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선진 공업국의 공업도시들은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De-industrializa- tion)를 경험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당면하였다. 1980년대 이후 그러한 공업도시들은 산업화로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여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신개념의 주거, 생산 및 여가공간을 개발하 ...
서구 선진 공업국의 공업도시들은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De-industrializa- tion)를 경험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당면하였다. 1980년대 이후 그러한 공업도시들은 산업화로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여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신개념의 주거, 생산 및 여가공간을 개발하여 신산업, 즉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의료산업 등을 유치하는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영국의 글라스고우(Glasgow), 뉴카슬(Newcastle), 쉐필드 (Sheffield) 등을 비롯하여 미국의 디트로이트(Detroit), 피츠버그(Pittsburg), 독일의 도르트문트(Dortmund), 이탈리아의 토리노 (Torino)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도시들은 산업 공동화로 방치된 공업용지와 사회간접자본을 재개발하고, 서비스 산업을 유치하는가 하면, 각종 문화산업을 도입하였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의 토리노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선진 산업도시들이 제조업의 사양화에 대응하여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또 그러한 노력으로부터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토리노를 사례로 도시재생정책을 분석하고 거버넌스(Governance)론적 맥락에서 변화의 주체와 그들이 역할을 규명하는 한편, 정책적, 이론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토리노시는 원래 풍요한 농촌지역이었다. 그러나 토리노는 또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 피아트를 소유한 대표적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토리노의 경제는 사실상 피아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00년대 말에 설립된 피아트는 1960년대까지 토리노 시에만 약 7만명의 종업업을 가진 기업이었다. 그러나 피아트는 이탈리아의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회사, 원자재공급회사 등을 합병하여 사세를 확장하였다. 피아트는 또한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하여 폴란드,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브라질 등의 지역에 생산시설을 조성하였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노사관계가 악화되어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생산량이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73년에는 석유파동까지 겹쳐 자동차 생산량이 168만대에서 123만대 (1975년)로 떨어졌다.
피아트는 1970년대 및 80년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토리노에서의 생산규모를 줄이는 한편, 이탈리아 남부와 해외에서의 생산규모를 확대해 나아갔다. 그 한 예로 2002년 가을 국내외적으로 18개 공장을 패쇄하였는데, 그 결과로 토리노 지역에서만 무려 4,000명의 근로자가 일시에 해고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피아트는 구조조정 정책을 계속 추진하여 2003년에 와서는 자동차 생산대수가 10년 전인 1993년에 비해 크게 감소 하였고, 종업원 수도 전성기에 비해 60.8% 감소하였다. 토리노 시의 제조업 전반에서 종업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종 산업인 피아트의 이와 같은 규모 축소 및 사업다각화, 생산시설의 역외, 해외 이전 등으로 토리노의 지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즉, 1970년대부터 피아트의 대규모 공장이 하나씩 문을 닫아 공장건물이 흉물스럽게 남게 되었고, 다른 부품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랐으며, 실직하는 노농자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시 전체의 인구도 전성기에 비해 17.5%나 감소하였으며, 빈 집이 생기는가 하면 범죄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토리노는 지역재생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경제사업과 도시 재개발사업으로 집약된다. 그 가운데 도시 재개발사업은 도시 전체에 대한 비전정립, 도심 재개발, 시장 재개발, 컨벤션 산업의 육성 등으로 설명된다.
연구자는 토리노의 도시 재생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논문, 연구보고서, 통계자료, 인터넷 등을 조사하고 2007년 2월에는 현장을 방문하여 토리노 시청, 토리노 국제협회, 피아트 자동차회사 관계자등을 면담하고 토리노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토리노는 탈산업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그와 함께 오는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도시의 비전을 재정립하였고, 도심 산업공간을 재개발하여 신산업을 유치하였다. 그리고 도심 상가지역을 재개발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였으며, 동계 올림픽 등 컨벤션 산업을 유치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토리노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정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토리노 국제협회와 같은 기획력 있고 정치적 지원이 있는 단체가 토리노의 미래를 기획하고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모니터링함으로써 토리노의 성공적 도시재생정책에 기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