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자연의 존재 형식을 표현하는 時空, 數理, 生命의 세 관념을 매개로 하여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자연이해 양상을 비교하는 연구이다. 3년의 연구기간 동안 매년, 위의 세 개념 가운데 하나씩을 주제어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는데, 연구 2차년도인 금년의 연구주제는 ...
본 연구는 자연의 존재 형식을 표현하는 時空, 數理, 生命의 세 관념을 매개로 하여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자연이해 양상을 비교하는 연구이다. 3년의 연구기간 동안 매년, 위의 세 개념 가운데 하나씩을 주제어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는데, 연구 2차년도인 금년의 연구주제는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수리 관념의 비교’이다. 현재 자료 조사와 분석이 80%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이며, 12월 말까지 자료 분석 보완과 원고 작성 및 학술지 투고를 완료할 예정이다.
2차년도의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數理 관념의 비교’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 항목의 세부주제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를 항목별로 개관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학서와 서학서에 나타나는 수리 관념의 제 유형 비교 : 여기에서는 우선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의 전통적 수리 관념의 갈래와 흐름을 파악하고, 한문서학서에 포함되어 있는 수리 관념을 추출하여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우선 전자와 관련하여서는 易數와 理數의 개념과 그 변화의 흐름을 고찰하였다. 역수와 이수는 우주ㆍ자연의 이해에 적용된 중국인들의 중요한 수리 관념으로서, 서학이 수용되기 이전 조선 성리학자들의 우주ㆍ자연관을 지배하고 있던 것이기도 하다.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대표적인 한문 서양수학서 몇 가지를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幾何原本에서부터 두드러지는 한문 서양수학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기하학 중심, 도형 이해 중심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은 동양적 수학 전통과 대비되는 것으로서,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수리 관념의 전개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수리 관념의 접합 양상에 대한 검토 : 조선후기 유학자들에게서 유학적 수리 관념과 서학적 수리 관념 접합 양상은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첫째, 양자의 접합 과정에 나타난 중요한 흐름으로서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정량적 사고 강화 경향을 고찰하였다. 실학자로 불리는 일련의 학자들은 자연 탐구에서 관찰과 계산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곧 서학의 기하학적 수리 관념의 수용과 의미가 통하는 것이었다. 둘째, 그 접합의 구체적인 사례의 하나로서 조선후기에 출현한 수학서를 검토하였다. 여기서는 18세기의 중요한 수학서인 최석정의 구수략과 홍대용의 주해수용을 중심으로, 算法 위주의 전통적인 수리 관념이 서학의 기하학적 수리 관념으로 전환해 가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셋째, 조선후기 수리 관념 전개의 최종 귀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한기의 氣數論를 살펴보았다. 최한기의 기수 관념은 서학적 수리 관념의 영향 하에서 종래의 역수ㆍ이수 관념을 극복하고 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당시 정량적 사고의 강화 경향과 기수 관념이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셋째, 조선후기 수리 관념의 철학ㆍ사상사적 위상에 대한 검토 : 이것은 전통적인 易數ㆍ理數的인 수리 관념과 서학의 기하학적 수리 관념의 접합이 조선후기 철학ㆍ사상사 속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이 문제는 양자 사이 접합의 최종 귀착점에 해당하는 최한기의 기수 관념에 대한 평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한기의 기수 관념은 한편에서 여전히 전통적 수리 관념의 성격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희망하는 바대로, 당시의 정량적 사고 강화 경향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자연 탐구의 범위가 가시적 물체 영역 이상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당시로서는 기수 관념에 입각하여 자연을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정량적 사고가 극단화하고 탐구 범위가 미시 세계로까지 확장되는 이후의 추세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평가를 위해 좀 더 세밀한 검토를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3차년도에 해당하는 차년도의 연구주제는 ‘조선후기 유학과 서학의 생명 관념의 비교’이다. 이 연구는 시공 및 수리 관념을 대상으로 한 1ㆍ2차년도의 연구방법을 생명 관념에 적용하여 진행하는 것으로서, 현재로서는 당초 연구계획의 별다른 수정 없이 수행해 갈 예정 예정이다. 다만 1ㆍ2차년도의 경험에 비추어, 연구 일정을 조금 앞당겨 진행하고자 한다. 이는 1ㆍ2차년 연구에서 3차년 자료의 일부가 이미 검토되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