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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상세정보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평과 그 미학적 층위
The Phase of the History of the Narrative Literature in the 16th Century and its Aesthetic Horizon
  • 한국연구재단 기초학문자료센터 DB구축사업 참여 관련분야 전문가가 추가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선도연구자지원
연구과제번호 2003-041-A00279
연구기간 2003-12-01~ 2004-11-30
연구책임자 정출헌(부산대학교)
연구수행기관 부산대학교
  • 신청시초록
  • 이 연구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사에서 차지하는 16세기의 서사문학적 지평을 다각도로 조망해 보고, 이 시기 서사문학이 구현하고 있는 미학적 층위를 섬세하게 분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목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부 목표를 설정, 해명함으로써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평과 그 미학적 층위를 해명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ꊱ 조선 전기 사대부 문인의 다양한 문예취향과 전기소설의 위상을 확인한다.
    나말여초에서 조선 전기에 이르는, 이른바 초기 한문소설사는 전기소설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초기 한문소설사의 지평을 온전하게 해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야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전기소설이 본 궤도에 오른 15-6세기는 다양한 漢文敍事文學이 경합을 벌이던 시대였다. 실제로 <금오신화>라는 전기소설의 걸작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수이전>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내재적인 발전 경로라든가 <剪燈新話>가 몰고 온 외재적인 영향 관계만을 주목해서는 안 된다. 김시습이 몸담고 있던 15세기 사대부 문인의 문예취향과 독서문화를 보다 중시해야 하는데, 그때 우리는 방외인 김시습과 대척적인 지점에 배치하기 일쑤였던 훈구파 관료들이 창작한 <太平閑話滑稽傳><慵齋叢話>와 같은 필기패설류의 창작열과 <太平廣記><剪燈新話>와 같은 지괴전기류의 독서열을 전기소설의 창작 배경과 연계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ꊲ 조선 전기 사대부 문인의 복잡한 세계관과 전기소설의 다층적 미의식을 섬세하게 규명한다.
    한문소설 연구자들은 전기소설 작품의 예술적 성취와 문학사적 위상을 논의할 때면, 그 평가의 기준으로 늘 <금오신화>를 내세우곤 한다. 분명, 현실에서 소외된 중세 지식인만이 지닐 수 있는 고독한 내면풍경이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착잡하게 그려진 작품이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나말여초에 창작․유통된 <崔致遠>과 <薛氏女>의 상이한 작품 세계가 시사하듯, 전기소설은 문인지식인 특유의 정련된 미의식으로 다듬어진 층위와 보다 저층의 민간적 삶과 교감하며 형성된 층위가 함께 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조선 전기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愼獨齋手澤本傳奇集>에 <萬福寺樗蒲記>와 함께 실려 있는 <崔文獻傳>은 그런 조선 전기 전기소설사의 복잡한 층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늦어도 1579년 이전에 창작된 <최문헌웰오?조선 전기 사대부 문인 주변에서 떠돌던 일화적 차원의 담론과 보다 저층에서 유전되던 민간적, 무속적 차원의 담론이 결합하여 형성된 작품이다. 그런 까닭에 <금오신화>와 같은 전기소설과 구별되는 민간 서사체 특유의 투박한 서사구조와 미의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조선 전기는 이렇듯 각양각색의 세계관이 혼재되어 있던 시대였고, 그런 까닭에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儒家的 世界觀 이면에 면면히 흐르고 있던 佛敎的, 道家的, 巫俗的 世界觀을 해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ꊳ 중국 백화체 희곡의 번안, 번역 과정과 그 문학사회학적 맥락을 면밀하게 살핀다.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평은 중국에서 유입된 장편 백화체 희곡작품을 전기소설의 서사문법으로 번안, 창작한 일련의 작품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의 희곡 <형차기>를 한문과 국문으로 번역, 번안한 <王十朋奇遇記>를 비롯하여 洛西居士 李沆이 명나라 丘濬이 창착한 <伍倫全備記>를 번역, 번안하여 간행, 보급한 <五倫全傳>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장편의 백화체 희곡을 단편의 문어체 전기소설로 전환시킨 작품인데, 특히 그 과정에서 이념적 교화의 색깔을 짙게 덧칠하고 있다. 16세기 이후 상층 사대부들은 자신이 꿈꾸던 ‘성리학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三綱行實圖><小學><朱子家禮><鄕約>과 같은 교훈서를 통해 당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個人-家族-共同體 차원에서 세세하게 재편, 통제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경기체가, 시조와 같은 시가문학을 활용하기도 했던바, 16세기에 이르면 소설도 여기에 가세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소설이 이런 이념적 교화의 수단에 동원된 현상은, 그때 이미 소설이 당대인에게 사랑 받는 문예물로 성장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평을 설계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바다.
  • 결과등록초록
  • ꊱ 초기 고전소설사의 구도는 ꡔ금오신화ꡔ에서 <홍길동전>으로 뛰어넘곤 했다. 16세기라는 한 세기를 공백으로 비워둔 셈이다. 하지만 <기재기이>·<주생전>과 같은 傳奇, <천군전>·<수성지>·<화사>와 같은 假傳, <장생전>·<남궁선생전>·<장산인전>과 같은 傳記, 그리고 <대관재기몽>·<원생몽유록>·<금생이문록>과 같은 夢遊錄을 편입·재조명함으로써 15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16세기라는 연대기의 서사문학적 지평을 최근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16세기의 서사문학적 지평을 해명하여, 소설의 싹을 틔운 15세기와 소설의 시대를 열어젖힌 17세기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물론 16세기를, 15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교량적·과도적인 시기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16세기는 어느 시기보다 ‘새로운 출발’과 ‘독자적 성격’이 뚜렷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또는 성리학적 질서가 본격적으로 실험되고 전사회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념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엄청난 기획에는 이전 시기의 낡은 전통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모험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당연하게 포함된다. 때문에 16세기는 ‘지속과 변주’의 관점만이 아니라 ‘단절과 출발’의 관점을 함께 견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ꊱ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지평을 읽는 시각은 대략 세 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다양한 서사갈래 자체의 층위, 둘째는 사대부 문인의 복합적인 세계관 및 문예미학 층위, 셋째는 서사 유형의 역할 및 서사미학의 층위가 그것이다. 즉, 필기·패설과 지괴·전기가 맺고 있던 얽힘과 갈림의 실상, 사대부 문인에게 보이는 문예미학의 복합적 국면, 그리고 모순적 관계로 읽힐 법한 서사적 흥미와 이념적 교화의 결합 양상에 보다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장르론적 시각에 긴박되지 않고, 16세기를 재조명 할 필요가 있다. 그때, 16세기 서사문학사의 유형으로 인물서사, 전기소설, 서사우언, 그리고 번안소설을 꼽을 수 있다. 좀더 폭넓은 고찰을 통해 확정해야겠지만, 서사문학사의 층위를 분별하고 그에 따른 문예미학의 특징을 고찰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서는 대체적으로 원용할 만하다. 더욱이 초기 한문소설의 미학적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점도 이런 유형 분류와 부합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현실계와 초현실계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세계인식, 사실과 허구로부터 맛보게 되는 擬似事實的 체험, 작가의 현실 소외감과 잠재된 자부심의 이율배반적 길항 관계, 작품 창작에서 구현된 관습적 면모와 그로부터의 일탈이 빚어내는 변주, 서사와 서정이 어울린 한문산문의 문예적 전통 등이 그것이다.

    ꊱ 16세기 서사문학의 미학은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성취를 지닌다. 첫째, 人物敍事는 견문으로 갈무리한 사실과 허구가 혼합된 서사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설공찬전>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는 15세기 훈구파 문인의 문예취향이던 見聞의 기록, 博學의 자료라 할 필기·패설의 맥락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사대부 문인이 견문한 사실에 기반해 핍진한 서사미학을 구가하고 있는바, 이는 ‘견문의 기록’에서 ‘허구의 서사’로 나아가는 과도기이기도 했다. 둘째, 전기소설은 오래 전에 구축된 전기적 서사문법의 계승과 변주라는 서사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하생기우전>이라든가 <주생전>은, 전 시기에 창작된 우리의 <만복사저포기>라든가 중국 당나라 때 지어진 <霍小玉傳>과 <鶯鶯傳> 등을 절묘하게 交織해 만든 작품이다. 그런 계승과 변주의 과정을 통해 전근대 동아시아 문학의 오랜 서사문법을 흥미롭게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敍事寓言은 지식인의 은밀한 욕망을 담은 우의하고 있는 서사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서사우언은 지배담론에 가탁해 주류담론 자체를 교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유형은 가전과 몽유록이다. <서재야회록>, <천군전>, <수성지>, <화사>와 같은 작품이 전자라면, <안빙몽유록>, <대관재기몽>, <금생이문록>, <원생몽유록>과 같은 작품은 후자이다. 이들 작품은 주류적 담론 또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품고 있던 지식인의 의문을, 사물과 마음의 의인화를 통해, 또는 꿈이라는 가상의 수법을 빌어 공공의 장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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