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지역에 대한 학문적 사회적 관심이 날로 커지고 상호관계가 밀접해 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열대지역에 대하여 축적된 연구와 지식은 일천한 형편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열대에 대한 학제적,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열 ...
열대 지역에 대한 학문적 사회적 관심이 날로 커지고 상호관계가 밀접해 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열대지역에 대하여 축적된 연구와 지식은 일천한 형편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열대에 대한 학제적,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열대 지역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술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우리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며, 구체적인 연구목적은 첫째, 열대 지역에 대한 융합적 연구를 위한 틀을 설정하기 위하여 (i) 문헌연구를 통해 ‘존재론적 열대’와 ‘인식론적 열대’의 의미와 관계를 탐구하고 (ii) 전문가 심층 면담을 통해 한국에서의 열대연구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융합연구의 모델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적·개념적 토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문화지리학자 Denis E. Cosgrove의 ‘인식론적 열대와 존재론적 열대’의 개념을 주요한 분석틀로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각자의 연구분야에서 수행해오던 열대에 대한 연구를 Cosgrove의 분석틀을 통해 재해석하기를 시도했으며, 이에 기초하여 향후 융합연구프로그램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했다. 연구자들이 문헌연구에 의해 발전시킨 네 개의 소규모 연구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베 팀(Uwe Timm)의 소설 모렝가(Morenga)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식민주의자와 원주민의 상호문화적 관계를 탐구하고, 작품 배경인 서남아프리카의 열대 자연경관과 주민들의 삶의 상관성을 연구하였다. 둘째, 열대의 자원이용 유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토지모자이크의 특성, 열대의 생태성, 그리고 생물문화에 대하여 경관생태학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탐구하였다. 셋째, 뉴기니 열대경관의 고유한 특성이 원주민과 열대간의 어떠한 환경사적 교호작용(mutual interaction)을 통해 조성되었는지를 탐색하였다. 이러한 문헌연구에 기초하여, 동아시아 및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적실성을 검토하고, 이 결과를 ‘존재론적 열대와 인식론적 열대’의 분석틀 속에서 재해석하여 열대에 대한 융합연구프로그램과 융합적 열대연구의 방향을 제안하는데 토대로 삼았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연구내용으로, 본 연구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여, 한국에서 학제적 ·융합적 열대연구의 필요성과 의의, 그리고 향후 융합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분석하였다. 전문가 인터뷰의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한국에서 열대연구의 필요성과 방향, 열대지역에 대한 현재 시점에서의 대중적 인식, 한국에서 열대연구의 의미와 초점에 대한 것이다.
인터뷰의 분석결과 많은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열대지역’이라는 문제설정의 유의미성에 동의하면서도 열대에 대한 현재의 연구와 축적된 지식이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의 정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문헌연구나 텍스트분석 등의 단편적, 피상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인터뷰 결과분석을 종합하여 열대 융합연구의 방향성을 종합적으로 제안하였다. 연구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열대’가 함축하는 의미와 그 경계는 지리적․사회적으로 고정된 것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형되고 사회역사적 맥락에 따라 수정되고 재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열대에 대한 지식은 고정된, 절대적 지식이라기보다 상황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인 것이다.
연구의 초기에 제시했던 융합연구의 분석틀-‘인식론적 열대’와 ‘존재론적 열대’(Cosgrove, 2005)의 상보적 개념은 문헌연구와 인터뷰분석과정을 통해 보다 실천적이고 적용가능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발전되었다. 이를 보다 쉽게 표현하면 존재론적 열대와 인식론적 열대는 각각 열대에 대한 자연과학지식과 열대에 대한 사회문화적․예술적․도덕적 관점·인식·태도 등이며, 더 간단히는 ‘지식’과 ‘관점(혹은 권력)’로 치환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Cosgrove의 분석틀은 Foucault의 지식-권력 도식과의 유비 속에서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결과적으로 Cosgrove의 분석틀을 융합연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틀의 이면에 있는 ‘권력-정치경제’의 함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융합적 열대연구에서 학문간 융합의 핵심적 연결고리 중 하나로 ‘권력’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이러한 역할에 가장 가까운 분야 혹은 관점은 ‘지정학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향후 열대연구의 방향이 개방적인 조직의 인적 네트워크의 형성 및 이와 상호작용하는 전략적 열대연구의 중심(지정학적 연구기반의 싱크탱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