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역사유적은 보존되어야할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역사유적의 공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 선구적 ...
일반적으로 역사유적은 보존되어야할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역사유적의 공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시도를 보여 온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우리는 먼저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사례들을 검토하였다. 아비뇽의 교황청 유적에 현대연극을 도입한 아비뇽 축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설치, 팔레 루아얄에 설치된 다니엘 뷔렌의 설치미술 작품 <두개의 고원>, 2000년 당시 국립유적센터Centre des monuments nationaux (MONUM)의 센터장이었던 자크 르나르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논쟁 등이 그 대상이었다.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논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보존의 문제였다. 현대예술을 역사유적의 공간에 접목시키는 것이 해당 유적의 보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예술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적의 보존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큰 문제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두 번째 논점으로서, 도입되는 현대예술의 내용이 역사유적의 공간의 정신, 상징성과 통하는가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각 사례별로 이 부분에서 매우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원만한 합의에 의해 마무리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점에 있어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아비뇽 축제의 성공사례였다. 아비뇽 축제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 중의 하나이지만, 초기에는 그것에 반발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무마하고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새로운 시도인 동시에, 과거 전통의 회복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청 건물 한 가운데에서 상연되는 연극은 고대의 극장에서 공연되던 연극, 즉, 서구인들이 가장 순수한 비극의 시대로 여기고 있던 고대의 연극 무대와 연극이 축제의 장이었던 시대를 재현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이처럼 현대예술을 역사유적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유적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보다 확장된 인식의 확산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그 유적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례 연구로서 우리는 프랑스 문화만남센터협회 ACCR (Association des Centres culturels de Rencontre) 소속 역사유적들을 살펴보았다. 피에르퐁 성(Chateau Pierrefond)의 연극 활동, 루아이오몽 수도원Abbaye de Royaumont의 무용, 음악 분야 활동, 릴의 르클레르크 공장 유적의 복합적 활동 등 다양한 유적들의 문화활동 프로그램 등이 우리의 검토 대상이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살펴본 역사유적과 현대예술의 접목의 의미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현대 예술가의 활동이 역사유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유적의 의미가 풍부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이런 과정을 통해 역사유적을 ‘오늘날 우리의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역사유적이라는 개념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 이들 역사유적을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의 삶 속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문화유산 속에 도입된 현대 예술 활동이 일반 대중들에게 전혀 새로운 방식의 문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령, 고성의 정원에서 현대 무용 공연이 이루어진다면, 관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대 무용과 고성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관광이라는 측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유적들이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서 새로운 현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한다면, 문화 관광의 측면에서 더 많은 효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