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쩨뿐이 자신의 사상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 서간체 형식으로 소설을 쓴 1920년대는 전통적인 소설 양식으로는 시대정신을 비평하고 반영하는 장르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기적 행동과 의식들을 효과적으로 표현 할 수 없다는 ‘소설의 위기’(кризис романа)가 ...
스쩨뿐이 자신의 사상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 서간체 형식으로 소설을 쓴 1920년대는 전통적인 소설 양식으로는 시대정신을 비평하고 반영하는 장르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기적 행동과 의식들을 효과적으로 표현 할 수 없다는 ‘소설의 위기’(кризис романа)가 문학의 시대적 화두였다. 이시기는 또한 자아의 문제, 모순과 분열에 고민하는 인간상, 인간의 자기 탐구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해부학의 발전으로 인간 육체에 대한 지식을 넓혔듯이 이시기의 철학과 문학은 인간의 선험적 능력과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20년대, 우리나라 작가들은 개인 내면의 은밀하고도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는 서간체 형식으로써-스쩨뿐처럼-등장인물들의 자의식, 사랑의 고백, 죄의 고백, 열등의식 등 미묘한 심리변화를 통해 계몽주의의 보편적 인간상이 아닌 개성적인 내면과 섬세한 감정을 갖춘 인물들을 그려 내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서간체 소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이다. 물론 1920년대의 편지소설의 토대는 신문학 최기의 부드러운 계몽적 내용의 시, 소설, 수필, 평론을 편지 형식을 이용하고 있는 몇 개의 작품에서 이룩되었다. 신시의 효신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 광수의 최초 작품인 「어린 벗에게」 신문학 수필의 초기작으로 볼 수 있는 남궁벽의 「자연」등이 모두 서간체로 되어 있으며 염상섭과 김동인은 평론을 편지체로 쓰고 있다. 특히「어린 벗에게」(1917)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간체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립된 미숙한 존재에게 가르침을 주는 계몽의 형식이자 ‘상해’라는 이질적 공간 속에서 겪는 체험을 기록하는 기행의 형식으로서 편지형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간체 소설은 자기이해, 자기 성찰을 토대로 한 타인과의 동질성 확인 이라는 서간체 형식의 주요한 특징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1910년대의 작품들의 토대를 근간으로 서구로부터의 서간체 소설의 수용과 서간체 소설의 번역은 1920년대의 우리나라 서간체 소설이 발전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의 서간체 소설은 『三光』창간호(1919.2)에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1846)번역을 시작으로 수용되었다. 그 내용상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서간체 서술양식이 20년대 한국 문단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예를 들어 20년대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번역 4회, 논문으로 논의 8회, 작가명 소개 23회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였고(김병철,『한국 근대서양문학 이입사 연구』), 김 억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관련지어 서간체 소설에 대해 『開闢』창간호(1920) 에서 논의 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실제적 서간체 형식의 소설 창작으로 이어졌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이 1920년대에 집중적으로 등장하여 주요 작가의초기 작품-김동인의 「마음이 옅은 자여」 (1920), 염상섭의 「제야」(1922), 나도향의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지」(1922), 「십칠 원 오십 전」(1923), 「J의사의 고백(1925)」, 「피 묻은 편지 몇 쪽」(1926), 송순일의 「부화 <엇던 여자의 수기>」(1925), 조명희의 「R군에게」(1925), 최서해의 「탈출기」(1925), 「전아사」(1927)-에서 많이 발견된다. 《근대 서간체 소설의 최초의 작품이 라 할 수 있는 이 광수의 「어린 벗」(1917)으로부터 1945년까지 발표된 서간체 소설은 60여 편이며, 그중 30여 편 이상이 1920년대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주지할 만하다.》 이 30편이라는 숫자는 물론 20년대 전반에 창작된 전체 소설 약 500여 편에 비해 비교적 적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서간체 소설이 한국에 소개 된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완전한 편지 형식의 소설이 30편정도가 창작되었다는 것은 서간체 소설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1846)번역을 시작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서간체 소설, 특히 1920년대의 서간체 소설과 스쩨뿐의 1920년대의 서간체 소설의 비교 분석을 통해서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우리나라 서간체 문학과 러시아 문학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는 바로 1920년대의 우리나라 서간체 소설에 끼친 러시아 문학의 역할과 영향도 본격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서 학문적 및 실용적인 면에서 국문학 강좌, 러시아문학 강좌나 세미나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화나 철학에 관심이 있는 연구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