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적 은유 이론에서는 은유가 단순히 언어의 수사적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추상적 사고나 개념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화자(speaker)가 어떤 개념적 은유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사고의 과정이 달라지고 그 결과 언 ...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는 은유가 단순히 언어의 수사적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추상적 사고나 개념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화자(speaker)가 어떤 개념적 은유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사고의 과정이 달라지고 그 결과 언어사용 양상도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이유에서 영어와 한국어의 개념적 은유를 비교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 연구들에서는 두 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다.
첫째,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목표 영역들 중에서 감정, 신체의 부분 등 극히 일부분에 관련된 개념적 은유와 그 근원 영역이 비교 연구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단점은 영어와 한국어에 나타난 개념적 은유와 근원 영역의 보편성 및 차이점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어렵게 한다.
둘째, 선행 연구에서는 개념적 은유를 밝히기 위해 사용한 언어적 은유들의 예들이 실생활에서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되어지는 언어자료를 수집하여 구축한 코퍼스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그 대신 연구자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여 찾아내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은유적 언어표현들에 기초하여 개념적 은유를 추론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러한 연구방식은 연구자의 편견이 개입할 여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어휘의미망의 하나인 워드넷(WordNet)의 명사 최상위 범주(top-level category)를 목표 영역(target domain)으로 하는 영어와 한국어의 개념적 은유를 고찰하여 근원 영역(source domain)의 보편성(universality) 여부를 알아보았다. 이를 위하여 첫째, 21세기 세종계획 코퍼스와 OANC(The Open American National Corpus)를 이용하여 명사 최상위 범주가 사용된 용례색인을 추출하였다. 둘째, 추출된 용례색인 중에서 개념적 은유를 유추할 수 있는 은유적 언어표현들을 Chateris-Black(2003)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서 찾아내었다. 분석 결과, 25개 최상위 명사 중에서도 추상명사가 목표 영역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여주는 용례색인에서 은유적 표현들이 더 잘 발견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개념적 은유가 갖는 비대칭성, 즉 목표 영역은 근원 영역보다 일반적으로 더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목표 영역으로 사용되어 개념적 은유를 추론할 수 있는 명사 최상위 범주는 ATTRIBUTE, COGNITION, COMMUNICATION, FEELING, PHENOMENON, PROCESS, RELATION, TIME이었다. 하지만 추상명사에 속하는 명사 최상위 범주라도 MOTIVE, QUANTITY, STATE의 경우는 은유적으로 사용되는 예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당초의 연구계획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개념적 은유를 추론할 수 있는 추상명사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ATTRIBUTE(속성)의 경우, 우리말과 영어 모두 ATTRIBUTE IS AN ENTITY로 개념화되었다. COGNITION(인식)의 경우, COGNITION IS AN ENTITY라는 개념적 은유를 유추할 수 있었으나 우리말의 경우, <인식은 우리의 내부에 있다>는 지향적 은유가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 COMMUNICATION(의사소통)의 경우, 영어는 COMMUNICATION IS A CONTAINER라는 개념적 은유가 감지되었으나 우리말에서는 <의사소통은 유체이다>, <의사소통은 조작가능하다>라는 개념적 은유가 발견되었다. PHENOMENON(현상)의 경우, 우리말은 <현상은 미세물질이다>, <현상은 조작가능하다>, <현상은 생명체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갖고 있었으나, 영어에서는 PHENOMENON IS A PERSON을 통해 개념화되었다. PROCESS(과정)의 경우, 영어와 우리말 모두 AREA, LINE를 근원 영역으로 하여 개념화되었고 영어에서는 FLUID가 근원 영역에 추가되었다. RELATION(관계)의 경우, 우리말에서는 지향적 은유로 개념화되고 <관계는 유리다>로 개념화되었으나 영어에서는 RELATION IS AN AREA로 개념화되었다. STATE(상태)의 경우, 공통적으로 STATE IS AN AREA로 개념화되었고 우리말에서는 <상태는 늪이다>가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 TIME(시간)의 경우, 우리말에서는 ‘돈’, ‘유체’, ‘생명체’, ‘개체’를 근원 영역으로 하여 개념화되었으나 영어에서는 MONEY를 통해서 개념화 되었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우리말과 영어의 최상위 범주 추상명사와 관련된 은유에서 근원 영역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ATTRIBUTE(속성) 하나 밖에는 없다.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경우는 COGNITION(인식), PHENOMENON(현상), PROCESS(과정), STATE(상태), TIME(시간)이고, 완전히 불일치하는 경우는 COMMUNICATION(의사소통)과 FEELING(감정)이다. 따라서 근원 영역이 완전히 일치하는 ATTRIBUTE(속성)를 제외하고 근원 영역의 보편성을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