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경우도 1990년대 이후 ‘노동유연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음. 특히 실업대책 및 복지정책의 변화 속에서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불안정 고용이 제도적으로 촉진되어 왔음. 이는 독일 노사관계의 탈집중화, 노조 조직 ...
◦ 독일의 경우도 1990년대 이후 ‘노동유연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음. 특히 실업대책 및 복지정책의 변화 속에서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불안정 고용이 제도적으로 촉진되어 왔음. 이는 독일 노사관계의 탈집중화,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의 감소 등과 맞물려, 저임금/불안정노동의 증가, 사회적 불평등과 탈통합의 증가 등의 결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됨.
◦ 그럼에도 현재까지 독일은 정규직 고용형태가 규범적인 사회라고 평가됨. 이는 정규직 고용형태가 아직까지 다수(약 65%)라는 측면 뿐 아니라, 법제도적으로 그리고 노사정 주체의 인식에서 정규직 고용형태가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근거함.
정부 측면에서 보면, 1990년대 이후의 노동법/노동시장정책의 기조가 노동유연화, 복지의 축소인 점은 분명하나, 이러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유연성’ 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형평성’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 일례로 기간제/단시간/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제도의 도입, 건설 관련업종에서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 등을 들 수 있음.
노사 측면에서 보면, 사업장평의회의 권한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을 비롯한 인력 사용에 포괄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건에 대한 통일적 보호를 추구하고 있음.
이는 외형적으로 최근의 독일 노동법 개정 과정이 한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왜 독일에서는 비정규직 고용이 사실상 규제되고 있는가를 설명해 주는 것임. 또한 역으로 독일과 유사한 노사관계를 갖추지 못한 한국에서 최근의 노동법 개정이 왜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또한 주목할 점은, 독일에서 노동 유연화 및 비정규직 고용의 활성화는 주로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나 실제 그것이 일자리 창출을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임. 독일에서 정규직 고용형태가 아직까지 규범적임에도 불구하고, 신규 일자리, 신규 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일반적인 추세가 나타나고 있음.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후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될 수 있는 이른바 ‘가교 효과’와 관련해서도,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수만이 이러한 전환이 가능할 뿐 대다수는 계속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보고되고 있음.
한국의 경우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일하는 빈민’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가 저임금, 차별, 불안정을 악화시키는 강도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음.
◦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독일과 한국 모두 최근 차별금지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어려운 것으로 보임. 일례로 독일 파견법이 2003년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도입하면서 예외적으로 단체협약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독일의 파견노동 관련 단체협약이 이러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임. 한국의 경우 2007. 7. 부터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규정이 시행되는데 제도적으로도 독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음.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제도 자체 뿐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기능하게 하는 노사정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임.
◦ 덧붙여 주목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하여 독일과 한국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것임.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노동3권 보장의 실효성 문제와 관련하여, 적어도 독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보임. 여기에는 두 나라의 노동조합 조직형태가 상이하고 한국에서 비정규직 조직화가 보다 활발하다는 이유도 존재하겠지만, 최소한 노동3권에 관해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이 독일에서는 일정 정도 규제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작용하고 있음. 일례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3권을 행사하고 있고, 파견 노동자도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사용사업주와 교섭할 수 있고 산별노조의 단체행동에 참여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