르로 연구하고 있으며 사회 반영적 소설로서 그 장르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추리소설이 하위장르로 취급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문학 장르로서의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두 나라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추리소설이 출판되었지만, 두 나라의 추리소설의 비교연구를 위해 본 연구는 시기적・사회적으로 비슷한 배경에서 탄생한 추리소설이면서도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에 한정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스페인의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Manuel Vázquez Montalbán)의 ‘카르발로 시리즈’와 김성종의 몇몇 추리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오병호’라는 두 인물의 탐정 캐릭터 분석을 통해 추리소설을 장르로서 분석하는 것에서 벗어나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를 통해 이 작품들이 단순한 대중소설에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의미를 증명해 보고자 한다. ‘탐정’은 추리소설의 기본 요소로 사건 해결에 중심이 되는 인물이지만, 스페인과 한국의 70~80년대의 추리소설 시리즈에서의 탐정은 단순한 살인사건의 문제해결만을 위한 인물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로서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 반영적 특징을 가지는 당시의 추리소설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두 나라 추리소설의 탐정 캐릭터를 비교하여 연구한 논문이 국내외적으로 전무후무한 실정이라 학술논문으로서도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의 추리소설과 김성종의 추리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인 탐정과 형사라는 캐릭터의 서사화가 보여주는 장르적 특징과 더불어 두 나라의 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 및 시대적 특징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 국내에 번역된 바스케스 몬탈반의 작품은 문신과 남쪽바다 두 작품뿐인데 본 연구를 통해 국내에 몬탈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고, 아울러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스페인의 흑색소설과 한국의 추리소설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효과
<학문적·사회적 기대효과>
본 연구의 학문적, 사회적 기대효과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 작품의 국내 소개이다. 현대 스페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흑색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바스케스 몬탈반은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명성에 ...
<학문적·사회적 기대효과>
본 연구의 학문적, 사회적 기대효과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 작품의 국내 소개이다. 현대 스페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흑색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바스케스 몬탈반은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명성에 비해 국내에 그의 문학세계와 작품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23권에 달하는 그의 카르발로 시리즈는 한국에서 단 두 작품인 문신과 남쪽바다만이 번역 출간되었을 뿐,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는 국내에 그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문학세계는 물론 소개되지 않은 카르발로 시리즈를 소개함으로써 관련 작품들의 번역 등 관심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페인 추리소설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바스케스 몬탈반의 추리소설은 해외에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영미권 추리소설에 비해 스페인어권 추리소설에 대한 연구도 드문 실정이다. 또한 스페인 추리소설을 한국 추리소설의 대가인 김성종의 작품들과 연관해서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이 작품들을 통해 학문적·사회적 배경의 유사성을 찾아보는 연구는 스페인 문단과 한국 문단의 교류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스페인 현대문학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다. 국내에서 20세기 중반~ 21세기까지의 스페인 현대문학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스페인 현대문학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후속 연구와의 연계 활용방안>
본 연구의 후속 연구와의 연계 활용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스페인문학 관련 커리큘럼의 심화, 확대이다. 현재 각 대학의 스페인어 관련 학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스페인의 현대문학 관련 강좌는 대부분 시기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대부분 20세기 초에 국한되거나 프랑코 독재 시대 이전의 내전 문학까지로 그 범주가 한정되어 있는 편이다. 본 연구는 프랑코 시대를 기억하고 스페인의 민주화 과정을 몸소 보여주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어 이후 그의 23권에 달하는 카르발로 시리즈 연구를 통해 프랑코 독재 이후의 스페인 현대문학을 커리큘럼에 반영하여 학생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페인과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소설들은 프랑코 시대를 거쳐 민주 전환기의 스페인 현대사를 포괄하고 있으며, 김성종의 소설들은 6.25에 대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분단된 사회의 아픔, 박정희 독재체제 등의 현대사를 배경에 두고 있다. 바스케스 몬탈반의 작품은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연작을 통해 그간 스페인 현대사가 겪은 패러다임의 미시적인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비록 연작 시리즈는 아니지만 김성종의 오병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 또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 분석은 이후 두 나라의 작품 비교 시 하나의 방법론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비단 스페인 문학, 문화 관련 수업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한국의 정치, 사회 관련 강좌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추리소설은 19세기 구주에서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범죄의 증가로 부르주아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출현한 범죄소설을 기원으로 영미권에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명탐정들이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 ...
추리소설은 19세기 구주에서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범죄의 증가로 부르주아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출현한 범죄소설을 기원으로 영미권에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명탐정들이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급격한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온갖 범죄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던 미국에서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나 대쉴 해미트의 ‘샘 스페이드’와 같이 본능에 의존하여 사건에 직접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쳐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들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이러한 미국식 추리소설은 고전적추리소설과 구분하여‘하드보일드’소설이라고 칭한다. 장윤정은 이러한 하드보일드 소설과 구주의 고전적 추리소설의 차이점으로 작품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배후에는 “조직이나 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숨겨져 있는데, 이것은 바로 사회 체제의 한계와 모순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1970년대 등장한 한국과 스페인의 추리소설은 이러한 하드보일드 소설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 이는 두 나라에서 모두 급격하게 발전한 자본주의의와 도시의 출현 등의 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내전, 군사독재와 민주화라는 굵직한 사건들로 사회적 모순과 체제의 한계라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문학 장르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자는 스페인과 한국의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의 작품을 선택하고자 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흑색소설 작가 바스케스 몬탈반은 흑색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스페인의 저명한 비평가 호세 비센테 사발(José V. Saval)은 “바스케스 몬탈반이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와 해미트의 샘 스페이드를 잇는 스페인 흑색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영웅인 페페 카르발로를 탄생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가 돋보이는 카르발로 시리즈 중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반영했던 스페인의 민주전환기(1975-1983)에 해당하는 초기작품인 매니저의 고독 La soledad del manager(1977), 남쪽바다(1979), 중앙위원회에서의 살인 Asesinato en el Comité Central(1981), 방콕의 새들 Los pájaros de Bangkok(1983)로 한정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은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집필한 작가로도 유명하며, 현재까지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쓰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성종은 그의 첫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관(1969)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이후 최후의 증인(1974)으로 <한국일보>가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시행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었다. 또한 그는 1986년 ‘추리문학대상’과 2002년 제17회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필력을 인정받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증인은 탄탄한 서사로 시대를 잘 반영한 사회소설의 면모를 보이면서 그의 작품 중 학술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작품이다. 장편소설인 최후의 증인의 주인공인 형사 ‘오병호’는 비록 서로 유기적이지는 않지만, 김성종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형사‘오병호’라는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흑색소설의 히어로 ‘카르발로’와 함께 비교연구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김성종표 추리소설의 상징인 오병호 형사는 비정한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서사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바스케스 몬탈반의 카르발로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있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김성종의 추리소설 중에 오병호 형사가 등장하는 어느 창녀의 죽음(1969), 최후의 증인(1974), 형사 오병호(1977) 라는 세 작품을 선택하여 스페인과 한국의 대표적 추리소설의‘탐정 캐릭터의 서사화’를 통해서 당시 두 나라의 시대적 아픔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스페인과 한국 문단에서 1970년대 붐을 이루었던 추리소설의 대가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은 추리소설의 불모지에서 단지 형식에만 치우친 추리소설이 아닌 당대의 시대상을 잘 녹여낸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스페인에서는 바스케스 ...
스페인과 한국 문단에서 1970년대 붐을 이루었던 추리소설의 대가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은 추리소설의 불모지에서 단지 형식에만 치우친 추리소설이 아닌 당대의 시대상을 잘 녹여낸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스페인에서는 바스케스 몬탈반을 선두로 프란시스코 곤살레스 레데스마(Francisco González Ledesma),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 후안 마드리드(Juan Madrid), 안드레우 마르틴(Andreu Martín), 호르헤 마르티네스 레베르테(Jorge Martínez Reverte) 등 당대의 실력 있는 작가들은 추리소설이 삶의 모순을 밝히기에 적합한 형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시대반영을 목적으로 흑색소설의 창작에 몰두하였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양성보다는 김성종이라는 작가에 추리소설계가 집중된 현상”을 보이며 “추리소설은 대중문학의 한 범주이자 장르소설로 대체로 외면받아왔고, 많은 작가군이 형성되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작가는 각각의 문단에서 그들의 히어로인 ‘카르발로’와 ‘오병호’라는 서사적인 탐정을 탄생시켜 여러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그들만의 고유한 탐정 캐릭터를 완성 시켰다. 그들은 고전적 추리소설 탐정들의 지적이면서 다소 차가운 성격, 뛰어난 논리, 이성적 추리력을 갖추었다기보다 평범하지만, 열정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그들은 사회에 숨겨진 비극적 역사와 당대의 현실을 마주하며 환멸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도 하기에 독자는 어느새 그들의 서사에 주목하게 된다. 탐정 카르발로와 오병호 형사는 이렇게 단순히 장르적 소설로 치부될 뻔한 추리소설에 그들의 서사를 더함으로써 “당시의 문제의식을 표면화”시켜 각각 ‘흑색소설’과 ‘변용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를 통해 독자는 좀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당대의 현실에 다가갈 수 있으며 추리소설이 본격소설로 전환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영문
Manuel Vázquez Montalbán and Kim Seong-jong, masters of mystery novels that boomed in the 1970s in Spanish and Korean literature, drew attention from the literary circles by creating mystery novels that reflected the contemporary times, not just a for ...
Manuel Vázquez Montalbán and Kim Seong-jong, masters of mystery novels that boomed in the 1970s in Spanish and Korean literature, drew attention from the literary circles by creating mystery novels that reflected the contemporary times, not just a form-oriented mystery novel in a barren land of mystery novels. In each country, the two writers created detectives that have their own personal narrative named Pepe Carvalho and Oh Byung-ho respectively, their heroes, and completed their own unique detective characters through several works. Compared to the detectives in classic detective novels with an intelligent and somewhat cold personality, excellent logic and reasoning power, Carvalho and Oh Byung-ho show the aspect of humanists who are ordinary but passionate and considerate of the socially disadvantaged. In addition, as they are fragile human beings who are disillusioned and suffer in the face of the tragic history hidden in society and the reality of the time, the reader pays attention to their narratives. Detectives Carvalho and Oh Byung-ho play an important role in creating a new genre of mystery novels called "black novels" and "metamorphic detective novels," respectively, by adding their narratives to these mystery novels that were almost dismissed as genre novels. In addition, through the narrative of these detective characters, the reader can approach the reality of the time in a friendlier and more natural way, and the possibility of converting a mystery novel into a full-fledged novel can be seen.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스페인과 한국 문단에서 1970년대 붐을 이루었던 추리소설의 대가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은 추리소설의 불모지에서 단지 형식에만 치우친 추리소설이 아닌 당대의 시대상을 잘 녹여낸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스페인에서는 바스케스 ...
스페인과 한국 문단에서 1970년대 붐을 이루었던 추리소설의 대가인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과 김성종은 추리소설의 불모지에서 단지 형식에만 치우친 추리소설이 아닌 당대의 시대상을 잘 녹여낸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스페인에서는 바스케스 몬탈반을 선두로 프란시스코 곤살레스 레데스마(Francisco González Ledesma),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 후안 마드리드(Juan Madrid), 안드레우 마르틴(Andreu Martín), 호르헤 마르티네스 레베르테(Jorge Martínez Reverte) 등 당대의 실력 있는 작가들은 추리소설이 삶의 모순을 밝히기에 적합한 형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시대반영을 목적으로 흑색소설의 창작에 몰두하였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양성보다는 김성종이라는 작가에 추리소설계가 집중된 현상”을 보이며 “추리소설은 대중문학의 한 범주이자 장르소설로 대체로 외면받아왔고, 많은 작가군이 형성되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작가는 각각의 문단에서 그들의 히어로인 ‘카르발로’와 ‘오병호’라는 서사적인 탐정을 탄생시켜 여러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그들만의 고유한 탐정 캐릭터를 완성 시켰다. 그들은 고전적 추리소설 탐정들의 지적이면서 다소 차가운 성격, 뛰어난 논리, 이성적 추리력을 갖추었다기보다 평범하지만, 열정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그들은 사회에 숨겨진 비극적 역사와 당대의 현실을 마주하며 환멸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도 하기에 독자는 어느새 그들의 서사에 주목하게 된다. 탐정 카르발로와 오병호 형사는 이렇게 단순히 장르적 소설로 치부될 뻔한 추리소설에 그들의 서사를 더함으로써 “당시의 문제의식을 표면화”시켜 각각 ‘흑색소설’과 ‘변용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추리소설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를 통해 독자는 좀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당대의 현실에 다가갈 수 있으며 추리소설이 본격소설로 전환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본 연구의 결과는 사회적, 학문적으로 세 가지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다. 먼저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 작품의 국내 소개이다. 현대 스페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흑색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바스케스 몬탈반은 수많은 저명문학상을 수상한 명성에 비해 그의 문학세 ...
본 연구의 결과는 사회적, 학문적으로 세 가지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다. 먼저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 작품의 국내 소개이다. 현대 스페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흑색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바스케스 몬탈반은 수많은 저명문학상을 수상한 명성에 비해 그의 문학세계와 작품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23권에 달하는 그의 카르발로 시리즈는 한국에서 단 두 작품인 문신과 남쪽바다만이 번역 출간되었을 뿐,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는 국내에 그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문학세계는 물론 소개되지 않은 카르발로 시리즈를 소개함으로써 관련 작품들의 번역 등 관심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효과는 스페인 추리소설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바스케스 몬탈반의 추리소설은 해외에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영미권 추리소설에 비해 스페인어권 추리소설에 관한 연구도 드문 실정이다. 또한 스페인 추리소설을 한국 추리소설의 대가인 김성종의 작품들과 연관해서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이 작품들을 통해 학문적·사회적 배경의 유사성을 찾아보는 연구는 스페인 문단과 한국 문단의 교류에도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현대문학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다. 국내에서 20세기 중반~ 21세기까지의 스페인 현대문학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스페인 현대문학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후속 연구와의 연계 활용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스페인문학 관련 커리큘럼의 심화, 확대이다. 현재 각 대학의 스페인어 관련 학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스페인의 현대문학 관련 강좌는 대부분 시기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대부분 20세기 초에 국한되거나 프랑코 독재 시대 이전의 내전 문학까지로 그 범주가 한정되어 있는 편이다. 본 연구는 프랑코 시대를 기억하고 스페인의 민주화 과정을 몸소 보여주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어 이후 그의 카르발로 시리즈 연구를 통해 프랑코 독재 이후의 스페인 현대문학을 커리큘럼에 반영하여 학생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페인과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스케스 몬탈반의 소설들은 프랑코 시대를 거쳐 민주 전환기의 스페인 현대사를 포괄하고 있으며, 김성종의 소설들은 6.25에 대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분단된 사회의 아픔, 박정희 독재체제 등의 현대사를 배경에 두고 있다. 바스케스 몬탈반의 작품은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연작을 통해 그간 스페인 현대사가 겪은 패러다임의 미시적인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비록 연작 시리즈는 아니지만 김성종의 오병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 또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탐정 캐릭터의 서사화 분석은 이후 두 나라의 작품 비교 시 하나의 방법론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비단 스페인 문학, 문화 관련 수업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한국의 정치, 사회 관련 강좌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