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예: 스페인어)와 우리말을 비교하다보면 가장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점 중의 하나가 구문 표현의 상호 대응관계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에서는 여러 개의 표현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말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 대응되는 다대일 방식일 수도 있고, 우리말 ...
외국어(예: 스페인어)와 우리말을 비교하다보면 가장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점 중의 하나가 구문 표현의 상호 대응관계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에서는 여러 개의 표현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말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 대응되는 다대일 방식일 수도 있고, 우리말에서는 여러 개의 표현이지만 스페인어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 대응되는 일대다의 방식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분류사(clasificador)가 발달된 우리말의 다양한 수량 명사구의 표현 방식은 스페인어나 영어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 밖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1) a. 세 명의 학생
b. 세 대의 차
c. 세 채의 집
(2) a. tres estudiantes / three students
b. tres coches / three cars
c. tres casas /three houses
외국어와 한국어간의 대응관계가 일대다일 경우, 어려움을 겪는 쪽은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스페인어권 화자)이 될 것이다. 그 많은 한국말의 분류사를 명사의 성격에 따라 일일이 암기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우리도 쉽게 외국인들의 노고를 이해 못할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말을 습득하는 한국 어린애들도 흔히 분류사를 틀리곤 하지 않는가. 대부분 처음에는 다음과 같이 ‘-개’로 통일해서 잘못 말하곤 하기 때문이다.
(3) a. *세 개의 학생
b. *세 개의 차
c. *세 개의 집
이러한 경우와 반대되는 것이 외국어와 한국어 표현간의 대응관계가 다대일로 나타나는 경우가 되겠다. 이러한 경우, 외국어(예: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인 화자가 상당한 곤혹을 치룰 것임은 자명하다. 다시 말해서, 스페인어에서는 여러 개의 표현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말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밖에 대응되지 않는다면, 스페인어의 다양한 표현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대일 대응관계로 나타나는 표현 중의 하나가 존재구문과 소유구문, 그리고 장소술어 구문이다. 즉, 스페인어에서는 haber, tener 그리고 estar 구문으로 나뉘어져 표현되지만, 우리말에서는 모두 ‘~이 있다’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다음의 예문을 보자.
(4) a. En el garaje hay dos coches. (존재구문)
b. Juan tiene dos hermanos. (소유구문)
c. La casa de Juan está en aquella zona. (장소술어구문)
(5) a. 차고에 두 대의 차가 있다. (존재구문)
b. 후안은 두 명의 형제가 있다. (소유구문)
c. 후안의 집은 저쪽 지역에 있다. (장소술어구문)
따라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은 스페인어의 이러한 다양한 구문들을 습득함에 있어서 상당한 애로를 겪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작문이나 회화를 할 때 흔히 이러한 오류를 흔히 범하곤 한다. 예를 들면, 스페인어 tener 구문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를 가지다’라고 어색하게 옮기는 경우도 있으며, 우리말의 ‘~이 있다’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스페인어의 haber 구문이나 estar 구문, 또는 tener 구문으로 올바르게 대응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든 오류는 한국어에는 동사 ‘있다’로 통일적으로 표현되는 구문이 스페인어에서는 다양한 동사(haber, estar, tener)로 표현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스페인어와 한국어의 표현방식의 차이를 소유구문과 존재구문 그리고 장소술어 구문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스페인어의 haber 존재구문과 estar 장소술어구문의 의미론적·통사론적 특성과 그 차이점을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스페인어의 tener 구문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상 명사구의 의미적 특성에 따라 haber 존재구문과 estar 장소술어구문으로 나뉘듯이, tener 구문에도 존재구문과 장소술어구문으로 나뉘어 진다는 사실을 볼 것이다. 세 번째로는, 스페인어의 tener 소유구문과 haber 존재구문 그리고 estar 장소술어구문이 한국어에서는 왜 하나의 표현으로 대응되는지에 대해 생성문법 이론의 시각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tener 구문의 직접목적어 앞에 나타날 수 있는 대격 전치사 a의 성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