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의 고대 그리스에서는 변화하는 자연적 현상에 대한 초자연적인 설명을 제시하던 신화적 입장에서, 자연적인 구성요소를 이용하여 설명을 제시하던 철학적 입장으로의 전이가 있었고, 많은 학자들은 이것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들의 공통된 물음의 주 ...
기원전 6세기의 고대 그리스에서는 변화하는 자연적 현상에 대한 초자연적인 설명을 제시하던 신화적 입장에서, 자연적인 구성요소를 이용하여 설명을 제시하던 철학적 입장으로의 전이가 있었고, 많은 학자들은 이것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들의 공통된 물음의 주제는 "자연세계에는 변화가 가능한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었다. 당시의 소박한 관찰 방식을 통해 기원전 6세기에 제시되었던 그들의 질문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고 답변했던 헤라클레이토스와 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했던 파르메니데스의 전통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로 ‘변화(또는 운동)’의 가능성이나 원인 등에 관해 논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 두 철학자의 극단적인 입장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제시해야만 했다.
운동(변화)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는 다양한 그의 저술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연학은 무생물과 생물을 모두 포함한 자연물 일반의 운동에 관한 연구이며, 천체론은 지상의 자연물과는 다른 천체를 구성하는 에테르의 운동에 관한 연구이고, 영혼에 관하여는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을 포함하는 생물 일반의 운동에 관한 연구인 반면에,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인간의 행위, 즉 인간의 특수한 운동에 관한 연구이다. 그리고 형이상학(특히, 12권)은 이러한 모든 자연물의 최초 운동 원인인 부동의 원동자에 관한 논의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운동에 관한 탐구와 이해는 자연에 관한 이해는 물론이고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이 연구는 전반적으로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이전 철학자들의 운동(또는 변화) 개념 논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드러내고 그 타당성을 평가한다. 둘째,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의 운동 개념을 분석한다. 셋째,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근대 이후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갈릴레오, 뉴턴, 다윈, 하비 등과 같은 근대 과학자들의 관점과의 비교 분석이 부분적으로나마 시도될 것이다. 넷째는 실험적인 시도로서, 동서양의 우주론 가운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과 주희의 이기론을 비교 분석한다. 이 연구의 논의 주제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자연탐구의 방법, 2) 운동(변화)의 가능성, 3) 운동의 구성요소와 원리(질료와 형상, 그리고 결여/ 잠재태와 현실태 개념을 통한 운동 설명), 4) 자연 개념의 의미, 5) 운동의 원인(4원인-질료, 형상, 능동, 목적인), 6) 시간과 장소, 7) 자연 운동과 자동 운동의 차이, 8) 천체의 구성요소인 에테르 개념에 대한 분석, 9) 제일원동자 또는 부동의 원동자로서의 신 개념, 그리고 끝으로 10)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만물은 질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론)과 동양철학의 이기론과의 시론적인 비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