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한ㆍ중ㆍ일 3국의 ‘강창예술/연창예술’을 공연적인 측면에서 비교하여, 판소리의 공연예술적인 ‘차이’와 특성을 밝혀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판소리, 중국의 대고(大鼓)ㆍ평탄(評彈), 일본의 죠루리 ...
본 연구는, 한국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한ㆍ중ㆍ일 3국의 ‘강창예술/연창예술’을 공연적인 측면에서 비교하여, 판소리의 공연예술적인 ‘차이’와 특성을 밝혀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판소리, 중국의 대고(大鼓)ㆍ평탄(評彈), 일본의 죠루리(淨琉璃)/분라쿠(文樂) 등을 주로 비교하였다. 그 비교의 주요 항목들로는 역사적 특성, 공연대본, 공연방법, 음악ㆍ무용, 무대장치ㆍ의상ㆍ조명, 존재/의식의 변환방법, 공연구조, 공연자-청관중 상호작용, 전체과정, 공연지식의 전승ㆍ전파 방법, 유파ㆍ미학 등이다. 역사적인 면에서 현행 한중일 삼국의 강창문화는 서민예술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는 공통성을 가지면서, 제각기 다른 차이점들도 지니고 있다. 공연대본 면에서는, 한국ㆍ중국ㆍ일본의 강창문화가 모두 구비문학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공연방법 면에서는, 중국의 그것이 ‘설(說)ㆍ갹(噱)/ㆍ창(唱)ㆍ탄(彈)’ 및 ‘주(做)’를 기본으로 하고, 일본의 그것이 ‘고토바(詞)ㆍ이로(色)ㆍ지(地)’ 등을 기본으로 한다면, 판소리의 공연방법은 ‘인물치레ㆍ사설치레ㆍ득음ㆍ너름새’ 등을 기본으로 한다. 음악 면에서는, 중국의 강창문화가 ‘창(唱)’보다 ‘강(講)’을 더 중시하고, 한국의 강창문화가 ‘강’보다 ‘창’을 훨씬 더 중시한다면, 일본의 그것은 그 중간 정도이다. 무용 면에서는, 한ㆍ중ㆍ일의 강창문화가 모두 별다른 발전을 기하지 못했으나, 제각기 나름대로 적절히 무용을 활용은 하고 있다. 무대장치 면에서는, 그 발전 초기에 있어서 모두 다 특별한 무대장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고, 의상 면에서도 초기엔 모두 다 정해진 의상이 따로 없었으며, 조명도 일반조명을 사용했다. 존재/의식의 변환 면에서는, 한국의 강창문화가 가장 복잡하고 다양하며, 중국의 그것은 주로 ‘눈연기’의 변화를 통한 표현방법이 발달했고, 일본의 강창문화는 인형극과의 결합을 통해서 그 변환 방법이 가장 크게 제약을 받았다. 공연구조 면에서는, 중국의 대고와 평탄은 ①<연창자의 설(說)+(연창자의 반주)+연창자의 주(做)+반주자의 반주> 단위와 ②<연창자의 창+연창자의 반주+연창자의 주(做)+반주자의 반주> 단위와 ③<연창자의 갹+(연창자의 반주)+연창자의 주(做)+반주자의 반주> 단위들을 계기적으로 연결ㆍ반복해 나아간다. 일본의 죠루리는 ①<연창자의 고토바(詞)+인형조종자의 인형연기+반주자의 반주> 단위와 ②<연창자의 이로(色)+인형조종자의 인형연기+반주자의 반주> 단위와 ③<연창자의 지(地)+인형조종자의 인형연기+반주자의 반주> 단위를 계기적으로 연결ㆍ반복해 나아간다. 반면에, 판소리는 ①<광대의 창+광대의 너름새+고수의 장단+고수의 추임새+청관중의 추임새> 단위와 ②<광대의 아니리+광대의 너름새+(고수의 장단)+고수의 추임새+청관중의 추임새> 단위를 계기적으로 연결ㆍ반복해 나아간다. 공연자-청관중 상호작용 관계 면에서는, 고사와 탄사에는 ‘공소’나 ‘추임새’가 없거나 지극히 미약하여 공연자-청관중 상호작용 관계는 매우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보는 식의 수동적인 관계로 이루어지며, 죠루리의 경우에는 약간의 정해진 규칙적이고 전형적인 일종의 추임새인 ‘하야시고토바’의 전통은 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이러한 전통도 거의 인멸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에, 판소리의 공연자-청관중 상호작용 관계에 있어는, 광대와 고수가 마련해 나아가는 ‘시간적 공소(空所; blanks)’와 이것을 메꾸어 나아가는 청관중들의 ‘추임새’에 의해 매우 긴밀하고 개방적이고 즉흥적인 상호작용 관계를 형성해 나아간다. 공연의 전체과정 면에서는, 한ㆍ중ㆍ일 강창문화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모두 ‘준비과정’을 매우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으나, 그 자세한 내막은 서로 다른 차이들을 보인다. 판소리의 공연지식 전달 방법과 고사ㆍ탄사 및 죠루리 등의 공연지식 전달 방법은 모두 구비전승 및 행위전승에 그 중심 기반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구체적인 세부 방법 면에서는 서로 다른 차이들을 보이고 있다. 유파를 보면, 판소리에도 동평제ㆍ서편제ㆍ중고제 등의 유파가 있고, 중국의 고사ㆍ탄사에도 이에 상응하는 유파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고, 일본의 죠루리에도 그런 유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유파를 나누는 기준 및 전통의 면에서는 서로 다른 바가 있다. 미학 면에서는 판소리가 ‘그늘’의 미학을 추구하고, 고사ㆍ탄사가 ‘신사(神似)’의 미학을, 그리고 죠루리의 ‘정(情)’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