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세기 초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을 당대 러시아 문화사의 핵이 되는 종교, 그 중에서도 민중신앙으로 정의되는 분파주의에 관한 이해를 통해 조명해보고자 했는데, 20세기 모더니즘 문화는 그 종합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문화사적 배경에서 연구될 필요가 특별 ...
본 연구는 20세기 초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을 당대 러시아 문화사의 핵이 되는 종교, 그 중에서도 민중신앙으로 정의되는 분파주의에 관한 이해를 통해 조명해보고자 했는데, 20세기 모더니즘 문화는 그 종합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문화사적 배경에서 연구될 필요가 특별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러시아 사회 현상과 정신사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아직 국내에서 그 연구가 미흡한 분파주의가 20세기 초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작품들을 속에 어떻게 반영되어 드러나는가를 고찰해봄을 통해, 그 어느 시기 문학 작품보다 작품 이해와 해석에 있어 난해한 것으로 평가되는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연구를 시도해봄을 그 목적으로 삼았다. 위와 같은 목적에서 본 연구는 먼저 러시아 신비주의적 분파주의의 종교적, 역사적 배경을 검토했고, 20세기 초 신비주의적 분파주의의 고양과 관련된 시대사적, 문화사적 배경을 고찰했다. 이 단계에서 본 연구는 다른 문화에 나타난 이단적 분파주의와과 같이, 러시아 분파주의가 갖고 있는 고대 신화와 민중문화에 기초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원시기독교인 그노시스파와도 유형적으로 매우 유사한 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다른 민족이나 지역의 여느 분파주의와 러시아 분파주의가 갖는 이러한 공통성뿐만이 아니라, 정교가 갖는 추상성, 상징성의 극복을 위해 발생한 러시아 분파주의가 그 정교를 차용하고 모방하며 페러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러시아 분파주의만의 고유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이러한 분파주의에 대한 문화사적 이해와 지식을 토대로, 20세기 러시아 모더니즘과 분파주의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았다. 러시아 분파주의는 이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대립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으며 그 극복의 문제를 작품 속에서 화두로 삼었던 모더니즘 작가들에게, 모든 양극화된 개념이 하나로 결합돼 있던 고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기에, 이 분열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예술언어로서 관심을 모으게 된다. 즉 분파주의가 현실이나 신앙의 본질과 괴리된 정교와 기독교 교리나 의식이 갖는 추상성과 상징성을 극복하기 위해, 영-육, 이상-현실, 기표-기의 등의 합일을 지향하며, 특히 러시아 이교적 분파주의 종파들에서 이 합일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던 고대로 복귀하려는 시도들은 20세기 초에 특히 심화된 양극화의 문제의 극복에 관심을 모았던 러시아 모더니즘 시학의 주의를 끌게 된 것이다. 특히 분파주의자들은 정교의 예배의식(литургия)이나 그 전례물들이 갖는 상징성과 추상성을 거부하고, 그것의 기호나 상징들에 대한 ‘탈기호화’ 작업을 통해 기표-기의, 영-육체, 이상-현실의 합일을 추구했 분파주의에 의한 이러한 탈기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말초감각적이고 현실재현성이 강한 그들의 제의식(радение 또는 ритуал)에 모더니즘 시인들은 주목한다. 제의식에서 신접할 때 일어나는 신음, 괴성이나 흥얼거림과 이와 함께 추는 원무와 가끔 걸친 옷까지 던져버리고 나무 바닥을 구르며 추는 춤과 같은 이러한 기괴하게 보이는 육체적 행위는 ‘생소화’(отчуждение)라는 방법으로 신과의 합일을 간접적이거나 상징적인 방법이 아닌 직접 신체적으로 체험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0세기 러시아 모더니즘에서 주로 원시주의와 합일의 시학을 지향했던 끌류예프, 블록, 벨르이 등과 같이 원시적 합일의 상태로의 복귀를 통해 분열과 대결, 양극화라는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작가들의 작품 세계 속에 나타난 분파주의적 요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러시아 모더니즘 속에서 구현된 분파주의 형상을 살펴보았다. 또한 탐미주의적이고 악마주의적인 데카당트한 1기 상징주의가 보편적으로 논리적 사고와 인과율의 부정에 기초하고 그들이 갖는 신비주의적 경향의 세계관으로 인해 심령학적이고 신비스런 秘敎적 소재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고대의 원시성에 뿌리를 받고 있는 이교적 분파주의로의 끌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해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