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독재 프로젝트는 2003년 10월 제1차 대중독재 국제학술대회를 시작으로 2008년 6월 제6차 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총 6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아마도 지금까지 진행된 20세기 독재체제에 대한 비교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대중독재 국제학술대회에 참여 ...
대중독재 프로젝트는 2003년 10월 제1차 대중독재 국제학술대회를 시작으로 2008년 6월 제6차 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총 6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아마도 지금까지 진행된 20세기 독재체제에 대한 비교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대중독재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발표자(사회 및 토론자 포함) 수는 123명, 발표된 논문 수는 95편에 이른다. 발표된 논문의 내용을 보면 "우파 독재"의 경우,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 한국, 타이완, 남아프리카, "좌파 독재"는 스탈린주의, 동독, 폴란드, 체코, 유고슬라비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중국 마오이즘, 북한, 캄보디아에 달하는 총 21개국의 사례가 단독 혹은 비교 연구의 방식으로 다루어졌다. 또한 정치사, 사회사, 사상사, 문화사, 일상사, 구술사, 비교사 등 다양한 역사연구방법론들이 발표에 적용되었다. 프로젝트의 기간이나 국제학술대회의 발표자의 수, 연구방법론 그리고 주제/사례의 통계가 보여주는 이러한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대중독재 국제학술대회는 비교 연구의 측면에서 유럽중심주의를 탈피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젠더정치, 모더니티, 기억의 사회문화사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20세기의 독재라는 과거를 이해한다는 학문적 차원을 넘어선다. 이 연구의 문제의식은 독재체제의 붕괴와 그 체제와 관련된 인적, 제도적 청산이 곧바로 독재체제의 유산의 철저한 청산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자각에서 출발하였다. 박정희 체제의 유산과 관련된 한국 사회의 논쟁 뿐만 아니라 포스트 파시즘과 포스트 나치즘, 포스트 스탈린주의의 논의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독재체제의 유산은 대중의 의식 깊이 자리하여 체제가 붕괴한 후에도 끈질기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수행된 본 연구는 첫째, 현재 유럽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경화 경향을 비롯하여, 신파시즘, 신나치즘, 새로운 반유태주의와 같은 인종주의, 극우파의 정치적 부상 등의 현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인식틀을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소련과 동독, 폴란드 등 한 때 현실사회주의를 경험한 나라들이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이 연구의 성과와 결과물은 유럽지역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기존의 수준을 넘어 한층 심화시켜주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식민지와 유신독재의 과거 극복 및 청산의 문제와 관련하여 국내 역사학계 뿐 만 아니라 지식인 사회 전반에 실천적 문제를 제기한다. IMF 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박정희 기념관 건립 문제를 둘러 싼 사회적 논란에서 잘 드러나듯, ‘박정희 신드롬’은 단순한 역사적 기억에 대한 논쟁의 수준을 넘어서 근대화와 개발독재의 헤게모니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주는 지표인 것이다.
결국 이 연구가 제시하는 20세기 독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단순히 과거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1990년대를 거치며 정착된 정치적 민주화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이라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새로운 지향에 대한 성찰과 맞물려 있다. 요컨대 이 연구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현실적 문제에 대한 역사학적 답변의 모색인 것이다.
또한 이 연구의 학문적 기여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들 국제학술대회 보고서들은 영국의 Contemporary European History (Vol. 13-2, 2004), 일본의 Quadrante (No. 5, 2004), 독일의 Potsdamer Bulletin (Nr. 30/31, 2004))과 'H-Soz-U-Kult.net' (2005) 등의 지면과 웹 사이트 등에 게재/소개되어 국제적인 주목을 끈 바 있다. 또한 영국에서 발행되는 20세기 독재에 대한 전문저널인 Totalitarian Movements and Political Religions에서는 연구책임자를 초빙편집인으로 초청하여 본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들을 특집형태로 출판하였다. 2005년 12월 Vol. 6에 "Political Religion and Sacralisation" 이라는 기획제목으로, 2007년 12 월 Vol. 8에는 "Heroisation and Demonisation" 이라는 기획제목으로 특집논문이 게재되었다. 또한 일상사, 모더니티, 젠더정치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물들은 2009년부터 영국 Palgrave 출판사에서 대중독재 시리즈 단행본으로 발간될 예정으로 20세기 독재에 대한 세계 학계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