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전남 방언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파생하는 접미사들의 형태와 기능을 기술한 것이다. 이들 접미사들은 모두 의미적 기능과 형태적 기능을 수행할 뿐, 정의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없었다. 명사 파생의 경우 ‘버르장머리’의 ‘머리’나 ‘멋대가리’의 ‘대가리’ 등은 ...
이 논문은 전남 방언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파생하는 접미사들의 형태와 기능을 기술한 것이다. 이들 접미사들은 모두 의미적 기능과 형태적 기능을 수행할 뿐, 정의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없었다. 명사 파생의 경우 ‘버르장머리’의 ‘머리’나 ‘멋대가리’의 ‘대가리’ 등은 순전히 말할이의 비하의 감정을 드러내는 정의적 접미사로 쓰였으나(이기갑 2005), 형용사나 부사 파생 접미사에서 이러한 정의적 접미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점은 명사 파생 접미사와의 중요한 차이로 보인다. 다만 형용사 파생 접미사 가운데 ‘누리끼리하다’, ‘거무튀튀하다’ 등의 ‘-끼리-’나 ‘-튀튀-’ 등은 어기에 고유한 의미를 첨가하면서도 말할이의 부정적 감정(비아냥이나 못마땅함 등)을 부분적으로 드러내는 점에서 정의적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된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a) 전남 방언에서 의미적 기능을 수행하는 접미사 가운데 ‘-하-’, ‘-시롭-’, ‘-찹-’ 등이 기술되었다. ‘-하-’와 ‘-시롭-’은 현대 중앙어에서도 쓰이는 것이지만 ‘-찹-’은 중세어의 ‘-갑-’에 대응되는 것으로서 현대 중앙어에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인데, 전남 방언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이다.
(b) ‘-하-’는 어근에 직접 결합되기도 하고, 어근에 다른 접미사가 결합된 어기에 결합하기도 한다. 이처럼 ‘-하-’가 붙는 어기를 형성하는 접미사로 ‘-으막-’, ‘-직-’, ‘-드라-’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공간 형용사를 어근으로 한다. 이에 반해 ‘-지근-’, ‘-고롬-/-으롬-’, ‘-스름-’, ‘-콤-’ 등은 주로 상태 형용사를 어근으로 하는 것들이다. 이들 어기 형성 접미사들은 모두 중앙어에도 쓰이는 것이지만, 생산성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중앙어보다 더 생산적으로 쓰이는 어기 형성 접미사에는 ‘-으막-’, 중앙어보다 생산성이 낮은 접미사로는 ‘-드라-’, ‘-지근’ 등을 들 수 있다.
(c) ‘-시롭-’은 중앙어의 ‘-스럽-’에 대응하는 의미적 접미사인데, 전남 방언에서는 중앙어에 비해 훨씬 생산적으로 쓰여 많은 경우 ‘-하-’를 대신해 쓰이기도 한다.
(d) 전남 방언의 형태적 접미사에는 ‘-옵-’과 ‘-읍-’이 있는데, ‘-옵-’은 주로 전남의 서부 지역, 그리고 ‘-읍-’은 낱말에 따라 전남의 서남 해안 지역 또는 동부 지역에 나타나는 분포상의 특징을 갖는다.
(e) 전남 방언의 부사 파생 접미사로 ‘-니’, ‘-이’, ‘-로’, ‘-껏’, ‘-씬’, ‘-씨’, ‘-나’, ‘-케’ 등을 설정하였다. 이 가운데 ‘-이’, ‘-로’, ‘-껏’ 등은 중앙어에서도 쓰이는 것이나 나머지 접미사들은 중앙어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니’, ‘-씬’, ‘-씨’, ‘-케’ 등은 의미적 접미사로 기능하는 것이지만, ‘-이’, ‘-로’는 의미적 접미사와 형태적 접미사의 두 용법을 모두 갖는 것이다. 반면 ‘-나’는 오직 형태적 접미사로 쓰여 이 접미사가 없는 낱말(‘대체’, ‘전히’)과 접미사를 포함한 낱말(‘대체나’, ‘전히나’) 등이 아무런 의미 차이 없이 혼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