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적 사고의 세계화, 전 지구적 현상인 미국화, 소련의 붕괴와 해체, 인접 슬라브국가들의 독자 노선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약화는 러시아어문학으로 대표되는 슬라브어문학의 입지를 축소시켰고, 이것이 대학개혁과 맞물리며, 슬라브학과 슬라브연구소의 ...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세계화, 전 지구적 현상인 미국화, 소련의 붕괴와 해체, 인접 슬라브국가들의 독자 노선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약화는 러시아어문학으로 대표되는 슬라브어문학의 입지를 축소시켰고, 이것이 대학개혁과 맞물리며, 슬라브학과 슬라브연구소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독일 통일, 그리고 위와 같은 과정에서, 훔볼트대학 슬라브연구소는 서베를린 자유대학 동유럽연구소에 소속되어있던 슬라브어문학과를 흡수통합하여, 슬라브어문학의 세분화한 대형화, 센터화를 실현할 수 있었고, 자유대학 동유럽연구소는 슬라브어문학을 분리해내고, 동유럽 정치학과 사회학, 법학과 경제학, 그리고 역사학과 문화학을 세부전공으로 하는 동유럽지역학으로 특성화하여, 전 독일지역에서 흡입력을 지니기 시작하였다.
훔볼트대학은 슬라브어문학으로, 자유대학은 동유럽지역학으로 특성화, 전문화하여, 해당 학문의 모든 분야를 포괄할 정도의 다양한 세부전공을 제공하고 있다. 즉 이 두 대학은 학문 분야의 특성화(전문화), 세부전공별 교수확보에 의한 전공의 다양한 세분화, 그리고 한 연구소에 이 세부전공들의 응집화를 통해, 전공의 ‘특성화, 그리고 세분화한 센터화’의 성공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본고의 목표는 독일 대학개혁, 독일에서의 전반적인 슬라브학 및 슬라브연구소 현황, 그리고 자유대학과 훔볼트대학 슬라브연구소의 통합과정과 결과를 고찰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러한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상황을 재고하고, 우리의 태도를 반추하며,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참고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고찰되었듯이, 독일에서 슬라브어문학의 입지를 약화시킨 배경과 원인, 그리고 1990년대부터 진행 중인 독일 대학개혁의 기본적인 방향은 우리의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혁정책, 개혁의 진행과정 및 속도, 그리고 현재까지 나타난 개혁의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는데, 이것은 양국간의 제반조건이 다르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본고가 성공적 통합과 분리로 평가한 훔볼트대학 슬라브연구소와 자유대학 동유럽연구소 사례를 우리에게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통합의 기본구상인 전공의 ‘특성화, 세분화한 센터화’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유용한 개념이고, 이것을 우리의 조건에 접목시켜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하지만 그 어떤 구체적인 개혁논의보다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의 인식전환인 듯싶다. 단순히 개혁의 객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개혁의 객체이면서, 동시에 개혁의 주체로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내용을 규정하며, 개혁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객관적이고 대승적 차원에서 러시아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내용적, 제도적 개혁 프로그램들을 고민하여야 할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