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시대 이전의 문화철학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이것은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철학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사전작업 해당된다. 우리는 문화철학의 선구자를 찾을 때 멀리는 키케로로 거슬러 올라가고, 가까이는 비코의 반데카르트적 사유에 ...
첫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시대 이전의 문화철학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이것은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철학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사전작업 해당된다. 우리는 문화철학의 선구자를 찾을 때 멀리는 키케로로 거슬러 올라가고, 가까이는 비코의 반데카르트적 사유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특히 비코는 인간 삶에서 문화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즉 인간이 자기 이해를 위해서 문화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 논의하고 이 방향으로의 철학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비코의 문화철학적 단초가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철학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나갔고 어떤 차별성을 지녔는지를 밝혔다. .
둘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철학이 어떤 철학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짐멜과 삶의 철학, 신칸트주의 간의 관계를 살피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시러와 신칸트주의 간의 관계를 다루었다. 짐멜은 현대 문화철학의 창시자로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삶에 대한 관심은 쇼펜하우어, 니체, 특히 베르그송으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카시러는 헤르만 코헨 학파에서 철학을 시작했으며 신칸트주의의 지도적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이제 철학은 ‘이성 비판’에서 ‘문화 비판’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철학이 다루어야 할 의의와 의미에 관한 문제는 과학적 합리성을 규범적인 척도로 해서는 해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시러는 의미와 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징개념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본 연구는 그의 문화철학을 파악하기 위해 세 권으로 된 『상징형식의 철학』과 이 책을 토대로 해서 망명 중에 쓴 『문화학의 논리에 대하여』와 『인간론. 인간 문화철학 입문』을 살펴보았다.
셋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 철학이 지닌 전제, 개념도구, 지향점 등을 체계적으로 해명했다. 짐멜의 문화철학은 삶의 철학의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삶은 충동, 의지, 변화, 성장, 분화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삶은 총체적 운동의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삶은 그 자체로는 형식이 없기 때문에 형상화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제 이러한 삶의 형식, 즉 문화는 삶의 운동 자체로부터 해방되어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타당성을 획득하는 객관화의 과정 속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삶과 문화(삶의 형식)는 서로 잠재적인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 반면에 카시러의 문화철학은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라는 인간론에서 출발한다. 카시러에 의하면 인간은 현실적, 경험적인 것을 주어진 상태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기호나 상징의 체계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징 개념이 카시러 문화철학에서 중심적인 위치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징적 표현 형식, 즉 문화형식은 시간적으로는 지속적이며 오직 인간에게만 특유한 형식이다.
넷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가 서로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현대문화의 비극 개념과, 이들이 제시하는 현대문화의 비극의 극복 가능성을 밝혔다. 이것이 본 연구가 지니고 있는 주된 관심사이자 본 연구의 독창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짐멜은 문화를 주체와 객체의 상호 작용으로 파악하는 입장 속에서 계속해 문화를 ‘주관문화’와 ‘객관문화’ 또는 인격적 문화와 즉물적 문화로 구분한다. 짐멜은 현대사회질서에서는 주관문화와 객관문화가 점점 더 분리되고, 객관문화가 주관문화에 대해서 우월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개인은 객관문화를 자기 자신의 주관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현대 문화의 갈등과 비극이 있다. 짐멜은 이러한 현대 문화의 갈등과 비극의 주요한 원인을 분업에서 찾는데, 분업의 논리로부터 자유롭고 따라서 주관문화와 객관문화가 가장 이상적으로 일치하는 현대의 삶의 영역은 예술의 영역이다. 따라서 짐멜은 미학과 예술철학의 문제, 다시 말해서 미학적 문화 또는 미학적 현대의 문제를 다루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카시러가 「문화의 비극」이라는 글에서 기술한 현대 문화의 본질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카시러의 경우 ‘문화의 비극’이란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카시러는 예술작품이라는 객관적 문화 생산물이 단순히 완성된 문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문화 주체들 사이의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를 생산하는 창조적인 의지와 능력은 문화 생산물 내에서 지속적으로 힘으로 발휘하고 항상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