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은 차이와 다원성을 강조한 나머지 역사와 정치, 문화의 장 속/배후에 존재하는, 역사화 할 수 없는 ‘외상적 핵’을 간과한 채 역사적으로 주어진 시대적 상황을 역사의 보편적 본질로 승격시키는 ‘수행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역사주의 ...
포스트모더니즘은 차이와 다원성을 강조한 나머지 역사와 정치, 문화의 장 속/배후에 존재하는, 역사화 할 수 없는 ‘외상적 핵’을 간과한 채 역사적으로 주어진 시대적 상황을 역사의 보편적 본질로 승격시키는 ‘수행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역사주의를 어떻게 역사화 시킬 것인가 "(지젝)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이론적, 실천적, 그리고 방법론적 의미와 내용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큰 이야기’, 혹은 ‘총체성’을 논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포스트모던 상황 그 자체가 이미 이데올로기에 영향 받아 형성되었으며, 그러한 ‘포스트모던적’ 역사주의의 정신성 자체가 이미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을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이론적 맥락에서 논증한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정신분석적 방법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정치적, 사회적, 성적 질곡을 낳았던 자연주의적 본질주의의 극복은 물론 역사주의의 문제점을 동시에 해명,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준거점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본 연구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인 ‘자연과 문화’, ‘역사와 기억, 외상의 문제’는 외연적으로는, 인문학과 비평이론 분야에서 핵심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담론, 성, 권력, 정치, 트로마 이론, 문화, 역사(성), 포스트모더니즘, 주체 등의 문제를 포함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현실적, 이론적 문제에 관한 인문학적, 비평적 논의들이 주로, 자연/문화, 자연주의적 본질주의/문화적 구성주의, 유물론/관념론(인간주의), 있는 그대로의 역사/해석된 역사 등의 방법론적 대립쌍을 바탕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많은 경우 중요한 이론적, 실천적 쟁점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어왔다. 본 연구의 목표는 지금까지 학문적 지형을 지배해왔던 이러한 양극적인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이에 근거해 인문학과 비평이론의 핵심주제들에 대해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본 연구자들은 연구의 전체 주제를 원래의 계획서에 명시한대로, 상호 연결되면서도 각각 다른 세 분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첫째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항담론으로서 실재의 정치성-자연, 문학, 정신분석학’이고, 둘째가 ‘성 정체성과 성 차이의 정치학-정신분석적 (성)담론과 포스트모던적 성(담론)’이며, 셋째가 ‘트로마 이론-역사, 기억, 서사’이다. 우선 정신분석 및 철학의 관점에서 ‘제3의 영역’인 라캉의 실재 개념을 근거지어 이것을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항담론을 위한 거점으로 삼은 상징화의 잉여효과로서의 실재가 상징질서에 내재하면서도 그것에 환원불가능한 ‘외-존재성’을 갖는 ‘내재적 외재’이면서 동시에 ‘외재적 내재’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상징화/공식화의 경계지점에서 발생하는 아포리아적 상황을 규명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양대 반작용인 ‘역사적 구성주의’와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동시에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포스트모던 상황과 그것의 반작용이 몰고 온 자연과 문화, 혹은 자연주의와 문화주의의 혼동상은 현대의 여러 성 담론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라캉의 정신분석은, 예컨대 성전환증자는 주체의 자율성을 완벽히 실현하는 주체가 아니라 ‘기관’으로서의 남근과, ‘상징’ 혹은 ‘기표’로서의 팔루스를 완벽하게 혼동하고 있는 ‘정신병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주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말해 성전환증 ‘환자’는 실재로서의 성 차이를 문화적, 상징적으로 조작 가능한 상징적 차이로 환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문화적 문제의 중요한 핵으로 부각되고 있는 성전환의 문제뿐만 아니라, 예컨대 성형수술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외과적 교정 개입이 갖는 문화적 의미와 문제점들을, 그리고 보다 일반적으로 가상에 열정적 애착을 가지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데올로기적 상황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자들은 ‘포스트모던’ 사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억압의 핵, 언표될 수 없는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질곡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 관점에서 해명하기 위해 트로마 이론에 주목한다. 자칫 ‘승리의 구호’에 취해 ‘야만의 흔적’(벤야민)을 망각할 수도 있을 포스트모던적 상황에서 본 연구자들은 트로마 이론의 정립을 통해 외상과 실재, 기억과 역사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현대의 문화적, 정치적 지평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확고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2007년 2월 말 현재 첫 번째 과제는 연구완료 되어 이미 그 논문이 전문학술지에 발표되었고 두 번째, 세 번째 과제는 현재 논문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