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결과
아랍역사에서 이슬람의 팽창은 지속적으로 타민족, 타문명권과의 충돌이나 갈등을 빚어왔다. 이슬람 초기시대의 정복사업에 따른 비잔틴․페르시아와의 충돌, 십자군의 침공, 안달루스에서 기독교 원주민의 레콩키스타(국토회복 운동), 몽골의 침공은 ...
1. 연구결과
아랍역사에서 이슬람의 팽창은 지속적으로 타민족, 타문명권과의 충돌이나 갈등을 빚어왔다. 이슬람 초기시대의 정복사업에 따른 비잔틴․페르시아와의 충돌, 십자군의 침공, 안달루스에서 기독교 원주민의 레콩키스타(국토회복 운동), 몽골의 침공은 그 대표적인 큰 사건이다. 이러한 문명권간 충돌에서 불가피했던 전쟁은 역사 흐름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하였다.
이 가운데 몽골의 침략은 이슬람세계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고도의 정착 문명을 건설하고 방대한 영토를 다스린 압바스조 칼리프 제국은 이븐 칼둔(Ibn Khaldūn)의 지적대로 초기의 아사비야(ʿaṣabīyah, 연대의식)가 약화되면서 쇠락과 파멸의 길에 들어섰던 것이다.
몽골침략이 가져온 비극적 충격, 특히 1258년 바그다드 함락은 무슬림들로 하여금 경악케 했으며, 이 점은 당시 쓰여진 아랍시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랍시는 무슬림들의 암울한 심정과 비관론, 체념으로 가득 차 있다. 카시다의 나시브는 ‘생사(生死)의 이별’을 실존으로 체험한 바그다드 주민들의 비통함을 담았다. 시인들은 바그다드의 비극이 무슬림들의 방탕함에 대한 신의 징벌이었다고 여기며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겪는, 뜻밖의 역경을 신앙으로 감당하거나 극복하기에 역부족임을 토로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참혹한 상황을 ‘운명’이나 ‘세월’의 탓으로 돌리는,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바그다드 함락 이후 몽골군의 서진이 계속되면서 무슬림들에게서 침략자의 잔학함과 무지, 만행에 대한 공포심이 떠나지 않았음은 시편들에서의 다양한 이미지나 표현들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에서 나타난 몽골군은 반문명적 파괴와 살해, 약탈을 일삼는 자들로, 그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황폐화 그 자체였다. 참고로, 이전에 아랍인들이 경험한 전쟁들(초기 이슬람 정복전쟁, 이슬람의 대對십자군 전쟁)에서 적을 이토록 극악무도한 파괴자이며, 문명에 무지한 자들로 묘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샴 지역에서 전개된 몽골군의 지속적인 공격에 대해 무슬림들은 맘룩조 술탄들의 지휘 하에 승전을 거두면서 그동안 당한 수모와 치욕을 씻을 기회를 모처럼 가졌다. 아랍시인들은 승전을 거둔 술탄들을 칭송하고 무슬림 전사들의 공로를 치하함으로써 이슬람 진영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시인들은 무슬림들로 하여금 대몽항쟁으로서의 지하드에 나설 것을 직접 촉구하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전투에서 이슬람 사수를 위해 용감히 싸우는 무슬림 전사들을 묘사하고, 쿠프르(kufr, 불신앙不信仰)에 맞선 종교(이슬람)의 대결 구도를 제시함으로써 무슬림 전사들에게 간접적으로 지하드 정신을 고취시켰다.
2. 활용방안
본 연구는 몇 가지 점에서 국내의 아랍문학, 역사․문명 연구 분야에서 학문적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본 연구는 이슬람세계에 대한 몽골의 침공이 중세 아랍문학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가를 알아봄으로써, 또한 당시의 아랍 문인들이 對몽항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알아봄으로써 역사와 문학의 상관관계에 관해 유용한 연구 결과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몽골과 무슬림들 간의 충돌과 관련해 새로운 아랍 문헌을 국내 학계에 소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를 통해 소개될 중세 아랍 자료들은 국내의 관련 연구자들을 위해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종교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문명권간의 갈등과 충돌 현상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 한 예증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유일신 신앙 공동체인 이슬람권과, 유목 집단인 몽골족 간의 충돌에 관련해 양 진영 간의 접촉 양상에 관련된 포괄적인 연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 본 연구는 무슬림들의 외세에 맞선 투쟁의식을 살펴보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본 논문은 중세 아랍 문인들의 작품을 통해 對몽골투쟁의 상황에서 무슬림들이 견지했던 독자적인 역사관과, 민족의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