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종교학 영역에서 비교이론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며,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기존 비교이론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이론적 돌파구로서 여겨지고 있는 관점을 검토하는 것이다(1차년도 연구주제). 두 번째는 대안 ...
이 연구는 종교학 영역에서 비교이론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며,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기존 비교이론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이론적 돌파구로서 여겨지고 있는 관점을 검토하는 것이다(1차년도 연구주제). 두 번째는 대안으로 등장한 이 이론적 관점을 "우리"의 맥락에 적용시키고, 그 결과에 대한 반성을 통해 보다 탄력적인 이론적 접근을 탐색하는 것이다(2차년도 연구주제). 연구의 주된 초점은 종교학에서의 비교이론이지만, 다른 학문분야의 비교이론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의 문제의식은 첫째, 종교연구에서 비교의 주제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는 것, 그리고 종교학적 비교작업의 이론적 기반과 그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보다 바람직한 비교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대안적인 비교 이론적 관점을 한국 및 동아시아의 맥락에 적용시켜보고, 그 때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서구적 이론의 기계적인 적용을 극복하고, 자생적인 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비교는 우리의 인식활동에서 가장 기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비교는 자신과 환경을 구분하고, 타자와 자신의 차이성을 이해하는데서 언제나 행해지게 마련이다. 둘이나 그 이상의 대상을 함께 모아 놓고, 비슷함과 다른 점을 분별하는 과정은 인간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다. 비교과정이 없다면 인간이 말하거나, 인식하거나, 학습하고, 추론하는 일은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교는 한편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인간의 과정에 필연적으로 포함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로 인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어느 인간 집단에서도 인간/비인간 그리고 우리/그들의 이분법을 통한 비교가 광범위하게 행해져 왔으며, 일방적으로 자기집단 중심적인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공시(共時)적인 문화 비교뿐만 아니라, 통시(通時)적 역사 시대 사이에도 비교가 행해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에 무수한 비교가 이루어져 예컨대 과거가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같은가 다른가, 또 미래는 특정의 시점과 비교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의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통시적 비교 역시 어쩔 수 없게 현재중심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론적 관점과 마찬가지로 비교이론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비교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준거로 하여 미지의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서, 비교작업에는 권력 작용이 작동되기 일쑤이다. 예컨대 인간의 심리적 통일성을 상정하면서, 특정 상징이 보편적 원형을 드러내고 있다는 식의 초역사적 논의로서 특정한 사물과 관점에 과도한 가치를 부과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필연적 발전 단계를 설정해 놓고 특정 항목을 어느 단계에 있다고 하면서 그 성격을 단정해 버리는 식의 논의도 있다.
이로써 비교가 인간의 인식활동에서 필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편, 많은 오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교활동의 불가피성, 그리고 그에 내재된 문제점을 인식할수록, 비교에 대한 성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너무 편만(遍滿)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비교의 작업을 낯익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비교작업에 개입하게 되는 여러 가지 절차의 의미를 쉽게 간과할 수 있다.
비교는 인간의 인식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의 중요성을 지닌 것이므로, 비교활동에 대한 학적 관심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 대상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확장하는 일에 몰두하는 학문 활동은 비교 작업을 빼놓고는 성립될 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구자가 다루어야 할 대상의 범위와 폭이 확대될수록 비교 작업이 지닌 의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근대 이후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비교연구’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증대된 것은 일차적으로 연구자가 다루어야 할 대상의 범위가 크게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서구와 타문화들 사이에 이루어진 생소한 만남에 직면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다시 발견한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자기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를 다른 사회 및 타문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대 이후 문학, 인류학, 철학, 종교학, 사회학, 민속학 등의 제반 학문 영역이 이루어낸 학문적 성과들은 기실 비교연구에 바탕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