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혼혈여성을 그려낸 미국극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국내에서도 많이 수행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역공간이론이나 문화지리학적 관점을 이러한 극작품의 해석에 적용하거나 원용한 논문들은 없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참고문헌에서 보듯이 앙리 르페브르, 앤소니 기든 ...
흑인혼혈여성을 그려낸 미국극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국내에서도 많이 수행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역공간이론이나 문화지리학적 관점을 이러한 극작품의 해석에 적용하거나 원용한 논문들은 없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참고문헌에서 보듯이 앙리 르페브르, 앤소니 기든스, 데이비드 하비, 에드워드 소자 등 공간이론에 대한 연구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들어 공간과 사회와 문화과학이라는 잡지가 각각 공간이론에 관한 특집을 낸 바 있으며, 그 예로서 전자는 「사회 공간적 갈등과 지역정치」라는 특집제목으로, 후자는 「서울 연구를 위하여」이란 특집제목으로 여러 편의 글을 싣고 있다. 또한 후기 자본주의의 도시를 공간이론으로 분석한 공간과 비판사회이론(에드워드 소자 지음, 이무용외 옮김)과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데이비드 하비 지음, 구동회, 박영민 옮김)과 같은 번역서들이 있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공간이론에 대한 연구는 행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는 20세기초부터 사회병리학에 관한 관심의 결과로서 사회병리학(Social Pathology)이라는 똑같은 제목으로 D. M. Mann과 S. A. Queen(1925), George Mangold (1932), J. L. Gillin(1939), 또 E. M. Lemert(1951)에 의해 쓰여졌으며, 최근에는 Barones Barbara의 Social Area and Social Pathology(1978), Jerome Braun이 편집한 Social Pathologies in Comparative Perspective(1995)이 있을 정도로 사회병리학에 관한 저서뿐 아니라 이를 실제의 삶에 원용한 수많은 연구 논문이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공간이론 및 사회병리학을 문학작품 특히 흑백혼혈인을 그려낸 극작품의 해석에 원용하여 논의한 논문이나 저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미국극에서 흑백혼혈여성의 역공간성을 정신병리학적인 입장에서 그 정치성을 읽어내는 데 「미국 정신병학회」에서 펴낸 DSM-IV(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el of Mental Disorders, 4th ed., 2000)를 참고한다. 이 연구는 정신병리학과 현재 서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공간이론을 문학작품의 해석방법으로 원용하여 문학작품이 하나의 문화지리학적 정신병리학의 텍스트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업이다. 이 작업은 문학텍스트를 하나의 사회병리학적 텍스트로 간주하고 사회를 공간 및 정신병리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 연구는 흑백간의 복잡한 문화현상을 문화지리학과 정신병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미국흑인, 특히 흑백혼혈인의 일상적 공간이라는 역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흑백혼혈인의 일상적 삶에서 공간의 정치나 법 제도가 어떻게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와 연관되어 "상징적 폭력"으로 기능하며 정신병리를 일으키는가를 밝히는 것으로서, 이는 공간이론과 정신병리학을 통한 극작품의 새로운 읽기가 갖는 가치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더 나아가 이러한 접근 방법은 공간의 정치가 실제의 현실 공간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연구방법은 극작품을 통해 흑백혼혈인의 역공간성으로 인한 그들의 분열증적 삶뿐 아니라 미국의 복잡한 인종적 문화현상을 예지적으로 추론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총체적 접근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넷째, 이 연구방법은 문학작품의 해석에 국한되지 않고 흑백문제, 더 나아가 21세기의 문화와 사회병리현상의 연구를 위한 중요한 틀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과학문을 넘어 학제간 연구를 시도하는 방법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