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주제는 ‘當代 중국사상계의 현실인식에 대한 철학적 조명’이다. 본 연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국 지식인의 담론을 정치 경제적인 관점에서 조명한 경향에서 벗어나서 인문 철학적인 입장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1989년 6·4 천안문 ...
본 연구의 주제는 ‘當代 중국사상계의 현실인식에 대한 철학적 조명’이다. 본 연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국 지식인의 담론을 정치 경제적인 관점에서 조명한 경향에서 벗어나서 인문 철학적인 입장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1989년 6·4 천안문사태가 일어난 후 90년대에 들어선 중국 사상계는 중국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분석과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광범위한 논쟁을 전개하였다. 80년대와 비교할 때, 90년대 이후 중국 지식인계의 특징은 서구와 전통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서구에 대한 일방적 경도와 격렬한 반전통주의로 대표되는 ‘중국 대 서구’의 이분법 구도는 90년대 이후 변화를 맞이한다. 1990년대의 담론은 다양한 담론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 속에서 논쟁, 발전, 파생, 성장 등의 양태를 띠며 2000년대를 넘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에 생겨단 다양한 담론은 중국 사회가 탈사회주의 시대를 진입하였음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의 담론은 중국이 정치사회적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중국식 변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1990년대 중국 지식계의 화두는 민주화, 자본화, 시장화, 세계화로 압축된다. 중국 사회의 민주화, 자본화, 시장화, 세계화는 중국 지식인의 담론에 큰 충격을 주었고, 지식인의 위상과 역할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남순강화’ 이후 급변하던 중국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력소가 되었다. 거시적으로 볼 때, 1990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약 20년의 기간 동안, 중국 지식인의 담론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회의, ‘자본화’에 대한 경도와 방어, ‘시장화’에 대한 긍정과 부정, ‘세계화’에 대한 대응과 방어 등의 구도 속에서 진행되었다.
중국 지식인들은 자신이 속한 여러 활동 공간 속에서 급변하는 중국의 현실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중국 지식인 담론의 ‘분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먼저 90년대 초기 등장한 ‘人文精神’ 논쟁은 천안문 사태로 좌절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90년대 이후 본격화된 대중문화의 상업화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인문정신’ 논쟁에 참여했던 많은 지식인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유파로 분화되면서 담론의 전문화를 꾀하였다. 대학 강단에서는 철학과교수들을 중심으로 5.4 전통에 의해 거세된 전통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복원해야 한다는 ‘文化保守主義’가 등장했다. 또한 『讀書』와 『上海文學』등의 학술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쟁과 담론이 양산되었다. 서구의 가치와 제도를 신속히 계승하여 중국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新自由主義’, 이와 달리 기존의 ‘현대성’ 이론에 의문을 던지며 등장한 ‘신보수주의자’들의 ‘反現代性의 現代性’ 이론 상호 논쟁을 거치며 더욱 정교해졌다. 관방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철학적 작업이 ‘선부론’, ‘삼개대표론’, ‘화해사회론’ 등을 순차적으로 강화하는 목적에서 진행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지식인의 담론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90년대 말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 대국의 행보를 더 빨리 내딛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일방적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전통문화’와 ‘중화문명’ 등의 고전적인 소프트파워(Soft Power)와의 결합을 시도한다. 2004년 중국 전역에서는 ‘讀經運動’이 일어났고, 중국 정부를 이를 암묵적으로 독려하였다. 2000년대 초 ‘전통문화 복원운동’은 ‘독경열’, ‘논어열’, ‘삼국지열’ 등 민간과 출판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는 철학적으로 볼 때 사회 전반에 걸친 전통가치의 재해석으로 평가된다. 종교계에서는 종교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하면서 종교 활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종교 정책의 연구가 실시되었다. 중국 철학계에서는 ‘중국 철학’과 ‘중국의 철학’을 구분하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合法性’, 즉 중국철학의 타당성이 논쟁의 화두로 등장하였다. 21세기 중국의 ‘신중화주의’는 ‘大國崛起’, ‘和平崛起’, ‘中華文明探源工程’, ‘東北工程’ 등의 양태로 발산되었고, 이는 신중화제국의 논리, 신중화질서, 중화원류주의, 강역주의적 역사해석 등의 이데올로기를 내포한다. 관방 철학은 후진타오의 ‘和諧社會論’을 철학적으로 강화하는 작업을 지속하였고, 이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