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80년대 초,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이후, 현대러시아 문예에서 고전의 재해석과 맞물린 '고전과의 유희'는 리메이크, 이어쓰기, 인용, 차용, 패러디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리메이크는 단순하고 은밀한 표절인가, 중고품인가, 아류인가? 아니면 현대러 ...
1. 1980년대 초,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이후, 현대러시아 문예에서 고전의 재해석과 맞물린 '고전과의 유희'는 리메이크, 이어쓰기, 인용, 차용, 패러디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리메이크는 단순하고 은밀한 표절인가, 중고품인가, 아류인가? 아니면 현대러시아문학의 새로운 경향인가? 러시아 고전작가들(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기, 뚜르게네프)의 작품을 최초로 리메이크한 레프 니꼴라예프의 <안나 까레니나>, 표도르 미하일로프의 <백치>, 이반 세르게예프의 <아버지와 아들> 등은 동명의 유명한 고전을 이용한 상업적 성격을 띤 대중문학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다시 말해 위의 리메이커들은 고전작품들의 피상적인 층위들만을 이용하여 내용과 형상들의 체계를 단순화하고,몇몇 슈제트 라인을 현대의 시공에서 현실적으로 변형하고 있을뿐이다.
2. 그러나 보리스 아꾸닌처럼 낯선 역사시대, 다른 스타일, 다른 예술적 체계을 능숙하게 다루는 리메이커도 있다. 비록 대중문학의 도식성과 대중성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아꾸닌은 체홉의 <갈매기>, 도스또예프스끼의 <죄와 벌>, 셰익스피어의 <햄릿> 같은 고전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새롭게 리메이크하고 있다. 현대러시아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블라지미르 소로낀과 빅또르 ?y레빈은 각각 불가꼬프의 <개의 심장>과 체르니셰프스기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리메이크하여 원작의 경향성과 사상성을 희화하고 풍자하기 위해 <네명의 심장>과 <베라 빠블로브나의 아홉번째 꿈>을 썼는데, 거친 언어와 끔찍한 장면이 교차하는 정반대의 경향성과 극단성을 보여준다.
3. 뻬뜨루??스까야, 울리쯔까야, 똘스따야 같은 여성작가들은 체홉의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뿌쉬낀의 <스페이드 여왕>, 셰익스피어의 <햄릿>, 나보꼬프의 <롤리타>를 새로운 구상과 섬세한 언어-문체로 성공적으로 이어쓰고 메이크하고 있다. 뿌쉬낀, 예르쇼프, 구비문학 등의 내용을 리메이크 하고 이어쓰기, 인용, 차용, 패러디 등의 방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한 레오니드 필라또프의 <리지스뜨라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페도뜨 스뜨렐쯔>는 구상, 내용, 언어와 문체 면에서 고전의 단순한 모방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법을 넘어서 현대러시아작가들의 '고전과의 유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