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CIS(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한인문학과 재일(在日) 한인문학을 중심으로 재외 한인문학의 미적 자질과 주제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 문학이 내보이는 공통적인 특질을 추출하여 한민족문학의 형상을 새롭게 재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이를 통 ...
이 연구는 CIS(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한인문학과 재일(在日) 한인문학을 중심으로 재외 한인문학의 미적 자질과 주제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 문학이 내보이는 공통적인 특질을 추출하여 한민족문학의 형상을 새롭게 재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 민족문학의 영역을 확대하고, 민족문학이 안고 있는 폐쇄적인 ‘민족성’ ‘국가성’을 넘어서는 어떤 지점들을 포착, 궁극적으로 세계문학에 기여하는 보편적인 자질들과 또 그것들이 갖는 의미를 해명하고자 한다.
동북아 지역 이주 한인 1세대들은 척박한 생존 조건 속에서도 한민족의 얼과 혼을 잃지 않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리고 그 원형질을 후손들에게 온존하게 물려주기 위해 각양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한글 신문과 잡지를 발간하고, 시집과 소설작품집을 엮어내면서 독자적인 한인 문단을 형성하고 창작 활동을 활발히 벌인다. 이들이 산출한 문학 작품은 그 지역 한민족의 이주 역사, 정착 과정에서 겪었던 삶의 애환, 장래의 기대 등을 담아내고 있고, 이것은 그 지역 한인사회의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계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한인문학은 우리 민족이 감내해야 했던 역사적 질곡, 비극적인 이주․정착사에 다름 아니라 하겠는데, 이는 그 지역 2세대는 물론 3세대 문학에도 계승된다. 한글로 창작된 문학은 물론, 현지 언어로 창작 발표된 CIS 고려인 또는 재일한인 3세대의 작품들도 이주․정착에 따른 그 지역 한인들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의 한인문학은, 비록 그 지역 한인 독자가 아니라 현지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우리 문학의 외연을 넓혀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 하겠다.
재외 한인문학은 한국에서의 경험과 정서를 지켜나가고 있던 이주, 정착 1세대와 2세대가 점차 줄어드는 반면, 현지에서 태어나 성장한 3, 4세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현지 사회에서의 적응 방식은 물론 스스로의 정체성 문제로 심각한 고민과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꿔 말하여, 3세대 작가군은 민족 정체성과 그것을 넘어서는 보편성과의 긴장 관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외 한인 3세대 작가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방식으로 민족적 전통을 수용하고 민족 정체성을 유지 또는 변화시켜 나가는가 하는 문제를 파악해 보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 민족 전체의 잠재력을 현재화해 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재외 한인문학, 특히 CIS 한인(고려인) 문학과 재일 한인문학이 드러내 보이는 공통적 주제는 이주 한인들이 겪어야 했던 ‘경계인’ 의식과 정체성의 상실이다. 이주 초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자율적인 이주라 하더라도, 이주 한인들은 ‘이주’라는 탈공간의 박탈적 경험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남기 위해 민족적 차별, 문화적 충격, 이중 언어의 어려움, 세대간의 갈등 같은 안팎의 시련과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한다. 그에 따라 한인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이주 한인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전망, 그리고 정체성 회복을 향한 갈망 등을 담아내고 있다. 이주 1세대의 작품이 특히 그러하다. 바꿔 말하여, 이들 지역 한인문학에는 이산(diaspora)의 생생한 흔적과 함께, 현대 한국문학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혼종(fusion)의 특성이 혼재되어 나타나 있는 것이다.
재외 한인문학은 한국문학이면서 외국문학(현지인 문학)이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지역에 따라 이주 시기가 서로 다르고, 그만큼 한인문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 또한 다르다. 다시 말하여 이들 지역의 한인사회는 각기 다른 역사․문화적 상황 아래 형성되었기 때문에 처한 형편이 서로 다르며, 이를 반영한 문학 또한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에 따라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인식도 변모하고 있다. 특히 어느 지역이든 이주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는 그 의식이 사뭇 다르다. 각 지역 이주 1세대 작가들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조국애를 작품에 드러내지만, 3세대 작가들은 민족 정체성보다는 인간의 욕망 또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주 초기 겪어야 했던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정체성을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1세대와 그들의 문학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류 보편의 문제를 추구하며 고정된 ‘국민문학’ 또는 ‘민족문학’의 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3세대 문학 또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보편성의 추구’야말로 3세대 한인 작가들만이 담보하고 있는 긍정적인 가치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