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일본 참의원 선거의 전국구(비례구)를 대상으로 유권자, 특히 지지층의 의식변화에 따른 자민당 집표전략의 효용과 한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본 정치과정 속에서 유권자-정당 관계의 가변성을 밝히는 데에 있다. 이에 본 연구는 1955-2007년 사이의 ...
이 연구의 목적은 일본 참의원 선거의 전국구(비례구)를 대상으로 유권자, 특히 지지층의 의식변화에 따른 자민당 집표전략의 효용과 한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본 정치과정 속에서 유권자-정당 관계의 가변성을 밝히는 데에 있다. 이에 본 연구는 1955-2007년 사이의 참의원 전국구(비례구)에 대한 자민당의 선거전략에 착안하여 지지층 및 지지집단(경제계, 농업계, 상공·중소기업계, 건설업계, 운유업계 등)에 대한 선거대응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참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자민당의 집표전략은 일당우위체제기인 1980년대까지 유효하였고, 이후 기존 집표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1955-1980년대의 지지층 대응전략은 정책의 수익자가 되는 유권자 집단의 대상과 범위를 재설정함으로써 지지층의 포괄 또는 새로운 지지구조를 모색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설정한 유권자 집단의 카테고리가 고정지지층의 배제와 신지지층의 구축이 아니었다. 당 지도부는 중핵지지층을 전환하고 그 외곽에 고정지지층을 배치하는 형태의 지지층 확대, 포괄을 선택함으로써 당내 반대를 최소화하고 지지기반 확대를 도모하였다. 즉, 지지구조의 전면적 변경이 아닌 중핵지지층의 전환과 고정지지층의 유지를 병행한 재설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민당은 다방면에 걸친 포괄적인 지지층을 포섭하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의 역학이다. 당내그룹 간 경쟁이 존재하고 있던 자민당에서는 당내역학이 변화하고 총재 교체가 일어난 시기에 신 지도부의 권력기반 강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지지층을 재설정하고 이를 참의원 공천과정에서 반영하는 전략성을 가지고 있었다. 참의원의 업계 후보자 공천사례는 당 지도부를 형성한 그룹이 중요시하는 지지단체의 정치력 강화와 연계되어 있었다. 즉, 당내역학의 변화가 자민당 지지기반의 재편을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한 것이다.
다음으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지지층 집표전략에 변화가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자민당은 참의원 내 제 1당의 위치를 고수하고는 있었지만, 지지단체의 집표력을 활용하는 비례구에서는 지속적인 득표율 감소가 진행되었다. 즉 고정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자민당의 전통적인 집표메커니즘의 와해가 본격화되었다. 우선, 1990년대는 정계개편에 따른 정치가의 이합집산과 지지층 집표구조 및 집표전략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당시 다케시타(하시모토파)파의 압도적인 우세가 나타나고 있던 자민당 참의원은 정계재편이후 세력의 평준화 현상을 보이며, 후보자 공천에서도 최대파벌의 지지기반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명부작성 경향이 줄어들고, 잔류 세력 간 영향력을 반영한 명부작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선거결과에서는 비례구 득표 하락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의 집표기능을 활용해왔던 자민당의 집표전략이 통용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와 제도변경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자 정치사회적 환경변화 및 유권자 의식변화로 자민당은 다방면에서 참의원 득표회복을 도모하였다. 첫째, 1980년에 전국구를 폐지하고 구속 명부식 비례구제도를 도입한 이래 집표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자, 2001년에는 구속 명부식을 비구속 명부식으로 변경하고, 사실상 다수의 단체관련 후보자를 공천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둘째, 탤런트 후보자 및 새롭게 생겨나는 단체 후보자를 발굴, 공천하는 다극화 전략을 전개하였다. 셋째, 자민당과 강한 연대를 유지하는 고정지지층 관련 단체에 대한 우대를 지속하였다. 선거 시기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지층에 대응한 선거전략은 자민당의 집표를 담보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복지 업계, 군·유족, 건설업계 등은 타 업종에 비해 후보자 수의 확대 추세가 여전히 강하게 나타나는 견고한 지지단체로 남아있다.
변화하는 일본정치 속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첫째, 정당-유권자 관계에서 당 리더의 이미지가 중요해졌다는 점, 둘째, 일반유권자의 선택이 선거의 성패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일당우위체제 하에서 나타나던 자민당의 지지층 대응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내역학과 공천전략이 여전히 연계되어 있지만, 기존의 공천과정에서처럼 총재파의 지지기반 관련 업계 후보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 및 집표전략이 일반유권자와 지지층의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선거전략이 정해지는 양상이 뚜렷해 졌다. 즉 자민당은 현재 주어진 정치상황 속에서 일반유권자와 고정지지층에 대한 대응을 취사선택하는 가운데 양면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지금까지 서로 연계되어 설명되지 못한 당내 조직구도와 지지층 설정의 관련성, 정당 집표구조의 가변성과 다양성에 대한 논리적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정당-유권자 관계분석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본 연구는 일본정치를 사례로 그 유효성을 검토했으나, 향후 관련 연구성과의 축적과 논의의 활성화를 통해서 국가 간 비교분석 등으로 이론적 적용범위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