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북한 신문 사설에서 ‘주체사상’이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방법을 논의하였다. 우선 ‘주체사상’을 북한에서의 혁명과 건설 등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자신의 실정에 맞게,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을 의미한다는 북한 정권(김일성)의 주장과는 ...
본 논문에서는 북한 신문 사설에서 ‘주체사상’이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방법을 논의하였다. 우선 ‘주체사상’을 북한에서의 혁명과 건설 등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자신의 실정에 맞게,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을 의미한다는 북한 정권(김일성)의 주장과는 달리, 정권의 정통성 확보와 체제 유지, 혁명과 건설을 위한 대중운동, 대남혁명과 유일노선의 합법화, 김일성 체제 정당성 구축, 권력승계의 정통화, 국내외적 도전으로부터의 자기방어를 위한 이데오르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윤진헌 1989; 김갑철 & 고성준 1988)으로 본 후, 이런 의미에서의 ‘주체사상’이 북한 신문 사설에서 어떻게 발견되고 있는지를 비평적 담화분석이라는 이론틀을 이용하여,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에서 살펴본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 거시적 측면에서는, ‘선군시대’와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부강번영, 강성대국 실현 등이 주요 화제가 되고 있음과, 그리고, 이민위천과 김정일에 대한 절대 충성이 두 가지 핵심가치로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담화구조 면에서, 북한 사설은 도입부, 전개, 권고 등 "사설"로서의 기본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높은 빈도의 "제안"형 제목, 직접인용의 빈도와 출처, 그리고 담화기능, 사설의 비논쟁성 등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사설과 흥미로운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한편 미시적 측면에서는, 김정일/김일성, 인민, 인민군대, 당원, 그리고 ‘미제(미국)’ 등이 주요한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었으며, ‘미제’는 나머지 다른 행위자들과 대립각을 이루는 과정에서 북한 신문 사설의 이념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 사설에서는 단언적 화행과 의무적 서법이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었는데, 특히 예외적일 정도로 높은 빈도를 보여주고 있는 의무 서법은 북한 신문 사설의 이념적, 사회적 기능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로 간주될 수 있었다. 미시적 분석의 마지막 예로서, 본 자료에서는 북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설득 전략으로서 "현 상황 정당화 전략", "통합 및 결속을 위한 전략", "내부적 차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 "변화 회피를 위한 영속화 전략" 등이 명백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분석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본 논문에서의 북한 신문 사설에 대한 분석은 국내외적으로 최초의 시도인데, 본 논문에서 드러난 북한 사설의 여러 가지 특성들은 장르/레지스터(register)에 대한 기존의 국내외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으며,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이 표현되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이념 표현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비평적 담화분석이 어떤 점에서 타당성을 갖는지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학제간 연구의 가능성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신문방송학에서 연구되어 오던 대중매체가 언어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학문 사이의 교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북한 연구에서의 기여이다. 최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 관련 연구라는 맥락에서, 본 연구는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이다. 특히, 남한과 북한의 대중 매체에서의 차이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주로 음성�음운 및 어휘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남�북한의 대중매체를 담화분석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