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목적
‘학제간 연구’는 이제 상투어처럼 생활세계 속에 정착했고, 아예 현대적 과학기술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적 학제간 연구의 성격 규명 작업은 진행 중 이며, 19~20세기 실제 발견사에 근거한 실질적 성격 규명 작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
1. 연구 목적
‘학제간 연구’는 이제 상투어처럼 생활세계 속에 정착했고, 아예 현대적 과학기술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적 학제간 연구의 성격 규명 작업은 진행 중 이며, 19~20세기 실제 발견사에 근거한 실질적 성격 규명 작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작업이 선행될 때만이 발견을 촉진시킬 수 있는 학제간 연구 정책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학제간, 학계간, 혹은 다중 학제간 연구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차이의 규명은 실제 구체적 연구 내용과 맞물린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에 과학기술 정책가 고려해야 할 ‘일반 준칙’들을 제공해줄 수 없다. 본 연구의 목적은 과학기술 정책가들을 위한 그러한 일반 준칙들을 마련하는 것이며, 이에 밑거름이 된 과학적 발견들의 연결고리는 본 연구와 관련해 출판된 생각의 기차 1: 과학적 발견의 연결, 생각의 기차 2: 과학적 발견의 연결라는 두 책에 반영시켜 놨다. 따라서 논의에 필요한 실제 발견 사례들, 그 사회적 배경 및 여파에 대해서는 이미 출판된 두 책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2. 연구 내용
19, 20세기 학제간 연구 정신의 핵심은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서로 발상을 교환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17, 18세기에는 기계론이라든가 유기체론과 같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곧 발견에 개입하는 과학자들의 관점들은 서로 대립적 경쟁관계를 맺었다. 그 결과, 과학 공동체도 문제의 공유보다는 그러한 관점에 따라 세력을 형성했으며, 어느 하나의 관점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것이라는 독단론이 많은 과학자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19세기를 접어들면서 상황은 바뀐다. 과학과 기술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귀족층에 종속되어 있던 과학은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과학의 분과 다양성 축적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념이나 관점보다는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분과들이 합성되어 유기화학, 생화학과 같은 합성 분과들이 탄생했다. 문제가 관점에 우선한다는 의식이 성장하면서 비로소 ‘연구 공간’이라는 개념이 정착한 것이다. 연구 공간 내에서 과학자들의 여러 관점은 서로 ‘거래관계’를 맺는다. 구조가 발달보다 더 중요한 연구 공간에서 구조의 관점이 주축이 될지언정 다른 관점을 배척시킬 수 없을 정도로, 공동협력이라는 것이 연구의 미덕이 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 공간 내에서 서로 이질적인 관점들이 거래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은 19, 20세기 학제간 연구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며, 그것이야 말로 ‘분과 지속’, ‘새로운 분과 창출’, ‘분과 다양성 확보’라는 학제간 연구의 세 특성에 대한 중심축인 것이다. 이 점을 실험생리학의 탄생 과정에 비춰 살펴볼 것이다.
19, 20 세기에 걸쳐 정착한 학제간 연구 정신이 과학자 공동체의 역사적 산물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의 형성 과정은 이 연구에서 다룰 수 없다. 연구의 목적에 비추어 그러한 배경이 가져온 결과들에 주목할 것인데, 배경 1과 배경 2가 그것이다. 배경 1은 과학기술이 사회의 공적 담론이 된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배경 1은 19세기 중엽부터 형성되어 20세기를 관통한다. 이를 19세기 후반에 벌어진 동물 실험을 둘러싼 사건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배경 2는 과학기술이 국가 정책의 관리 대상이 된 것을 일컫는다. 배경 1이 19, 20세기 양자를 관통한다면, 배경 2는 좀더 20세기에 두드러진 것이다. 특히 연구 성실성과 같은 윤리적 담론이 과학기술 정책에서 무시될 수 없는 요인이 되었다. 과학기술 공동체의 폭 넓은 의견 반영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배경 2 학제간 연구를 촉진시켜 새로운 발견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다. 배경 2는 연구 성실성 촉진과 부정행위 방지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를 논의하는 곳에서 다뤄질 것이다.
연구 공간 내에서 다양한 관점들이 거래관계를 맺는다는 학제간 연구 정신의 핵심이 분석되고, 그것의 두 배경을 살펴본다면, 남는 것은 실제 정책 짜기에 필요한 일반 준칙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사회 속에 기능하는 다른 분야와 과학과의 관계를 따지는 거시적 측면에서 ‘과학적 권위’를 논할 것이다. 좀 더 세부적인 측면, 곧 국소적 측면에서 과학과 기술의 원활한 결합과 연구 공간의 성격 구분에 따른 정책틀을 짤 때 피해야 할 점들이 논의될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정책가가 고려해야할 다음의 일반 준칙들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