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일본의 '패전'이라는 상황에 주목하고, 그 패전 상황을 정리하는 단계를 1945년에서 1952년의 시기인 패전기로보아 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규정, 그 본질을 파악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규명해내고자 한 부분은 일본인들의 패전 상황과 패 ...
본 연구는 일본의 '패전'이라는 상황에 주목하고, 그 패전 상황을 정리하는 단계를 1945년에서 1952년의 시기인 패전기로보아 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규정, 그 본질을 파악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규명해내고자 한 부분은 일본인들의 패전 상황과 패전에 대한 인식이 문학작품에 어떻게 드러났으며, 패전이 어떻게 정리되어 현재 일본인의 심리안에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는 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전쟁 이전기부터 활동하던 이른바 기존작가들의 패전직후의 작품에 드러난 패전의식을 살펴보는 것이다. 대상작가는 시가나오야,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요코미츠 리이치로 삼았다. 또한 종전을 기점으로 패전을 전후한 상태의 사회와 문단, 그리고 작가 개인의 변화와 충격, 그것의 정리와 극복을 보기위하여 작가들의 '패전일기'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작가로서는 나가이 카후, 다카미 준, 오사라기 지로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을 패전으로 이끈 계기가 된 원자폭탄에 의한 피해를 주로 그려낸 '원폭문학'도 연구범위로 삼았다. 대상작가는 하라 다미키, 오타 요코, 이부세 마스지이다. 원자폭탄의 피해를 직접 겪었거나 혹은 듣고 기록한 소설에 나타난 원폭의 피해의 참상을 살펴보고 그 안에 드러난 정신적, 신체적 충격을 고찰해 볼 것이다. 특히, 원폭소설이 주로 쓰여진 시기는 GHQ의 점령하에 있었기때문에 원폭소설과 검열과의 관계도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패전기 직후의 작가들의 고백을 통하여 읽어내는 패전기의 충격과 그리고 일본인들의 정신세계에 전쟁에 대한 피해의식이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기존 작가의 패전기 소설에서는 대부분의 작가들의 패전에 대한 충격, 현실을 소설속에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양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 중 가와바타는 패전을 계기로 자신의 문학의 방향을 선회하게되고, 요코미츠의 경우는 우익의 경향을 더욱 강하게 표출하게 된다. 또한 다자이는 현실에 대한 표현을 선명하게 한 작품들을 집필하게 된다.
일지문학은 소설에 비해 작가의 내면이 더욱 강력하게 있는 그대로의 직접화법으로 표출되게 된다. 나가이 카후가 냉철하고 담담한 어조로 일상을 그리는데 주력했다면, 다카미 준은 「패전일기」라는 제목으로 당시의 충격에 대한 자신의 내면을 상충된 면을 보이면서도 드러내고 있다. 오사라기 지로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렬하게 하여 일본군의 전황과 국민에 대한 군부의 자세에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다.
원폭문학은 원자폭탄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혹은 체험을 듣고 기록하는 청취자로서, 혹은 전달자로서 작품화시켜 체험과 그 폐혜를 알리고 있는데, 이들 문학은 GHQ의 점령이 끝나는 1952년부터 갑자기 그 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이게 되어, 처음에는 단순한 피해의 고발이었던 것이 1952년 이후가 되면 가해자인 미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이 추가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기에 이르러서는 당연히 일본인의 ‘피해자’의식은 당연히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을 통하여 일본인의 내면 자리잡게 되는 <전쟁 피해자>로서의 의식과 그것이 자리잡아가는 양상을 문제 삼아 보았다. 일본의 패전기 문학에 있어서의 피해자 의식은 원폭에 의한 것이며 그것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이 원폭문학이라 할 수 있다.
원폭문학에서 작가들은 모두가 자신이 경험한 것의 고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때의 그들의 시각은 원폭피해 국민으로서의 일본인의 그것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순간 이후에만 눈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원인이 되는 행위나, 일본의 침략전쟁 가해자로서의 모습은 전혀 개입되고 있지 않다. 오로지 세계 초유의 원자폭탄 피해국으로서의 자신들의 모습과 절망만을 그리고 있다. 전쟁 직후, 원폭문학 작가들 뿐 아니라 기존의 작가들 예를 들어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히로시마를 찾아 원자폭탄 피해지를 둘러보지만, 대부분이 ‘피해’와 넓은 의미에서의 ‘평화’를 희구하는 글을 남기고 있는 것에 머문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일본의 전쟁책임과 전후 정리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에 켄자부로는 오히려 특이한 존재이며 세계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