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민간신앙 인식의 대표적인 유형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음사론처럼, 근대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이를 유포하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민간신 ...
우리사회의 민간신앙 인식의 대표적인 유형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음사론처럼, 근대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이를 유포하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민간신앙을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며, 근거가 없는 미신으로 파악한다.
한국사회의 민간신앙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은, 부정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민간신앙을 한국문화의 원형, 기층으로 보면서 마치 전통문화의 모든 것이 민간신앙에 다 들어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 입장은 민간신앙은 전통문화의 보고로, 급격한 사회변화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서둘러 보존해야 될 문화재로 여긴다.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1920년대의 민족주의적 한국인 학자들의 한국민속에 대한 근대 학문적 연구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민간신앙을 비롯한 민속에서 한민족의 구심점과 상징을 찾고, 그것을 한국문화의 고유성의 근원지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민족주의’의 안목은 해방 이후의 민간신앙 연구에서도 지속된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의 무리한 산업화 과정 역시 역으로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 과정에서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은 과학, 전통문화, 종교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일정한 인식론적 전제에 기초해 있다. 즉 과학적․합리적/비과학적․비합리적, 전통문화/악습․폐습, 종교/미신 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에 있어서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은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긍정적 인식이나 부정적 인식 모두 민간신앙을 과학적, 합리적으로 보지 않는다. 긍정적인 인식도 한국민속이나 민간신앙의 비합리적인 주술적 측면을 인정하고, 민속문화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서 그런 측면을 배제한 선택적 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긍정적 인식 역시 부정적 인식과 마찬가지로 과학 중심주의적 시각에 입각해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 부정적 인식 모두 민간신앙을 종교로 파악하지 않는다. 긍정적 인식은 민간신앙을 바라볼 때 전통문화의 하나, 특히 민간신앙 속에 나타난 신화나 춤, 음악에 초점을 두어 종교가 아닌 전통예술의 하나로 규정한다. 부정적인 인식은 당연히 민간신앙의 종교적 측면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은 민간신앙을 다르게 본다는 차이점 외에, 인식론적 전제에 있어서는 교차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 역시 부정적 인식과 마찬가지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연과학적 척도를 당연시한다는 점이다. 개항 이후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민간신앙이 ‘미신’으로 규정되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근대 자연과학의 관점이다. 그러나 이미 과학적 지식의 객관성의 신화는 무너졌고, 근대과학의 한계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민간신앙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그것이 비정상적이며지금의 삶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민간신앙은 어느 시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유양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사회에서도 나름의 기능을 하는 일반적 종교현상의 하나로 존재한다는 민간신앙의 현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 민간신앙을 보존해야 될 전통문화로 보는 것 또한 민간신앙을 부정하는 입장만큼이나 민간신앙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주어진 민간신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긍정적 평가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종교로서 민간신앙을 보기 보다는 전통문화의 담지자로서 바라본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간신앙의 현실 즉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서 차지하는 민간신앙의 위상과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한국인의 삶에서의 민간신앙의 객관적인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포착하고 평가할 수 있는 관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