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팀은 한국 근현대 헌정사연구를 통하여 법학과 인접학문간의 경계와 법학내부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헌정사를 문제 중심으로 설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법체제의 형성과 민주헌정"이라는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헌정사연구의 관점에서 근현 ...
본 연구팀은 한국 근현대 헌정사연구를 통하여 법학과 인접학문간의 경계와 법학내부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헌정사를 문제 중심으로 설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법체제의 형성과 민주헌정"이라는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헌정사연구의 관점에서 근현대 사법체제의 형성과 전개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과제의 수행을 위하여 국내외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였다. 핵심자료로 ① 국가기록원 검찰예규철(1945-1961년 분), ② 조선총독부 법무국문서(조선변호사령, 예방구금, 1940-1년 예산요구철 등), ③ 미국 국립문서관(U.S. NARA)에 소장된 미군정청 사법관계 문서철(RG 554, Entry no. 2516(A1), 1376(A1), 1379(A1), 1396(A1), 1401(A1), 1403(A1)로 분류된 문서상자) 등을 수집하였다. 이외에도 국내의 신문․잡리자료, 법률문헌, 판결문 등을 수집 또는 정리하였다. 이들 자료중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 군사법제도 관련 자료들을 묶어 자료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본 연구과제의 수행을 통하여 연구팀은 한국의 근현대 사법사 연구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감히 자부한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법령집, 국내의 신문․잡지자료, 법률문헌을 위주로 진행되어 왔으나, 본 연구에서는 위의 자료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미군정기와 건국기의 사법제도의 재편과정에 담겨있는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드러낼 수 있었다.
미군정기의 과도법원조직법과 정부수집후 제정된 법원조직법은 당시의 정치과정에서 특별히 두드러진 결과물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면 아래에서는 사법부의 권한과 사법권력의 구성을 둘러싼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고 정치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반전이 거듭되었다. 과도법원조직법의 입법에서 사법부고문인 미국인 법률가들의 역할은 예상하였던 것 이상으로 중요하였다. 대법원의 구성문제는 단순히 최고법원의 법관의 자격과 충원방식을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관여자들은 모두 이 문제가 사법부문 내의 정치적 분파의 힘을 통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인식하였다. 정부수립후에는 정권과 대법원의 관계설정이라는 문제가 직접적으로 제기되었다. 아울러 이 시기의 사법권 독립론, 검찰독립론, 법원․검찰조직의 재편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방 이후의 새로운 지식과 논의뿐만 아니라 일본적 사법체제와 결합되었던 과거의 것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할 때, 이 시기의 사법제도개혁에 관한 표면적 견해대립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쟁점들의 계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미군 관할의 군정재판제도의 실제모습과 국방경비법의 제정과정 및 법규상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군사법제도의 정립과정, 군사법(軍事法)과 치안법의 상호관계를 해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국방경비법의 위헌논란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 준다. 또한 건국기의 주요 정치사건들을 분석함으로써, 반공독재체제가 정립되는 과정에서 사법권의 독립 및 그 아류격인 검찰권의 독립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었고, 정치와 사법, 정부와 법원․검찰, 정권과 사법관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설정해 나갔는지를 예증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일단 우리의 근현대 사법체제의 형성과정을 밝힌다는 연구목적에서 국내외의 자료를 활용하여 사법체제의 법제적 측면의 형성과 그것에 관련된 정치적․사회적 배경의 설명에 집중하였다. 때문에 사법의 운영실태, 구체적인 법집행과 사례분석에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것은 본 연구가 갖는 한계이며 앞으로의 과제이다. 이 점을 인식하면서 본 연구팀은 지금까지 연구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헌정사로서의 사법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려고 한다. 그것을 통하여 한국의 사법체제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들의 기원을 검토하고, 미래의 전망을 위해 의미 있는 역사적 경험을 숙고함으로써, 한국 민주헌정의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는 당초의 연구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