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과제의 금년도의 주요 목적은 ‘1950년대 전후 복구기 노동자의 일상생활’을 규명하는 것이다. 노동쟁의, 작업장 및 가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이 시기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파악하였다.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주요 방법론으로 적용하였으며 이에 관련 노동자 ...
본 연구과제의 금년도의 주요 목적은 ‘1950년대 전후 복구기 노동자의 일상생활’을 규명하는 것이다. 노동쟁의, 작업장 및 가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이 시기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파악하였다.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주요 방법론으로 적용하였으며 이에 관련 노동자들의 당시 경험담을 청취한 40건의 구술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였다.
수집한 구술자료와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서 연구한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즉, 1950년대 노동자들의 작업장에서의 경험적 숙련과 사회관계 및 일상생활, 전시 노무동원의 실상과 노동자들의 경험, 1950년대 노동자들의 노조운동 및 노동운동, 광산 공동체 노동자의 일상생활 그리고 전쟁미망인의 경제활동 및 가족관계 등이다. 위와 같은 연구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철강산업을 통해서 볼 때, 1950년대 작업장에서 식민지 시대에 양성된 숙련공의 역할은 해방 이전에 사용하던 작업방식이 통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부분적으로 의미를 가지며, 반면에 선진국으로부터 신규 설비와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에는 고급 기술자의 역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제조업체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당시 제조업체의 근로조건이나 그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은, 소득이 결코 높지도 않고, 따라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사실상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노동의 강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셋째, 1950년대의 전시동원이 1960~70년대의 고용관계 및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을 전시동원의 법, 이데올로기와 기구, 그리고 전시노무관리의 방식 등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태평양 전쟁과 한국 전쟁 시기에 등장했던 전시동원의 이데올로기와 기구는 이후 박정희 정부 시기의 고용관계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주의․전체주의적 노동관은 5.16 쿠데타 직후의 군사정부나 1970년대로 변형되어 재생되었다. 또, 경찰과 행정기구가 사업장 노무관리에 개입했던 경험 또한 행정․경찰․정보기관이 1970년대에 노동조합을 감시하고 탄압했던 관행으로 이어졌다.
넷째, 철도노조의 사례를 통해 볼 때, 1950년대 철도연맹의 경우 조합내 민주주의가 불철저하기는 하였지만 반대파의 조합지도권 쟁취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이 설치되어 있던 것은 아니고, 또 조합내 반대파들이 지도권 쟁취를 위해 경쟁할 수 있는 공간 자체는 비교적 널리 열려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철도노조를 단순히 ‘어용’노조로 규정하는 것은 이 시기 국가-노동관계, 공공부문 노사관계, 대한노총시기 노동운동의 성격 등을 이해함에 있어서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대구의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1950년대의 급진주의적 전통의 전개방식을 살펴본 결과, 제일모직 노동조합은 공장 내에서 과거의 급진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 주도하여 결성하였다. 1950년대는 대한노총(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전국노련)이 주도하는 독무대라기보다는 각각의 조직들 안에 다양한 이념과 지향들을 포함하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탄광노동자의 사례를 통해서,1950년대 탄광 공동체를 둘러싼 지역민-지역공동체의 특성, 광산노동자의 의식구조의 특징, 탄광 공동체의 주변문화 그리고 등을 고찰하였다.
일곱째, 전후 파생된 전쟁미망인의 사례를 통해서 1950년대 여성노동의 단면을 살펴보았다. 당시 미망인은 전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비공식 부문에서의 노동활동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서, 이전까지 여성의 역할이 가족 내로 제한되었던 것에 반하여 사회로 나가 일하고 돈을 버는 소위 사회적 주체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례연구 결과, 동기가 결여된 생계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시작된 경제활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초래한 결과로 보여지는데, 전후 1950년대에 나타난 눈에 띄는 사회변동과 여성의 역할이동에 비하여 이에 수반하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의식에서의 유의미한 변화는 찾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