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중국 사회주의 시기 특히 문화혁명 이후 기업 관리구조상의 큰 변화를 경험한 세대의 노동자들이 현시점에서 첫째, 과거의 경험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는가, 둘째, 그 해석된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다시 어떻게 해석하고 현재 직면한 문제 ...
이 연구는 중국 사회주의 시기 특히 문화혁명 이후 기업 관리구조상의 큰 변화를 경험한 세대의 노동자들이 현시점에서 첫째, 과거의 경험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는가, 둘째, 그 해석된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다시 어떻게 해석하고 현재 직면한 문제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를 연구하였다. 이런 이중의 해석과정과 그를 통한 집단적 행동을 여기서는 ‘기억의 정치’라는 개념으로 지칭할 것이다. 이런 기억의 정치는 우선적으로 담론의 형태로 구성되지만, 그 담론의 형성을 뒷받침하는 기업내의 권력관계와 통제관계의 변화, 사회연결망의 변화, 국가와 노동자 관계상의 변화 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이 사회주의 시기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시기는 문화대혁명의 시기였다. 문화대혁명 이전의 시기의 기억은 신중국 성립 이후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가는 열성적 참여의 기억으로 남아있고, 문화대혁명 이후 시기에 대한 기억은 시장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노동자의 지위가 점점 더 하락해 간 것으로 남아있는데, 그 중간에 끼어있는 시기인 문화대혁명의 기간은 이런 변화가 발생한 중요한 시기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상이한 분파에 따른 대립이 형성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현실의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나름의 관점이 형성된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이 문화대혁명이 중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인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정리되었음에도, 노동자들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문화대혁명의 기억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히 노동자 조반파의 형성, 조반파와 보수파의 대립, 그리고 노동자 조반파 내에서의 파벌의 재분화와 노동자들 사이의 대립 같은, 과거 문화대혁명의 연구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내용들을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문화대혁명 연구의 주요한 접근법이던 권력투쟁론이나 유토피아적 열망론을 넘어서, 아래로부터의 문화대혁명의 경험과 그것의 현재적 효과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조사의 대상이 된 베이징, 상하이, 충칭, 따리엔, 샹판 등의 지역 모두에서 조반파의 형성, 그리고 그 이후 조반파의 균열, 그리고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본 현실에 대한 비판의 구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노동자들의 과거의 기억에 대한 경험 자료의 획득을 위해 우리 조사팀은 위의 5개 지역을 선정해, 매 도시마다 7-30명의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였다. 조사 대상은 문화대혁명 시기에 공장경험이 있는 고참 노동자들이었으며, 인터뷰는 구술사 조사 방법을 택하였다.
조사의 결과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1)중국 노동자 기억의 주요 부분을 이루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사실적 인식을 위해 연구사를 검토하는 작업. 연구사 검토에서는 조반파의 경험, 특히 조반파 내의 대립, 조반파와 군의 대립, ‘계급대오 정돈’이나 ‘5.16 분자 색출’ 등을 통해 조반파에 가해진 탄압 등 과거 잘 드러나지 않던 사실들에 주목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2)문화대혁명이 노동자들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노동관리와 교육혁명 두 주제를 검토하였다. 노동관리 측면에서 문화대혁은 과거와 완전히 단절한 새로운 모델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공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노동자와 관리자의 권력관계에 변화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었다.
(3) 구술사를 통해서 본 지역별 문화대혁명 시기 기억의 유사성과 차이점. 지역별로 보면 따리엔이나 충칭 같은 경우 조반파들 사이의 분열과 대립이 컸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충칭 같은 지역의 경우는 조반파의 분열에 대해 중앙당이 직접 개입한 것도 확인되었으며, 이런 분열 과정의 정리 과정에서 군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4) 개인적 사례별로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분석하였다. 특히 1950년대에 대한 기억은 낭만화되어 기억되는 방식으로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문화대혁명에 대한 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단일하지 않고, 복잡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