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보기의 범주를 눈과 시선이라는 상호모순적인 개념을 통해 고찰하고, 시선이 인간 주체 형성에 미치는 작용에 관해 논하며, 눈과 시선의 분열이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론적 고찰에서는 주로 정신분석적인 시각 이 ...
본 연구는 보기의 범주를 눈과 시선이라는 상호모순적인 개념을 통해 고찰하고, 시선이 인간 주체 형성에 미치는 작용에 관해 논하며, 눈과 시선의 분열이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론적 고찰에서는 주로 정신분석적인 시각 이론이 논의의 토대가 된다. ‘보기’, 즉 시각의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주체, 그리고 욕망의 구조에 대해 살펴보았다. 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각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본다는 것은 인간 주체의 형성, 혹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히 주체 내지 상호주체성의 문제로 연결이 된다. 시각은 모든 인식론적 탐구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는데, 그것은 특별히 근대라는 시대에서 두드러졌고 그렇게 시각의 지배를 받았던 근대는 철저히 시각중심적 시대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파악하지 못하고 보이는 부분을 전체로서 여기는 그러한 인식의 절대화는 이성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 근대적 주체의 철저한 의식 중심주의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본 논문은 시각 영역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구조에 주목하며 또한 그것이 인간의 주체와 욕망의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시각에 관한 근대의 사유에서 놓쳤던 점, 즉 보이지 않는 것의 출현과 주체의 관계, 그리고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욕망의 메커니즘에 관해 논의했다. 보기의 문제는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중요한 관심사였고 또한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 자크 라캉에게서는 핵심적인 연구 주제가 되어 왔다. 라캉은 ‘시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영역에 속하는 어떠한 것을, 즉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체 내지 무의식, 또한 욕망의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본 연구에서는 자크 라캉의 그러한 개념을 수용하는 가운데 그의 시각이론을 중심으로 주체와 욕망의 심리학적 구조를 고찰하였다.
이상의 이론적 논의에서 출발해 20세기의 독일 소설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통해 시선에 의해 주체의 분열, 욕망의 메커니즘, 권력 관계, 특히 성 정체성 형성과 젠더 질서가 형성되는 바를 살펴보았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 『벌목, 흥분』(1984)을 통해서는 서술자의 시선에서 나타나는 욕망과 불안한 주체에 대해 논하였다. 베른하르트의 이 소설에서는 서술적 욕망의 발현 내지 치유 과정으로서의 서술 행위가 시선, 즉 바라보기 혹은 관찰의 행위와 밀착되어 이루어진다. 이 소설에서 일인칭 서술자는 타인들을, 외부세계를, 과거를 혹은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여기에서 서술한다는 것은 곧 ‘바라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본 연구에서는 시선의 욕망이 어떻게 서술적 욕망과 만나며 그러한 서술적 욕망의 실현이 어떻게 자기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는가를 베른하르트의 소설을 분석함으로써 밝히고자 했다. 이로써 서사와 관련해 시선의 심리적 구조, 욕망, 주체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옐리네크의 『피아노치는 여자』(1983)에서는 여성의 자가성애적 시선을 통한 남성적 주체의 전복에 대해 고찰했다. 이 소설에서 다른 어떤 사람의 시선도 받지 못하는 여주인공은 '거울'을 통해 오로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관음증자로서 자신을 위해 몸을 장식하고 그러한 자신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러한 일은 핍쇼나 포르노를 통해 여성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몸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기 위해 몸을 상처내는 행위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자가성애적 욕망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여성에 대한 폭력적 힘으로 작동해온 남성적 시선을 차단하며 전복시키는 행위가 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시선의 전복, 즉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식민지화’의 수단인 폭력 행위를 자기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기존 질서의 전복이 추구되는 바를 살펴보았다.
- 이러한 연구결과는 학문적 연구 분야에서 현대 사회와 문화 읽기, 젠더 연구, 서사 연구에 활용될 수 있으며 비디오, 사진, 회화 연구와의 연계, 심리학, 철학과의 연계가 가능하겠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부 강의에서의 매체 예술작품 분석에 활용. 심도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대학원 강의와 학제간 블록 세미나 형식의 강의에 활용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