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르트르의 초기 저작인 [감동이론 소묘], [상상력], [상상적인 것] 에 나타난 감동과 상상력에 관한 이론을 정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르트르의 주네 론(論)인 [성 주네]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과 악, 행위와 제스처, 현실과 비현실화의 이분법적 논리의 점검 ...
본 연구는 사르트르의 초기 저작인 [감동이론 소묘], [상상력], [상상적인 것] 에 나타난 감동과 상상력에 관한 이론을 정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르트르의 주네 론(論)인 [성 주네]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과 악, 행위와 제스처, 현실과 비현실화의 이분법적 논리의 점검을 목표로 한다.
[감동이론 소묘]는 현상학적 감동이론을 그려내려는 사르트르의 시도이다. 사르트르가 보기에 감동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어떤 방식’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때, 우리는 일상적인 태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즉 사물과의 관계를 바꾸려고 하거나,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대상의 파악이 불가능하거나 견딜 수 없는 긴장을 낳게 될 때, 의식이 취하게 되는 태도가 바로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 감동은 믿음을 동반하며, 의식은 자기가 새로 구축한 세계를 살게 된다. 그 때의 의식은 새로운 세계 앞에서의 새로운 의식이다. 그러므로 감동의 원천에는 세계 앞에서의 의식의 자발적인 그리고 체험적인 강하가 따르게 된다. 요컨대 감동이란 의식이 세계를 다르게 이해하는 어떤 방식이다.
[상상적인 것]에서는 지각 행위와 상상 행위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실재하는 대상을 상정하는 지각행위와 달리, 상상 행위는 부재하는 비현실적 대상에 대한 의식의 작용이라고 보았다. 상상 행위는 실재보다는 상상적인 것에, 진짜보다는 심리적 만족에, 행위보다는 제스처에 몰두하는 것으로 이는 실재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하며 상징적 복수에서 만족감을 찾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상상력 이론은 결국 모든 예술 행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데, 현실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데 그 중요한 특징이 있다. 상상이론의 출발점이 현실이론이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상상력은 세계를 다르게 비현실화시키는 의식의 기능이 된다.
[성 주네]에서 사르트르는 주네의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감동의 하강, 시와 산문 속의 이미지, 글쓰기를 통한 상상 행위, 상상행위를 통한 현실 전복의 효과를 읽어낸다. 초반부터 사르트르는 "상상한다는 일은 갉아댈 현실 한 귀퉁이를 상상적인 것에 부여하는 일Imaginer c'est donner à l'imaginaire un bout de réel à ronger"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상상 행위가 현실로부터 시작되는 어떤 것임을 밝히는 이 문장은 [상상적인 것]에서 사르트르가 역설했던 ‘상상 의식의 기반이 현실로부터 비롯되는 것’을 다시금 환기하고 있다. 결정적인 출발점으로 도입된 이 개념은 이후 주네의 삶과 작품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논지의 중심축을 이루어나간다.
사르트르가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주네의 악행은 도둑질, 동성애, 배반이다. 주네의 도둑질은 거짓 소유를 통한 거짓 존재 획득이라는 비현실적이며 불가능하고 상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목표와 의미화가 ‘비현실성’에 머무는 이러한 도둑질은 존재Etre보다는 무Néant를, 실제보다는 상상을, 쾌락보다는 긴장을 더 즐기며 거기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는 행위이다. 결국 주네의 도둑질은 현실의 현실성을 없애버리고 상상을 통해 현실을 상상으로 끌어당기는 ‘시적 행위acte poétique’에 연결된다.
‘상상 속에서의 존재 찾기’란 현실의 비현실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상상적인 것]에서 사르트르가 ‘아날로공’으로 예술의 창작 행위와 감상 행위를 설명했던 바로 그 개념이다. [성 주네]에서 사르트르는 [상상적인 것]에서의 논리를 적용함으로서 두 작품 사이의 연계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