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良友畵報』 근저에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 담론이며, 이것이 대중적인 미디어의 수사학적 위장 장치를 통해 지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기본 항목 가운데 체육 소식란의 신설은 여성, 아동, 신체와 연결해서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서 체육에 대한 관 ...
사실상 『良友畵報』 근저에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 담론이며, 이것이 대중적인 미디어의 수사학적 위장 장치를 통해 지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기본 항목 가운데 체육 소식란의 신설은 여성, 아동, 신체와 연결해서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서 체육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스포츠 여가 차원을 넘어선 국민 건강, 모자의 신체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며, 유약자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여성의 골격미와 아동의 신체발육을 중시한다. 우량아 선발 대회를 연속적으로 기획하여 건강한 아이의 신체 사진을 몇 페이지에 걸쳐 게재하는 방식은 상당히 노골적인 편집 의도를 드러낸다. ‘국가’와 ‘교육 문화사업’이란 커다란 틀 속에 체육, 여성, 아동 등과 같은 세부적인 항목이 놓여지고 목적의식적으로 편집된 것이다. 科學界, 敎育界, 戱劇界(screen and stage), 航空事業近訊 등의 소식란을 보충 신설한 것, 역시 전체적인 편집 틀이 바로 강력한 근대국가와 국민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합목적적으로 배치된 것임을 설명해 준다. 다시 말해 근대국가의 시스템과 국민의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정치경제, 교육행정, 과학지식, 여성, 아동, 심지어 스포츠, 연극 영화, 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필수적인 항목으로 간주되었고, 『良友』는 이들 "상식"을 시각부호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유통시킨다. 요컨대 『良友』에서 언급하는 "상식"이니 "예술"이니 하는 용어는 전문적인 지식 분야를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범주의 문화 개념에 가깝다. 학문적 지식의 전달이 아닌,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상성의 혁신과 새로운 문화의 유통, 그리고 그것은 ‘국가’라는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 위에서 작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良友』의 전체적인 편집 기획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기 『良友』의 개편된 편집 특색은 오히려 과학 지식과 항공 사업에 대한 관심과 밀착 보도에 있다. 과학은 생활속의 과학, 일상성의 전환을 가져온 과학의 원리와 발명품 위주로 소개하였는데, 예컨대 타자기 및 전보의 효용성, 전등, 유성기, 카메라, 장거리 전화, 자동차, 기계인간 로봇의 발명, 그리고 세계 박람회 소식 등등이다. 이는 서구 현대문명의 이기와 수혜를 통한 도시민의 일상적인 생활방식 전환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부강한 근대국가 건설 목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사실 중국의 부강에 대한 열망은 항공사업과 결부되어 더욱 명확히 서술되는데, "航空救國"이란 표어의 등장이 그것이다. 편집자는 항공 관련 소식란을 신설할 때부터 서구 열강들이 항공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태에 주목하고, 현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항공을 꼽았다. 당시 하늘의 영공을 장악하는 문제는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갈수록 민감한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항공은 단순히 전쟁의 도구나 국방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항공우편, 물자운송, 공중여행 등의 민간항공 사업 부문도 주목 받았다. 민간항공 사업은 국가의 부강과 직결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또한 『良友』의 국토순례 기획 역시 오랫동안 구상되어 온 작업으로, 그처럼 대내외적인 중국 알리기, 중국 형상을 각인시키는 작업의 의미는 곧 화보의 특성상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한 대중매체의 전략과 국가 담론의 은밀한 결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