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싱가포르의 언어문화현상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언어문화교육의 방향을 탐색한 논문이다. 싱가포르는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를 공용어로 하는 다민족·다문화·다언어 사회로서, 정보화와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우리 언어문화를 문화적 원 ...
이 논문은 싱가포르의 언어문화현상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언어문화교육의 방향을 탐색한 논문이다. 싱가포르는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를 공용어로 하는 다민족·다문화·다언어 사회로서, 정보화와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우리 언어문화를 문화적 원근법으로 살펴볼 수 있는 비교 준거가 된다.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의 Thomas Stamford Raffles경이 Johor주의 술탄에게서 싱가포르섬을 매입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그 후 2차대전까지 100년 넘게 싱가포르를 지배했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중국인과 인도인으로 충당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싱가포르는 중국인(76.5%), 말레이인(13.8%), 인도․파키스탄인(8.1%), 기타 유럽·아시아인이 각기 다른 언어와 풍속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종교도 불교․도교(51%), 이슬람교(14.9%), 기독교(14.6%), 힌두교(4.0%) 등으로 다양하며,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의 네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언어문화는 영국의 식민 지배로부터 출발한 역사적 맥락, 중국·말레이·인도계 주민이 섞여 사는 인종 구성, 말레이반도에 자리잡은 섬나라로서의 지리적 배경, 그리고 유교적 실용주의에 기초해서 국제화를 추구하는 인민행동당의 정강·정책 등이 어울려 형성되었다.
싱가포르의 언어문화교육은 영어와 모어를 양축으로 하는 이중언어정책에 따르는데, 그 결과 교육과 생활 양면에서 분열 현상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다중언어로 형성된 싱가포르의 소통문화는 자연스럽게 사적 언어와 공적 언어의 분리를 낳고, 나아가 언어의 권력화와 위계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 위계의 최상층에는 표준영어(Queen's English)와 북경 표준어(普通话, Mandarin)가 있다. 또한, 장(場)에 따른 언어의 분리는 부수적으로 제1공용어에 대한 민족어의 위축, 언어 표현의 단순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어긋남, 문학의 공동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분열은 인종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 지역화와 세계화, 문화주의와 실용주의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싱가포르의 언어문화교육 정책은 다인종주의Multiracialism·다언어주의Multilingualism·다문화주의Multiculturalsim의 축 위에서 수립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기본 공용어로서의 영어가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중언어교육을 받는데, 영어교육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대화 능력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어휘와 문법, 발음을 중시하고, 모어교육과 관련해서는 역시 어휘와 유창성을 중시하면서 각 인종의 문화적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전반적인 방향은 의사소통에서의 유창성을 목표로 삼고, 그 바탕이 되는 리터러시를 중시하며, 교육 성취도와 연계하여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우리 상황과 대비하면 언어문화교육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중 세 가지만 집중적으로 거론하기로 한다. 언어를 통한 사회통합 추구와 언어생태학의 문제, 이중언어교육 혹은 영어공용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문제, 그리고 국가 주도의 언어문화교육 정책 문제가 그것이다. 모두 거시적 ‘언어발전계획’(Language Planning)과 관련된 것들로, 구체적인 언어 및 언어문화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기초가 된다.
싱가포르의 언어문화교육 정책은 국민통합과 국가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였으나, 언어문화의 발전 및 언어생태학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를 통하여 언어교육에서 사고와 의사소통, 문화형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고, 국제어로서 영어교육을 강화하되 목표와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하며, 모어문화 및 모어교육의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언어를 통한 사회통합 문제와 영어공용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문제, 그리고 국가 주도의 언어문화교육이 지니는 한계를 논쟁점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