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시, 산문소설, 드라마와 같은 르네상스기 영국 문학의 장르들이 각각 차별화된 계급의식과 정치성을 보인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장르의 정치성이 개별 장르에서 구현되고 산종되는 양상을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가 각 장르에서 전용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하 ...

본 연구는 시, 산문소설, 드라마와 같은 르네상스기 영국 문학의 장르들이 각각 차별화된 계급의식과 정치성을 보인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장르의 정치성이 개별 장르에서 구현되고 산종되는 양상을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가 각 장르에서 전용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는 본질적이고 비역사적인 개념으로 생각되지만 적어도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의 차원에서는 근대에 구축된 역사적인 구성물이다. 낭만적 사랑은 장르에 따라, 그리고 작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전용되었다. 와이어트(Wyatt)나 써리 백작(Surrey), 시드니(Sidney)나 스펜서(Spenser)의 소네트에 나타난 궁정적 사랑이 있는가 하면, 상호성과 결혼으로의 귀결이 강조된 셰익스피어 중기희극의 낭만적 사랑이 있고, 들로니의 산문소설 속에서 거리를 두고 희화화, 타자화된 낭만적 사랑도 있다. 즉, 다양하고 상반된 담론들이 이 기간에 경쟁하며 병존해온 것이다.
영시에서의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는 당시의 역사적 환경과 관련이 있다. 16세기 말, 17세기 초는 경쟁이 특히 심했던 시기로서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의 숫자와 궁정이나 정부의 일자리 사이에 극심한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있었다. 연애시들은 이와 같은 현실을 남녀관계로 치환하여 권력에 대한 동경과 좌절, 소망과 환멸을 표현한다. 여성을 이상화라는 페트라르카 연애시와 여성을 폄하하는 오비드식 연애시와는 달리, 낭만적 사랑의 연애시들은 사랑과 결혼을 동일시하고 남녀간의 상호성에 기초한다. 이처럼 남녀 상호간의 애정과 신뢰, 그리고 개인의 자질에 기초한 낭만적인 결혼관은 가문과 재산에 따라 정해지던 당시의 계약적 결혼관행과 배치되는 것으로서 또 하나의 소망충족이면서 동시에 그런 관행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사랑의 영원함과 상호성에 대한 믿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랑에 대립되는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혐오의 양가적 태도, 즉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사랑에 적대적인 사회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회 현실에 다시 편입되고 싶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드라마에서의 낭만적 사랑 역시 양가적으로 사용된다. 장르의 특성상 젊은 남녀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장애를 만나며 이 장애는 흔히 기존 사회의 위계질서가 된다. 이때 젊은 남녀의 낭만적 사랑은 이 질서에 대한 전복이나 저항의 양상을 띠게 되고 이때 낭만적 사랑은 기존 질서를 뒤집는 동력이 된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고 두 남녀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와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이는 결국 전통적인 위계질서를 인증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낭만적 사랑이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에서의 낭만적 사랑 역시 양가적인 효용을 갖는다.
산문소설의 경우 양상이 좀 다르다. 상류사회의 전유물이었던 영시나 각 계급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혼재하던 드라마와는 달리 중산층 이데올로기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한 산문 장르에서 낭만적 사랑은 이 계급의 계급적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사용된다. 들로니의 소설이 그 예로서 영시에 등장할 법한 궁정적 사랑은 소설 속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고 가끔 희화화되기도 한다. 반면에 물질주의적이고 적극적인 여성들이 등장하여 이들이 벌이는 현실적인 사랑과 결혼이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중산층의 결혼관을 보여준다.

This study aims to research on the politics of genre, specifically the relationship between literary genres and their appropriation of romantic love. Literary genre is a complex construction whose rules are the result of the competition and reconcilia ...

This study aims to research on the politics of genre, specifically the relationship between literary genres and their appropriation of romantic love. Literary genre is a complex construction whose rules are the result of the competition and reconciliation between the political, social, economical, and cultural powers. Romantic love, on the other hand, is another historical construction that serves different ideological purposes in different genres. So, this study focuse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two historical constructs: literary genres and the motif of romantic love.
Romantic love in the Renaissance poetry has a different view of woman and marriage from those of Ovidian love poetry or Petrarchan love poetry. Its emphasis on the reciprocal relationship between man and woman, and its leading to marriage as its natural progress is a new phenomenon in English poetry. However, its real relevance is to the reality of the early modern English society where the number of prestigious positions is extremely small, but the competition is maddeningly great for the educated young men. In this social context romantic love can be read as the displacement of frustrated social desires of these young men and their wish fulfillment through the channels of literary expression.
Romantic love in the drama is also appropriated for the different political purposes. Love of young people is usually met with obstacles that are often in the form of parental opposition or the oppression of the authorities. Thus romantic love functions as the subversive ideological apparatus. However, as the play unfolds, young lovers are accepted by the authorities and their love is granted by the society. In the end, romantic love serves the conservative ideology and endorses the hierarchy.
Romantic love in the prose fiction has different ideological function than those of poetry and dramas. Elizabethan prose fiction is a genre that has a strong middle class orientation. Unlike in poetry or dramas, romantic love in the prose fiction is often the object of parody and ridicule with its unrealistic depiction. The strong and materialistic man and woman in these fictions represent a new version of love in this new genre of new class.

본 연구는 시, 산문소설, 드라마와 같은 르네상스기 영국 문학의 장르들이 각각 차별화된 계급의식과 정치성을 보인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장르의 정치성이 개별 장르에서 구현되고 산종되는 양상을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가 각 장르에서 전용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하 ...

본 연구는 시, 산문소설, 드라마와 같은 르네상스기 영국 문학의 장르들이 각각 차별화된 계급의식과 정치성을 보인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장르의 정치성이 개별 장르에서 구현되고 산종되는 양상을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가 각 장르에서 전용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는 본질적이고 비역사적인 개념으로 생각되지만 적어도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의 차원에서는 근대에 구축된 역사적인 구성물이다. 본 연구는 근대 초기 영국에서 낭만적 사랑이 장르에 따라 어떻게 전용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영시에서의 낭만적 사랑은 궁정적 사랑과 페트라르카식 사랑으로 표현된다. 화자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 여성과 그 여성에 대한 일방적 숭배를 표현하는 궁정적 사랑은 한편으로는 신분사회가 헐거워지고 다른 한편 교육확대 등으로 경쟁은 더욱 심해진 정치, 사회 현실 속에서 당시 남성들이 느꼈던 위기감을 여성에게 치환하여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그 사랑이 상호성까지 갖게 된다면 남성의 소원성취의 환상이 시 속에 투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낭만적 사랑의 모티프가 당시의 정치, 사회적인 현실과 이에 따른 좌절을 투사하는 기제로 사용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의 낭만적 사랑은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 남녀의 사랑이 우여곡절 끝에 맺어지는 과정에서 이들의 사랑과 결혼이 기존의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한다. 그 과정에서 구질서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지만 대개의 경우 아버지나 왕 등의 권력자와 화해를 이루며 결혼에 성공함으로써 오히려 위계질서를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근대 초기 새로 등장한 장르인 산문소설은 중산층에 오리엔테이션을 둔 장르답게 낭만적 사랑에서도 다른 장르와 차이를 보인다. 귀족이 등장하여 궁정식 연애를 보이는 경우 풍자의 대상이 되고, 반면에 중산층들의 사랑과 결혼은 극히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고려를 수반한다. 중산층의 계급적 정체성과 이데올로기가 낭만적 사랑의 형상화에 중요한 동인이 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제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축적되어온 여성론적 연구 성과를 장르 연구와 접목시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르네상스기라고 광범위하게 묶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시기 동안에 쓰인 문학 작품들은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편차를 보인다. 어느 왕의 ...

본 연구는 이제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축적되어온 여성론적 연구 성과를 장르 연구와 접목시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르네상스기라고 광범위하게 묶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시기 동안에 쓰인 문학 작품들은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편차를 보인다. 어느 왕의 치하였는지, 그 왕의 치하에서도 어떤 시기에 쓰여졌는지, 어떤 계층의 작가가 집필했는지, 어떤 관객 혹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등등의 수없이 많은 문학적 혹은 문학 외적 조건들이 주어진 작품 속의 정치성을 결정한다. 예컨대 이 시기에 쓰인 모든 문학작품들이 다 가부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한다면 가부장제는 비역사적인 추상물이 되고 만다. 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도 초기 희극, 중기 희극, 사극, 초기 비극, 후기 비극, 로맨스의 가부장제가 다 다르고, 본 연구가 다루고자 하는 낭만적 사랑의 모티브 역시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작품의 이데올로기를 결정하는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 중 중요한 한 요소가 장르이며, 장르 역시 지극히 역사적인 개념이라는 전제 하에 이 주제를 접근하고자 한다. 낭만적 사랑에 대한 여성론적 연구는 국내외에서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연구 성과를 장르의 역사적 연구와 접목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셰익스피어나 드라마 위주로 연구되어온 국내의 연구 영역이 산문 소설로 확장되는 의의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발행된 연구 논문들을 일별하면 알 수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 논문들이 셰익스피어나 혹은 동시대 작가들의 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기가 드라마의 황금기이기는 했으나 또한 산문 소설의 태동기이기도 했다. 다양한 계층을 관객으로 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산문 소설은, 특히 들로니의 산문 소설은 중간 계층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었던 장르이다. 후에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될 중간 계층의 초창기 모습을 알 수 있는 문건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이라는 동일한 모티브를 통해 산문 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역사성을 연구하고 이를 동시대 다른 장르들과 비교 분석하는 것은 국내 연구 영역을 넓히는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