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연구 대상은 대체로 1920년 전후의 동인지 시대부터 1930년대 문학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시인들의 미적 개념의 이해 수준과 내용, 그리고 그들의 시 텍스트들이다. 이들 시인들에게 나타나는 미학의 개념의 내용을 살펴보고 통시적으로 이를 우리 근대시 장르의 지 ...
본고의 연구 대상은 대체로 1920년 전후의 동인지 시대부터 1930년대 문학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시인들의 미적 개념의 이해 수준과 내용, 그리고 그들의 시 텍스트들이다. 이들 시인들에게 나타나는 미학의 개념의 내용을 살펴보고 통시적으로 이를 우리 근대시 장르의 지속과 변모과정 속에 놓고자 한다. 여기에는 많은 근대적 개념에 대한 언어학적 탐색이 필요하다. 즉 근대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 '미'(도향, 회월), '예술'(, 노자영, 회월, 찬영, 백악), '여성'(도향, 회월), '어린이'(월탄), '상징'(회월), '결핵'(도향, 이장희), '나, 자아'(황석우, 이장희, 남궁벽, 이상화), '고독'(이상화, 나도향, 회월, 장희), '자연'(석우, 정태신) 등에 대한 개념의 형성과 그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 개념 속에서 '근대시'의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의 탐색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 같은 개념의 인식이 근대시 텍스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곧, 나, 죽음, 어린이, 여성, 슬픔, 달빛, 고독, 유령 등의 '관념적으로' 이해된 이 개념들이 근대시, 근대 미학 등의 개념과 어떻게 충돌하고 어울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본 연구의 중요한 목표가 바로 근대시의 주류인는 이들 테마가 근대시 장르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근대시의 형식적인 변모와 지속 과정을 앞에서 행한 연구들과의 연계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결국 크게 말해서 근대시의 기원을 탐색하는 작업으로 이는 근대문학에서 주체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시인, 소설가인 '나'를 인식하는 과정과 동일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근대시인들, 박영희, 주요한, 박종화, 김석송, 남궁벽, 황석우, 홍사용의 텍스트들을 통해서 이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남궁벽의 시 [이러하게 살고십다]와 [자아의 존귀]에서 '자아'는 우리 시 텍스트에서 처음으로 존귀성을 부여받는다. 남궁벽은 자아를 만물 가운데 최고의 존재로 인식했고 성찰의 대상으로 놓을 수 있었다. 그는 자아를 만물을 운행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 한 가운데 존재하는 가장 신비스럽고 존귀한 존재로 규정한다. 자아를 성찰의 대상으로 놓는다는 것은 자아를 객관화 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자아에 대한 존귀감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아를 성찰하되 그것은 나르시즘으로서 근대 시에 수용된다. 감정의 토로나 발산을 위해서, 자기 감정을 통째로 실어 나르는 도구로서의 시를 이해하는 낭만적 서정시 단계로 이를 이해할 수 있지만은 않다. 이 말은 이 시기 근대시 형성 과정에서 엘리트들의 감읍벽이나 단순한 낭만적 자기 감정의 방출을 위해서 시가 기능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들은 자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자기의 존귀함을 느꼈던 최초의 고백자들이다. 대상화되고 객관적인 성찰의 대상으로서 자아가 규정되자 낭만주의적 감정 전달자로서의 시인의 중요성은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 염상섭이 '센티멘탈리즘'이라고 본 것은 이 정결한 내면성이었다. 그래서 남궁벽, 이장희, 홍사용, 주요한 등의 시는 서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자기를 관철의 대상으로 놓는 것, 그것은 그대 예술사의 가장 근본이 되고 근대예술이 힘을 얻고 추동력을 가속화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양 예술사에서 근대예술의 태동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가늠자로 쓰이는 것은 예술가의 '자기 의식'이다. 이 근대의 철학은 예술가가 스스로를 주체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인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것은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 과정과 등가적 관계에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에게서 신이나 궁정에 소속된 노예적인 운명감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예술가로 인식하고 그 예술가인 자기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자각함으로써 그들은 근대예술가의 부모가 된다. 이 같은 자기 인식은 바로 미학 개념의 형성과정에서 가능해진 것이며 이것이 근대시의 중요한 계보학을 이루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