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어 조선후기·한말·일제하에 기록된 일기에 대한 자료 발굴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근거한 수준 높은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사회사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수량경제사’와 같은 새로운 도전이 전개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지역사, 일상사, 심성사 등 ...
최근에 들어 조선후기·한말·일제하에 기록된 일기에 대한 자료 발굴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근거한 수준 높은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사회사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수량경제사’와 같은 새로운 도전이 전개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지역사, 일상사, 심성사 등 다양한 영역이 개척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일기들은 양반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바가 있고, 일기가 발굴된 지역도 경상도, 전라도 쪽에 치중된 감이 있다. 이러한 일기자료의 특성은 향촌사회의 동향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조선왕조의 중심인 서울 및 경기지역의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본 연구에서 검토하고자하는 每日錄事 및 문중 자료는 기존의 자료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상인의 눈으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상인은 지배층인 양반사대부와 피지배층인 평민사이에 존재한 중간적 존재이다. 그들은 상업적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반사대부와 가깝게 지내야 했지만, 신분 혹은 직역이란 측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따라서 그들이 묘사하고 있는 한말 및 일제시기의 사회상과 양반들의 일기에서 나타난 그것과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한 천착은 근대사회사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는 서울 및 경기지역의 정치, 사회, 경제 변동에 대한 기록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그는 관직에 진출하려는 욕망이 있어 주석면과 가까이 지냈고, 대한제국기의 변화하는 풍경에 대한 묘사와 소회도 남겨놓았으며, 을사보호조약 및 한일합방 등에 관해 한국인으로서의 분노를 표시했다. 또한 그는 경강(京江)의 미가(米價)를 위시하여 각종 물가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으며 농형(農形)에 관해서도 규칙적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이것은 조선후기 및 한말 경제사에 관해 매우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셋째, 그는 상인출신답게 장책을 위시하여 여러 종류의 회계책을 남겨놓았고, 또한 지주로서 추수기 및 토지매매문서 및 기타 경제관련 문서를 남겨놓았다. 회계책에는 그가 거래한 상인들에 관한 정보를 위시하여 이자율 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먼저 ‘근대이행기 상인의 사회적 대응’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상인으로서의 신분 및 계급의식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찰할 것이며 아울러 그것에 기초한 주인식의 사회적 대응의 특징을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호남 및 다른 지역의 지주들의 사례를 염두에 두면서 서울 경기 지역의 상인이며 지주인 주인식의 자본축적 과정과 지주경영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每日錄事 및 회계책 등에 나타난 미가 및 각종 물가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지역 경제의 동향을 분석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 가계(지주경영), 지역이라는 세 차원에서 자료에 접근하여 상인의 시선을 통해 본 근대 한국의 모습과 기존 연구사에서 정리되어 있는 여러 가지 근대사상을 비교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민족주의 담론을 둘러싼 대립, 내재적 발전론 대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립 등 여러 근대사의 주요 쟁점 분야에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본 연구는 「서울·경기지역 商人·地主의 日記와 門中 文書를 통해 본 한국의 근대 사회 재인식, 1899~1945 :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新安 朱氏家의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아래에 3개년에 걸쳐 「한말·일제하 서울·경기 지역의 商人의 민족의식 고찰 : 油商 주인식의 일기를 중심으로」, 「 한말·일제하 서울·경기 지역 기름상인 주인식의 상업활동과 지주경영」, 「서울 경기 지역 물가 추이와 지역 경제 동향, 1899~1945」을 다룰 예정이다. 이것은 개인, 가계(상업활동과 지주경영), 지역이라는 세 차원에서 근대이행기 및 식민지기의 한국 근대사상에 접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