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보면 대상호(49.2%)와 소상호(49.6%)의 사용 비율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업종별로 보면 의류업에서는 소상호의 사용 비율이 높았고 음식업의 경우에는 대상호의 사용 비율이 더 높았다. 의류업은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음식업 ...
전체적으로 보면 대상호(49.2%)와 소상호(49.6%)의 사용 비율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업종별로 보면 의류업에서는 소상호의 사용 비율이 높았고 음식업의 경우에는 대상호의 사용 비율이 더 높았다. 의류업은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음식업은 업종을 밝혀줄 필요가 있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음절수는 4개가 가장 많았고 3개와 2개가 그 뒤를 이었다. 음절수가 4음절인 경우에는 대상호가 많지만 3음절 이하로 내려오면 상호부만 쓰는 소상호의 사례가 많았다. 업종별로 보면 의류업은 4음절이 많고 그 다음이 3음절과 2음절로서 전체적으로 4음절 이하가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음식업은 3음절 상호가 많기는 하지만 4음절과 5음절을 넘는 상호도 다수를 차지하였다. 상호의 음절수에 있어 업종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3음절 상호를 선호하였다. 이것은, 조심스러운 진단이기는 하지만, 향후 중국의 상호의 길이가 짧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상호의 상표화와 간명한 상호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의 태도를 볼 때, 향후 중국의 상호는 음절수가 줄어들면서 점차 대상호에서 소상호로 이행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연령, 성별, 직업과 같은 사회 변인은 음절의 개수, 선호하는 상호의 특성 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성모의 출현빈도 면에서 볼 때 ‘순음, 설첨음, 설첨후음, 설면음’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 다음에 ‘설근음’이 있고 제일 마지막에 ‘설첨전음’이 이어진다. 이것은 첫째, 중국어 어음 체계의 역사적인 변화와 관계가 있다. 중고 시기에 g, k, h 중에 다수가 구개음화 과정을 거쳐 j, q, x로 변하였으며 z, c, s의 일부도 j, q, x나 zh, ch, sh로 바뀌었다. 둘째, 청각 인상과의 관련을 부정하기 어렵다. 설첨전음(z, c, s)과 같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처음부터 기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 단어와 달리 특히 소비자의 기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호 개발의 경우 청각 인상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운모의 경우 단운모와 비음첨가운모의 높은 사용빈도가 인상적이었다. 운복에서 a, i, u의 사용빈도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서로 간에 변별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삼중복운모나 ü 음이 적게 쓰인 것은 발음상의 난이도 때문이다. iai, uau, aui, iua 와 같은 복운모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도 발음상의 난이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조의 경우, 성조가 상호의 개발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크게 보면 상호에서는 제4성 자가 많이 쓰이고 제3성 자가 뚜렷하게 적게 쓰인다. 1음절 상호에서 제3성 자는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그 원인은 첫째, 성조 외적인 요인으로서 해당 성조를 쓰는 글자 수의 많고 적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둘째, 성조 내부 요인으로 음의 길이(난이도)와 강약(임팩트)이 상호에 쓰이는 글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어의 중요한 특징에 속하는 요소인 ‘성조’가 상호의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성모, 운모, 성조의 출현빈도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현상들은 중국어 세계에서 이미 하나의 거대한 패턴(recurring pattern)으로 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상호나 제품의 브랜드 네임을 개발할 때 이러한 사실을 상호의 개발에 무의식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진입하는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상호와 네임을 개발하려면 이러한 사항을 ‘의식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의 잠재 의식 세계에 내재해 있는 것을 의식의 세계로 끄집어내어 새로운 상호에 구현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이 글이 이러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연구의 결과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 상호 개발 작업을 하는 실무자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을 단순히 저임금을 겨냥한 생산 기지가 아닌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상표(trademark)와 아울러 상호(trade name)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 상품 판매점의 상호를 보면 전략적으로 선택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상호 자체가 커다란 광고판이며,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산 가치를 지는 것임을 인식한다면, 어느 한 글자 허투루 선택할 수가 없다.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인지 세계를 자극하는 ‘의미’도 좋아야 하겠지만 소비자의 잠재의식이나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주는 청각적인 인상, 즉 ‘어음’의 선택 역시 그에 걸맞은 관심이 투여되어야 한다. 어음 방면에 있어 이 글이 최소한의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