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 담론은 근대가 낳은 산물로, 통합과 배제의 원리로 기술된 갈등의 연금술이다. ‘일본문학사’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한국문학사, 중국문학사와 같은 타국의 문학사를 타자로 정위한 후에 성립되고, ‘일본근대문학사’ 역시 일본고전문학사를 타자로서 일단 배제한 후 ...
문학사 담론은 근대가 낳은 산물로, 통합과 배제의 원리로 기술된 갈등의 연금술이다. ‘일본문학사’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한국문학사, 중국문학사와 같은 타국의 문학사를 타자로 정위한 후에 성립되고, ‘일본근대문학사’ 역시 일본고전문학사를 타자로서 일단 배제한 후 일본문학사로서 통합하는 등, 문학사 담론은 끊임없는 교섭과 단절의 산물인 것이다.
일본의 근대문학사는 한문문학, 모노가타리(物語), 와카(和歌), 일기, 수필, 렌가(連歌), 하이쿠(俳句), 근세소설(요미홍<読本> 등), 노(能), 교겐(狂言), 가부키(歌舞伎) 등 고전 문학 장르의 역사에 대칭적인 ‘문학사’의 영역을 확보하였다. 일본에서 ‘근대문학’을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다이쇼(大正) 시대 중반 이후 채 100년도 되지 않는 역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고정된 소여(所与)로써 자명성이 확보된 ‘일본근대문학사’는 실로 장족적인 속도로 영역을 다졌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근대문학사’가 ‘고전문학사’ 대 근대문학사’의 대칭성을 획득한 것은 근대성을 담보한 ‘소설’의 역사를 중심화하는 기술 방식을 통해, 다양한 고전 장르의 역사를 기술한 고전문학사의 기술 방식과 비대칭성을 획득하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본의 근대소설에 대한 과잉 의미부여에 대한 논의(亀井秀雄, 小説論)처럼 일본의 '근대문학사(=소설사)'는 고전문학사를 배제함으로써 그 타자성을 통하여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였다. 이와 같은 문학사 기술의 비대칭성은 예컨대 모노가타리, 와카, 일기, 수필 등의 다양한 장르의 역사를 기술하는 중고문학(헤이안 문학, 왕조문학)사와의 이질성을 담보하는 ‘소설’을 중심화하면서 ‘주체’적 존립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근대문학사’는 한편으로 일본문학사 속에 시대별 문학사로서 통합되는 아이러니를 지닌다. 즉 ‘일본근대문학사’는 여러 시대별 하위 장르인 상대문학사, 중고문학사, 중세문학사, 근세문학사라는 여러 시기들과 병열・대칭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인 대칭과 비대칭의 관계성이 잘 눈에 띠지 않는 것은 배제와 통합의 문학사 기술에 의한 것으로 이는 이 연구의 초점인 홋카이도문학사의 공간적인 대칭과 비대칭의 관계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
먼저 홋카이도문학사의 특징은 스스로 ‘변방성’을 강조함으로써 ‘중심’으로써의 ‘일본근대문학사’를 를 배제하고, 그 타자성을 통하여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과정을 보인다. 외지로서 근대 이후 일본문화에 편입된 홋카이도 문학은 고전문학을 포함한 일본문학사의 시대별 하위 장르 속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에, 장소적 주변성을 토대로 한정된 시대별 역사성을 부여하는 전략적 담론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홋카이도문학사가 자신의 존립근거를 마련하는 시점은 '북방의 풍토', '자연', '대지' 등의 지정학적 위치였다. 그 주변성의 강조 전략은 홋카이도 문학사가들의 중심 사관이 되는 한편, 그 변방성을 보는 일본근대문학사가의 인지를 통해 대칭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근대문학사의 입장에서 주변부로서의 외지(=홋카이도)의 장소성 강조는 배제와 통합의 대상이기도 하다. 노마 히로시(野間宏)는 홋카이도 문학전집(北海道文学全集) 간행에 대하여 "홋카이도 문학은 어떠한 문학인가 결코 미문의 얕은 강을 건너지 않는 문학이다. 자연, 대지 바로 그것이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곳에서 출발하는 문학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지정학적 공간 분할을 예사롭게 유포한다. ‘중심’인 일본근대문학사가 추구한 것이 인간의 ‘내면세계’의 의미를 보강하는 자연이었다면, 홋카이도문학은 자연의 의미가 강조되고, 세련됨에 대비한 콜로니얼 담론의 의미가 보강되는 것이다.
즉 일본근대문학사는 홋카이도문학사라는 이질성을 타자화하고, 홋카이도문학사는 일본근대문학사라는 중심성을 타자화하면서 서로 통합된다. 그 통합 과정이 혼슈 문학, 오키나와 문학, 홋카이도 문학과 같이 공간적이 서열화를 통해서 나타나고, 홋카이도 문학사의 본질 역시 중심에 통합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