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들뢰즈 기계: 문학과 문화 사이」의 첫 번째 단계로서 기계, 배치, 탈영토화와 같은 주요한 들뢰즈의 개념을 설명하고, 문학을 기계로 이해하는 들뢰즈의 이론을 고찰한 뒤, 기존의 문학이론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탈근대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
이 연구는 「들뢰즈 기계: 문학과 문화 사이」의 첫 번째 단계로서 기계, 배치, 탈영토화와 같은 주요한 들뢰즈의 개념을 설명하고, 문학을 기계로 이해하는 들뢰즈의 이론을 고찰한 뒤, 기존의 문학이론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탈근대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출을 목표로 한다.
문학 이론을 살피기 전에 우선 들뢰즈의 언어 이론을 고찰한다. 의미의 논리에서 들뢰즈는 언어가 가지는 세 가지 차원, 즉 지시(denotation)와 표명(manifestation)과 의미작용(signification)의 차원을 넘어 언어의 네 번째 차원인 의미(sense)를 제시한다. 의미는 명제가 지시하는 사물의 상태나 대상에로도 함몰되지 않고, 명제를 말하는 사람의 정신적 상태의 재현에도 함몰되지 않으며, 개인적인 견해나 일반적인 개념에도 함몰되지 않는 부분이다. 의미의 논리는 한 마디로 무의미(nonsense)의 논리인데, 이때 무의미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의 의미인 독사(doxa)에서 탈주한다는 뜻이다. 들뢰즈는 독사와 반대되는 패러독스와 무의미의 탈주선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언어 이론을 탈영토화한다. 그의 언어 이론은 패러독스와 무의미를 독사와 공통감각(common sense)보다 우위에 놓음으로써 플라톤주의를 전복하는 스토아주의자의 언어 이론을 계승한다. 한편 들뢰즈는 언어에 대한 네 가지 가설들--정보적이고 소통적인 언어, 내재적인 언어, 동질적인 체계로서의 언어, 다수적인 언어--을 비판하면서, 화용론적인 언어와 소수적인 언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들뢰즈가 전개하고 있는 문학 개념은 크게 보아 사건으로서의 문학, 반오이디푸스 문학, 소수적인 문학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건으로서의 문학은 글쓰기를 탈지층화하는 절대적인 탈영토화 운동에 참여하는 문학이다.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와 같은 패러독스와 무의미의 문학이 그것이다. 사건(event)은 아이온(aion)과 부정법(infinitive)의 차원이며, 비개성적이고 전개별적이고 중립적인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건은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일어난 현실적인 사고(accident)와 구별된다. 사건은 본성상 비물질적이고, 사건이 사물의 상태 속에서 시공간적으로 실현된 것이 사고이다. 즉, 아이온의 시간에서 동사의 부정법이 사건이라면, 사고는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동사의 활용형에 해당한다. 모비딕(Moby-Dick)이나 에이합(Ahab)과 같이 문학적 인물들의 특징이 너무나 강렬하여 부정법의 층위로 올라 아이온의 비전을 보여줄 때, 이를 사건으로서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반오이디푸스 문학은 ‘나’로 환원되는 글쓰기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글쓰기는 ‘나’의 기억, 여행, 사랑, 슬픔, 꿈, 환상을 이야기하는 것, 즉 영원히 아버지-어머니 주위를 도는 오이디푸스 구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은 외관상 개인이라고 보이는 인물들 아래에서 비개인적인 힘, 즉 어떤 남자, 어떤 여자, 어떤 짐승, 어떤 복부, 어떤 어린아이 등 특이점을 발견할 때 존재한다. 안티 오이디푸스(Anti-Oedip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첫 장에 나오는 분열증환자인 쉬레버처럼 문학의 발화는 가족 구도에 매여있지 않고 지리적, 민족적, 정치적 헛소리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한 헛소리는 ‘나’의 개인성을 중화시키고 비개인성에 자신을 열어놓는다. 문학은 ‘나’라고 말할 힘을 빼앗아버리는 삼인칭(모리스 블랑쇼의 ‘중성’처럼)이 우리 안에 태어날 때야 비로소 시작된다. 이러한 비개인성, 중성, 또는 들뢰즈가 4인칭이라고 표현했던 목소리가 반오이디푸스적 문학의 출발점이다.
셋째, 소수적인 문학은 다수적인 문학 속에 잠입하여 그것을 탈영토화하는 문학이다. 들뢰즈는 카프카에서 "소수 집단의 문학이란 소수 집단 언어의 문학을 지칭한다기보다는 지배 집단의 언어권에서 소수 집단의 문학이란 소수 집단 언어의 문학을 지칭한다기보다는 지배 집단의 언어권에서 소수 집단이 지탱해나가는 문학을 지칭한다. 어쨌든 소수 집단 문학의 일차적 특성은 탈영토화율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라고 명시한다. 이는 소수적인 문학이 소수자만의 문학이 아니라, 지배 집단의 다수적 문학을 탈영토화하는 글쓰기가 소수적 문학이라는 의미이다. 사건으로서의 문학과 반오이디푸스적 문학과 소수적인 문학이 서로 다른 것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한 가지 탈영토적 문학을 지칭한다. 그것은 무의미 언어의 강렬한 사용이며, 오직 발화의 집단적 구성만이 있을 뿐 ‘나’라는 발화의 주체가 없으며, 의미 속으로의 재영토화에 대항하는 언어의 절대적인 탈영토화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