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일제주인은 2012년 기준으로 재일한인 545,401명 중 86,231명으로 약 1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재일한인 전체 중에서 경상남북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入管協會, 2012).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징용·징병 등 강제적으로 이주(involunt ...
현재 재일제주인은 2012년 기준으로 재일한인 545,401명 중 86,231명으로 약 1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재일한인 전체 중에서 경상남북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入管協會, 2012).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징용·징병 등 강제적으로 이주(involuntary immigration)되거나 해방 이후 제주 4․3사건과 전쟁을 피해,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출가해녀(出稼海女) 등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 대부분은 도쿄(東京) 미카와시마(三河島)나 오사카(大阪) 이쿠노구(生野區) 등의 대도시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간토(關東)와 간사이(關西) 지역을 중심으로 재일제주인의 커뮤니티(community)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23년 제주도와 오사카(大阪)를 잇는 직행항로(直行航路)가 개설되어 기미가요마루(君が代丸)가 취항하면서 공업이 발달했던 오사카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 일본으로 이주한 제주도 출신들 중 남성들은 대부분 조선, 탄광, 토목 등에 단순노동으로 투입되었던 반면, 여자들은 주로 방적공장에서 일하면서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중노동에 시달려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주(spontaneous emigration)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사회에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재일제주인은 사회․문화적 갈등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항상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본 사회 속에서 자긍심과 애향심, 그리고 상호간 인적교류를 통해 재일제주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찾고자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일본 이주에서부터 정착과정에서 필요한 직업을 구하고,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일까지 삶의 변화에 따른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사회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일본 이주 이후 재일제주인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이들이 고향에 애향심을 표현한 기증, 그리고 감귤산업, 산업경제, 관광개발, 교육문화, 마을발전에 대해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최근 재일제주인의 삶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기에 국내외 재일한인 연구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재일제주인은 감귤산업을 비롯한 제조업(포도당, 주정공장), 금융업(제주은행, 제주상호신용금고), 관광산업(숙박시설, 골프장, 회의시설) 등 산업경제의 공헌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둘째, 재일제주인은 제주지역에 기증과 교육시설 지원(학교부지, 교사(교실)건축을 비롯한 도서시설, 악기류 및 시청각교재, 동상 및 탑, 일반비품, 체육시설, 기념물 건립, 기금·운영비 등 교육환경 개선), 학교발전(학교설립 및 인재양성, 장학금 지원 등), 문화발전(언론, 문화, 스포츠 시설 등)에 많은 공헌을 했다. 셋째, 재일제주인은 이국생활의 온갖 역경 속에서도 자신들의 삶보다 고향의 어려운 현실을 더 걱정하여 마을과 마을을 잇는 교량가설, 도로 확·포장, 상수도, 전화·전기가설, 학교시설, 마을회관 건립에 이르기까지 마을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넷째, 재일제주인의 공헌은 산업경제, 지역사회 개발 등 제주도 전반의 발전에 기여를 했음은 물론 사적 영역에서의 생활개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재일제주인의 공헌은 수혜를 받은 개인에게 생활향상과 같은 경제적 도움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제주의 지역개발을 비롯한 경제발전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제주지역의 산업경제, 교육문화, 마을발전에 대한 공헌을 통해 재일제주인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의 애향심과 제주사회의 공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해 나가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최근 재일제주인의 삶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기에 제주도 사회와 재일제주인 사회가 불신과 갈등을 넘어 서로의 인적․물적 자원을 안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