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글 필사본 자료 중 음식조리서와 여성교육서를 통해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영위한 문자생활 양상을 조명해 보았다. 2장에서는 필자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수집한 문헌과 그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였다. 3장에서는 필사본의 특성에 나타난 필사 관련 요소를 분석 ...
이 논문은 한글 필사본 자료 중 음식조리서와 여성교육서를 통해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영위한 문자생활 양상을 조명해 보았다. 2장에서는 필자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수집한 문헌과 그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였다. 3장에서는 필사본의 특성에 나타난 필사 관련 요소를 분석하고 그것이 갖는 의의를 논하였다. 그리고 한두 문헌의 사례를 들어 문헌 자료의 내용으로 본 문자생활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음식조리서와 여성교육서에 나타난 조선시대 여성의 문자생활 양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 검토 대상으로 삼은 음식조리서는 모두 30종이다. 음식조리서를 종합한 이성우 교수의 영인본에 실린 것이 17종이고, 필자가 새로 찾아내거나, 음식조리서로서 기존 보고서의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이 13종이다. 이 30종을 대상으로 필사 관련 요소를 분석하여 <표3>에 제시하였다. 본고에서 다룬 여성교육서는 간본이 7종이고 필사본이 29종이다. 이 중 필사본 25종을 대상으로 필사 관련 요소를 분석하여 <표4>에 제시하였다. 분석 대상에 넣은 필사 관련 요소는 저자, 필사자, 필사자수, 서문, 발문, 필사기, 독서기, 본문의 문자, 서명의 문자, 서체와 필사기 등으로 설정하였다. 이 항목들에 대하여 필사자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필사자가 몇 명인가, 서문과 발문이 있는가, 있다면 누가 썼는가, 필사기와 독서기가 있는가, 있다면 누가 쓴 것인가, 본문과 서명(書名)은 한글로 썼는가 한자로 썼는가, 서체와 필치는 어떠한가 등에 관한 사항을 각 문헌에서 분석하여 두 개의 표로 요약 제시하였다. 이어서 두 표에 나타난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사용 문자의 종류에 따른 경향과 필치의 우열이 보여 주는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 분석을 통해 밝혀진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음식조리서의 경우>
한글 음식조리서 30종 중 <주방문>(규장각본), <온주법>, <주방문 초>는 책의 저술에 남성이 관여했음이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가정의 음식 조리를 여성이 주관한 만큼 이 책들의 저술에도 그 집안 여성들이 상당히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공동 참여한 문자생활의 결과가 음식조리서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본다. 나머지 27책의 저술과 필사는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조리서의 필사자 수를 보면, 1인 필사가 21종, 2인 필사가 6종, 3인 필사가 3종이다. 2-3인이 필사에 참여한 까닭은 필사 작업이 매우 고된 것이어서 작업의 고통을 분담한 결과이다. <윤씨음식법>의 권말 필사기에는 필사의 극난함과 아울러 삼대(조모, 시어머니, 며느리)가 함께 필사했음을 기록해 놓았다.
음식조리서에는 서문이나 발문을 갖춘 것이 없다. 그 이유는 공간(公刊)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여성 저술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저술을 남기는 것은 조선시대의 통념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서문이나 발문은 없지만 간단한 필사기가 있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음식디미방>이다. 이 책의 필사기에는 딸들에게 한 당부 내용이 있어서 특이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식조리서에는 필사 연대를 적은 정도의 필사기만 있다.
여성교육서의 저술자는 남성이 많지만 여성이 직접 저술한 것으로 보이는 책도 있다. 필서자가 여성이 확실한 것은 <여계약언>, <고금여감>, <규곤의측>, <여학별록>이다. 나머지 필서자 미상 문헌들은 서체 혹은 필치로 볼 때 대부분 여성이 쓴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여성교육서의 저술자와 필서자를 서로 비교해 보면 성별에 의한 특성이 발견된다. 저술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필서자는 여성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집안 혹은 친지들에게 전해져 온 서적을 보고 여성들이 전사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